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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는 괴물이 산다

[도서] 마음속에는 괴물이 산다

한덕현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3점

대학 시절 자신의 진로 선택에 확신 없이 방황하던 저자는 지금은 스포츠 정신의학 전문의가 되어 스포츠 선수는 물론, 감독, 코치 등 일반인들에게도 인생의 코치 역할을 해내고 있다.

나 역시 대학시절 내가 선택한 진로에 의문은 많았다. 과연 나에게 맞는 과목인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도대체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

 

사람은 탯줄을 끊고 세상 밖으로 나온 순간부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간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은 현대인을 괴롭히는 각종 정신문제들을 풀어가는 최초의 실마리가 된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나 또한 서른 중반이 된 아직까지 '나는 누구인가? 어떤 사람인가? 무얼 할 수 있는가?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끊임없이 묻고 있는것 같다. 그리고 아직 명쾌한 답을 찾지 못했다. 특히 이런 질문들이 폭풍처럼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첫아이를 낳고 나서부터였다. 내 옆에는 내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핏덩이가 있었고 마음속엔 모성애가 우물물처럼 마르지 않았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나는 사랑해 마지않는 이 아이가 안자고 칭얼댄다고 신경질을 부리고, 엉덩이를 탕탕 치고, 외면하기도 했다. 주위의 도움도 제대로 받지 못해 스트레스는 쌓이고 그 스트레스를 풀 곳은 약하디 약한 아기였다. 나보다 강한 사람에게는 찍소리 못하면서 이제 나보다 약한 사람이 생겼으니 게다가 나를 힘들게 하는 약자이다보니 내 맘이 가는대로 행동했던 것이다. 어느날부턴가 그런 내 자신이 무서워졌다. 말그대로 무서웠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이정도에도 참을 수 없는 사람이었나? 도대체 나는 어떤 사람인가?

그 때부터 시작해서 목마른 아이가 젖을 찾듯 나는 육아서적에 매달렸다. 처음엔 그게 나의 정체성의 문제라고 인식을 못하고 대신 나의 육아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열심히 몇년을 육아서와 씨름하며 살다보니 어느때부턴가 '나는 누구인가'와 맞서게 되었다. 아이가 문제가 아니었다. 결국엔 제대로 나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성장해서 어른 아이가 된  내가 문제였다. 그때부터 다시 매달리기 시작한 것은 심리책이었다. [힐링]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식상하다 싶으면서도 이미 손은 가 있다. 그렇게 시작한 심리책들은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다고 '내가 누구인지 알았어요!!'라고 말한다면 그건 100% 거짓말이다. 하지만 어렴풋이 희망이 보이고 무엇보다 자신감이 생긴것 같다. 그 자신감은 인생의 걸림돌을 만났을때 조금 더 태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것 같은 자신감이고, 아이들을 대할때도 나의 분노를 폭발시키지 않는 여유이다.  혼나야 할때 혼나고 칭찬 받아야할 때 받고 사랑은 항상 받는 아이로 키우겠다는 주관이 뚜렷해지고 아이들이나 나나 한결 편안해졌다.  아직도 성숙하지 못한 나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있고, 앞으로 더욱 거기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다.

 

저자는 '불안하기 때문에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이 흔들리기 때문에 불안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내가 그토록 불안하고 나 자신이 무서웠던 것도 아이를 통해 흔들리는 나의 정체성이 보였기 때문이다. 아마 아이가 없었다면 그 흔들리는 정체성이 잘 포장된 나의 겉모습에 가려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고맙게도 우리 첫아이는 나의 불완전한 정체성이 표면으로 떠오르도록 도와주었고 그로인해 좀 더 진지하고 깊이있게 나 자신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아이가 없었다면 지금 이렇게 편안하고 흔들리지 않는 나의 모습을 찾기 힘들었으리라...(물론 흔들릴 때가 있다. 중요한것은 예전의 모습에 비해 무척 발전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 책은 주로 스포츠 선수들의 상담 예를 통한 심리 치료를 보여준다. 그래서 도통 알수없는 스포츠 용어가 나오기도 하지만 스포츠는 우리 인생의 축소판같다. 그것도 아주 밀도 있게 축약된 인생이다.

하루 아침에 성패가 오가니 그 심리적인 압박감은 오죽하랴. 스포츠 선수이건 누구건 우리들은 모두 크고 작은 불안감에 시달린다. 사실 그런 불안감에 시달리지 않고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본다. 하지만 그런 불안감, 즉 우리 내부에 살고 있는 괴물을 얼른 읽어내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면 조금더 삶이 만족스러워질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더욱 단단해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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