지하철 계단을 오르니 벌써 로댕의 작품이 보인다.로댕의 '키스'를 보면서 한 번도 누드작품이라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번 전시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되었다. '키스'가 워낙 강렬했던 탓에 다른 것이 보이지 않았던 거다.그렇다 해도 전시장 어디를 가도 온통(?)로댕의 작품이 보이는 듯한 착각은 좀 과한것 아닌가 싶은 삐딱한 마음이 살짝~~
누드전을 테마로 했음에도 사조별로 섹션을 구성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그러나 워낙 학구적으로 그림을 감상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온전히 화가와 마음에 꼿히는 그림과의 교감에 집중했다.터너의 습작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좋았지만 가장 먼저 나를 사로잡은 건 드가였다.'베드 타임' (검색에서찾지를 못했다)은 처음 보는 그림이였다.그런가 하면 늘 뒷모습의 여인들만 보다다 앞모습을 그린'욕조 속 여인'을 보면서,그가 뒷모습만 그린건 아니였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 번 환기할 수 있어 좋았다.
드가'욕조 속 여인'
피카소 '목걸이를 한 여성 누드'
이번 전시에 가장 강렬한 기억을 남긴 작품은 피카소였다.결코 아름답다고 말할수 없는 그림이였지만,나도 모르게 역시 피카소다..라는 감탄이 나온거다.존버거는 알몸과 누드에 다름을 설명해주었는데,피카소의 작품을 보면서 알몸과 누드를 동시에 본 듯한 기분이 들었던 거다.추함 속에 담긴 진실은 이렇듯 불편한 무엇이 있는 듯 하다.
데이비드 봄버그'진흙목욕탕'
피카소 그림과 함께 데이비드 봄버그의 그림도 인상적이였다.한참(?)동안 들여다 보아야 맛이 느껴진다는 것이 우선 좋았다.오랫동안 낯설기만 했던 추상화가 아니였던가? 그러나 언제부터인가는 가장 매력적인 장르가 추상화가 되였으니 추상화형태의 누드화 역시 매력적일수 밖에. 에로틱누드섹션에 대해서는 너무도 협소한 의미로 해석된 섹션인 것 같아 당혹스러웠다.함께 전시를 관람한 지인은 생각보다 작품이 많이 오지 않은 것 같다고 했으나,(120여점) 개인적으로는 인상적인 작품들을 많이 보아서 인지,작품의 양에 대해서는 크게 아쉬움은 느끼지 못한 것 같다.다만 언제나 그렇듯,전시를 통해 구입할 수 있는 기념품의 종류가 지극히 제한적이고,다양하지 않다는 거다. 무겁다는 핑계로 도록을 구입하지 않은 것에 괜한 미련이...그 마음을 조금은 달래(?)볼까 하는 마음에서<누드의 미술사>를 빌려 놓았는데..단 숨에 읽기엔 역시 버거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