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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도서] 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저/김진준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지난 해 8월에는 고전독서회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우한폐렴 사태로 대면 모임이 어려워져서인지 누리망을 통한 모임이 활발해지는 것 같습니다. 누리망에서 모이다보니 지역과 무관하게 모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회원 여러분들이 흔쾌하게 동의를 해주셨고, 마침 8월 모임에서 읽기로 한 제레드 다이아먼드의 <총, 균, 쇠>를 가지고 있어서 저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10년전에 읽었지만 새로운 기분으로 다시 읽었습니다. 읽을 책을 제안하신 분이 중점적으로 논의할 주제를 미리 정해서 모임에서는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실 752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입니다만, 이 책이 핵심내용은 592쪽부터 31쪽에 불과한 에필로그에 정리되어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지구상에 흩어져 있는 인류 집단의 흥망을 집단 고유의 요소는 제외하고 환경적 요소만을 대상으로 분석한 내용입니다.

 

그중 첫 번째 요소는 가축화되거나 작물화된 야생동물과 식물의 대륙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요소는 사람들의 확산과 이동에 영향을 미친 지형적 요소인데, 동-서 축으로 이동한 유라시아와는 달리 아프리카와 아메리카는 남북축으로 이동하였던 것입니다. 동-서 축은 같은 기후대라서 가축이나 작물, 사람들이 이동하는데 있어 기후차가 심한 남-북 축보다 수월하였다고 본 것입니다. 세 번째 요소는 대륙 간의 확산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고립도를 들었습니다. 네 번째 요소는 대륙의 면적 및 전체 인구 규모와 이들의 통합여부에 있다고 했습니다.

 

1. 왜 유럽이 중국보다 혁신(산업혁명)이 먼저 일어났는가?

첫 번째 주제에 대한 답은 저자의 네 번째 요소에서 구할 수 있겠습니다. 나머지 대륙과는 달리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지역은 지역의 통합이 일찍이 이루어지게 되면서 집단 사이의 갈등과 경쟁이 사라지면서 집단의 문명을 발전시키는 동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이 중세 이후의 대륙 간의 힘의 균형이 깨지는 요인이 되었다는 논리는 지금까지의 대륙 간의 문명의 차이를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아놀드 토인비 교수가 문명의 흥망성쇠를 분석한 <역사의 연구>의 핵심논리로 내세운 ‘도전과 응전’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유럽제국의 아시아 국가들을 식민지배하는 물꼬를 튼 것은 포르투갈입니다. 오스만제국의 등장으로 비단길을 통해 들어오던 동양 문물의 수입이 여의치 않자 독자적인 무역로, 즉 아프리카 대륙을 우회하는 항로 개척에 나섰던 것입니다. 당시의 포르투갈은 농지가 척박하고 부족하여 바다가 생존의 터전이었다고 합니다. 포르투갈은 아프리카 항로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남아메리카의 브라질을 덤으로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스페인이 포르투갈의 뒤를 이어 해외 식민지배의 영역을 넓혀갔고, 네덜란드, 영국 등으로 유럽의 제국들이 유럽 밖의 대륙을 식민지배에 경쟁적으로 나섰던 것입니다. 그런점에서 본다면 ‘도전과 응전’이라는 토인비 교수의 설명이 보다 분명해보인다는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유럽사회는 그리스 철학을 바탕으로 발전해온 것이 중요한 차이라는 생각입니다. 철학은 세계와 인간의 삶에 대한 근본 원리 즉 인간의 본질, 세계관 등을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소크라테스 이전의 그리스 철학의 대상은 자연이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의 예처럼, 소크라테스 이후에는 인간의 혼, 특히 윤리문제가 관심사였습니다. 그리스에 이은 로마를 중심으로 한 중세의 유럽철학의 대상은 신이었습니다. 유럽사회가 신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아랍사람들이 간직해온 그리스철학을 다시 건네준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그리스 철학은 자연철학(물리학) 이나 수학 등 모든 영역을 아우르면서 발전해왔습니다. 유럽의 근대화는 자연철학, 즉 과학의 발전에 토대를 두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동양철학은 유불선이라고 종교적 영향이 강한 윤리학, 우주론, 인식론 등을 주제로 발전해왔습니다. 물론 실사구시하는 측면이 강했던 시기에는 유럽에서는 보지 못했던 것들, 예를 들면, 주철, 나침판, 화약, 종이, 인쇄술, 항해술 등 인류역사를 진일보하도록 한 발전이 있었습니다만, 이런 활동에도 10세기 송나라가 재통일을 이룩하여 꽃을 피운 이후로는 원-명-청으로 이어지는 집권세력의 변화과정에서 발전을 이루지 못했던 것입니다.

 

2. 현재 세계에는 나라별로 빈부의 차가 존재하는데 이 현상과 <총,균,쇠>와의 관련성을 고찰하고 어떻게 해야 빈국들이 발전할 수 있을까?

고고학, 인류학, 분자생물학, 언어학 등 다양한 영역의 방대한 연구성과를 아울러 분석하고 큰 흐름을 도출해낸 저자의 통찰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은 여전합니다만, 이 책이 출간된 이후로 4반세기가 흐른 점을 고려한다면 수정, 보완할 점도 많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제목을 <총,균,쇠>로 정한 것은 이베리아 반도를 재통일한 카스티야의 에르난 코르테스가 아즈텍 제국을 침공하는 과정이나,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잉카제국을 멸망시키는 과정에서 승리한 요소라고 지목한 것들입니다. 총은 침략군의 월등한 무장을, 균은 침략군을 따라 들어온 천연두 등 세균을, 그리고 쇠는 언어를 포함한 문명의 차이를 의미한다고 보았습니다.

 

제국주의 시대에는 구미열강이 아프리카를 비롯하여 아시아, 미주 등의 지역에서 믿고 있는 토종신앙을 기독교로 개종시키고 새로운 문물을 전파한다는 이유로 식민 지배를 하였지만, 사실은 금은 등 귀금속을 비롯한 자원을 수탈하고, 자국의 산물을 파는 시장으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사실은 그리스, 로마제국 시절부터 제국 안에는 깨어있는 사람들이 살고 국경밖에는 사는 인간들은 야만인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로마제국 전성기를 지나면서 그 야만인들을 로마군제에 편입시키면서 결국은 게르만족이 로마를 침공하고 서로마제국을 멸망시키는 상황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총,균,쇠는 제국주의이 산물입니다. 우월한 문명을 가졌던 서구 유럽이 미개한 문명에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는 시각이 여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 제국주의자들이 아시아 각국을 지배했던 과거사는 접어둔 채로 유라시아 문명이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그리고 대양주의 토착문명을 지배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유럽 국가들에 한 꾸러미로 싸안아 책임을 나누는 듯한 것은 일본이 서구제국주의에 합류했던 까닭일까요?

 

로마제국이 쇠퇴한 이후로 아시아국가, 4세기말 서로마제국을 압박했던 아탈리의 훈족, 711년 베르베르인과 아랍인들이 이베리아반도에 세워 1492년까지 지배했던 우마이야 왕국 등 이슬람 왕국들, 11세기부터 14세기에 이르도록 중앙아시아에서 터키에 이르는 지역을 지배한 셀주크제국과 뒤를 이어 발칸반도까지 진출한 오스만제국 등은 아시아 세력이 유럽을 압박한 사례로 볼 수 있겠습니다. 이와 같은 아시아 세력이 유럽과 비교하여 우월한 문명을 세울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고찰이 그저 통일이 일렀기 때문에 정체를 보였다고 정리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주제와 관련해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국가들 사이에 빈부의 차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빈국들이 왜 생겼는가를 고찰해보면 유럽의 제국주의가 식민지배하면서 이들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것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탄생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살고 있는 부족이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지도를 놓고 자로 줄을 그어 국가를 획정하고 말았습니다. 한 국가 내에 존재하는 부족들 사이의 관계는 고려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부족들 사이의 갈등, 지배계급의 비윤리적인 독재 행위가 오래 지속되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은 부를 쌓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아프리카 국가들 가운데 유럽사회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지중해 연안국가과 일찍 네덜란드 등 유럽국가들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제외한 아프리카 국가들 가운데 유일하게 보츠와나공화국은 215만 인구에 다이아몬드 산업으로 번영을 이루어 명목상 1인당 국민총생산이 7,140달러에 이릅니다. 인근의 잠비아나 짐바브웨가 1,000달러대에 머물고 있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결국 국가를 이끄는 지도층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 국민들의 삶과 직결된다고 하겠습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로 잘 알려진 유엔식량특별조사관 스위스의 사회학자인 장 지글러교수가 최근에 발표한 <인간 섬>에 나오는 서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_옛 이름은 오트볼타였습니다.-의 지도자 토마 상카라의 사례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습니다. 1983년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로 급진적 사회개혁은 권위주의적 통치를 내세워 국민이 잘 사는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 노력하였습니다. 하지만 서구와 갈등을 빚은 끝에 서양세력의 지원을 받은 블레즈 콩파오레가 주도한 쿠데타로 실각하고 살해당했습니다.

 

빈부의 격차도 서구의 시각으로 보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어떻든 아프리카 제국의 가난한 삶은 서구의 제국주의자들이 뿌린 씨앗의 결과라는 생각입니다. 더하여 부족들 간의 대립과 갈등을 포용하여 통합하려는 노력보다는 그런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권력을 쥐고 사익을 취하려는 세력이 여전하다는 것. 문제를 만든 서구는 국제기구를 통하여 구호품을 전달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전해진 구호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우리 옛 말에 소를 냇가로 끌고 갈 수는 있지만, 소로 하여금 물을 마시도록 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말도 있죠. 아프리카 제국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우선 배고픔을 면할 식량을 공급하는 것보다는 지속발전이 가능한 체계를 갖춰주는 것이 우선해야 할 것입니다.

 

근원적으로 빈부의 격차를 어떻게 느끼느냐 하는 문제도 생각해볼 일입니다. 저자가 연구 활동을 벌인 뉴기니 지역에서 거주하는 원주민들에게 개발국가들이 향유하는 문명을 전한다고 해서 그들이 행복할까요? 세계에서 국민이 가장 행복하게 생각하는 나라 1위가 부탄이라고 해서 떠들썩했던 적이 있습니다.그런데 2018년 유엔이 발표한 국가별 행복지수에서는 부탄이 57위를 한 우리나라보다 못한 98위였다고 해서 다시금 떠들썩했습니다. 부탄이 행복지수 1위에 오른 것은 2010년 영국 런던에 있는 싱크탱크 신경제재단에서 143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산출방식은 당연히 유엔과 차이가 있었습니다. 물론 조사는 객관적으로 해야 하겠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정말 행복하다고 생각하는가, 선진국의 문물을 향유하기를 진정 원하는가 하는 것도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3. 현재의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류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요?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독감과 같은 수준의 계절병으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다만 언젠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닌 미생물이 이보다 더한 상황을 만들 가능성은 있습니다. 25일자 헤럴드경제신문에는 “코로나도 끔찍한데…치명적 ‘전염병’ 또 온다?”라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이탈리아 파도바대학 연구진이 지난 4세기 동안 전 세계에 확산된 흑사병·천연두·콜레라·발진티푸스 및 다양한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발병 빈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른 것입니다. 특히 1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전염병에 초점을 맞췄다고 합니다. 연구 결과 어떤 종류의 세균이 될지는 모르지만 향후 60년 이내에 코로나19 못지않은 세계적 규모의 급성 감염병이 유행할 것이라고 합니다.

 

앞서도 이 책의 제목 <총,균,쇠>가 에스파냐의 중남미 대륙 침략사에 따라간 천연두 균에 원주민이 몰살당하는 사건에서 따온 것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는 처음 아메리카 원주민들 입장에서 생전 처음 접해보는 급성전염병을 일으키는 세균이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면역이 전혀 생겨있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비극이었습니다. 급성기를 무사히 넘겨 면역이 생긴 사람들만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 기억하실 겁니다. 1990년에 시작된 인간 게놈에 있는 약 32억개의 핵산염기쌍의 서열을 밝히는 사업은 2003년에 종료되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인간 게놈에 있는 핵산염기쌍 가운데 98%는 아직은 기능을 알 수 없는 것들이라고 합니다. 인간의 유전자에 있는 3,000Mb의 염기쌍으로 만들 수 있는 기능성 단백질은 2만개로 염기쌍의 효율을 판단하는 유전자밀도는 6.67입니다. 그런가 하면 4.6Mb의 염기쌍을 가지는 대장균의 경우는 4,400개의 기능성 단백질을 만들어 유전자밀도는 48입니다. 인간보다 무려 8배나 효율성이 높은 셈입니다.

 

지구상에 인류가 출현한 이래 수많은 위험을 극복해야 했지만, 병원균에 의한 감염은 가장 심각한 위험 가운데 하나였을 것입니다. 기록이 남아있거나 고고학 성과를 통하여 보면, 기원전부터 나병과 결핵은 이미 만성화된 난치병으로 기록되었습니다. 파도바대학 연구진이 연구대상으로 삼은 감염병 가운데 14세기 유럽에서만 7천만 ~ 2억 명의 희생자를 낸 페스트가 가장 위협적인 세균이었습니다. 그리고 20세기 들어서 전세계적으로 2천만에서 1억 명의 희생자를 낸 스페인독감이 있습니다. 20세기 초반 대륙 간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콜레라 장티푸스와 같은 수인성 전염병이 유행하여 크게 피해를 입히기도 했습니다. 제 또래들은 초등학교 때 장티푸스, 콜레라 예방주사를 맞고는 했습니다.

 

페스트틑 요즘도 내몽고를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발생합니다만, 이미 치료제가 있어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바이러스 질환입니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처럼 동물 사이에 전파되던 바이러스질환이 야생동물과 사람의 접촉이 많아지면서 사람 사이에서 급성 감염증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질환이 21세기 초반 지구촌을 위협했던 중증호흡기질환, 사스가 있었고, 아직은 아프리카에 국한된 에볼라 바이러스도 폭풍의 핵이 될 수 있습니다. 몇 해전에 우리나라에 상륙해서 문제가 되었던 메르스도 있습니다.

 

사람들의 영역이 좁아지면서 야생동물의 영역이 좁아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야생동물과의 접촉이 늘어나는 것이 야생동물 사이에 흔한 질병이 종간의 장벽을 넘어 사람에게도 전파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예수께서도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라고 한 것처럼 야생동물의 영역은 지켜주는 것이 사람들의 행복을 지키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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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산바람

    오래 전에 읽은 책인데 눈초님의 리뷰로 다심 만나니 반갑네요.
    편안한 휴일 되세요.

    2022.04.03 18:09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눈초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설에 대한 비평도 있는 모양이더라구요.

      2022.04.0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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