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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딱고개

[도서] 깔딱고개

오세하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마을도서관에서 소장도서를 정리해서 주민에게 나누어주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풍성하지 않은 가운데 고른 책입니다. 국어교사이신 오세하 선생님의 수필집입니다. 여러 곳에 실렸던 수필들을 모아 엮은 것으로 보이는데, 국어를 가르치신 만큼 정제된 언어로 쓰인 수필집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수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가르침을 얻는 책읽기였습니다.

 

두 번째 작품 감나무를 예로 들어보면, 감나무가 가진 지혜, 듬직함, 나눔, 겸손 등의 성품을 설명하는데 감나무에 대하여 세밀한 것까지 파악하셨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첫 번째 작품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어렸을 적 친구들을 소환하여 기억하고 있음을 알리는 모습도 좋아보였습니다.

 

수필을 쓸 때 화제가 된 사회적 사건들에 대한 논설을 읽다보면 선친께서 남겨주신 글들을 대하는 느낌도 듭니다. 세월호 사건에서는 선원들의 의무를 제복에 견주어 준열하게 꾸짖었습니다. 광우병 촛불집회에 나가서는 대학시절에 치렀던 4.19의거에 참여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시대가 혼란하고 어려울수록 이성적이어야 한다. 자신을 위한 삶이 가정을 위한 삶이고, 사회와 국가에 보탬이 되는 삶이어야 한다. 인생관과 국가관이 바르고 확고해야 한다.’라는 가르침으로 정리하셨습니다.

 

주제에 따라 원전을 달리 해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견공과 견자라는 글에서는 개만도 못한 사람을 이야기하기 위하여 충의를 다한 견공의 사례들을 인용합니다. 일본 시부야 역에 동상을 세워 기리고 있는 하찌의 사례를 비롯하여 고양군에 있는 고려 공양왕릉 앞에 있는 조그만 삽살개의 석상도 언급합니다. 공양왕부부가 원주로 추방되었다가 이곳으로 도망쳐 숨어살다가 호수에 뛰어들어 구차한 생을 마감했는데 삽살개가 이를 알리기 위하여 호수에 뛰어들어 죽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모양입니다.

 

공양왕의 죽음에 대하여 정설보다는 속설을 택한 이유는 아마도 삽살개의 충성을 이야기하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공양왕은 조선이 성립된 뒤에 강원도 삼척의 궁촌리로 유배되었다가 마을입구인 고돌산 살해재에서 왕세자와 함께 시해되었다고 합니다. 공양왕묘가 고양에 있는 것은 조선왕실에서 시신을 서울로 올려와 공양왕의 죽음을 확인한 뒤에 매장하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표제작인 깔딱고개는 우이대피소에서 백운대로 가는 길목에 있는 깔딱고개를 지나는 산행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산행을 하다보면 오르막이 심하여 고갯마루에 오르기까지 숨이 몇 차례는 넘어갈 듯한 고초를 겪어야 하는 장소가 있습니다. 필자가 가끔 오르던 우면산에도 깔딱고개가 있습니다. 오르막이 어찌 가파른지 처음에는 몇 발자국을 떼고는 숨을 돌려야 했습니다. 산행을 반복하면서 쉬는 빈도가 줄어들면서 언젠가부터는 단숨에 깔딱고개를 넘을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깔딱고개의 산행을 가져온 것은 젊었을 때 집을 장만하기 위하여 준비했던 자금을 빌어간 선배가 야반도주를 하는 바람에 처했던 곤경을 동창이 급전을 융통해주어 넘길 수 있었다는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깔딱고개를 처음 넘을 때는 숨이 턱에 차오르기 때문에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오르고 또 오르다보면 체력이 늘어서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생깁니다.

 

모두 54꼭지의 글을 장수시대의 고민’, ‘감꽃 이야기’, ‘거리 풍경’, ‘사마귀의 허세’, ‘도시 비둘기’, ‘깔딱 고개등의 소제목에 나누어 담았습니다. 각각마다 소제목을 제목으로 한 글들이 있습니다. 소제목에 담긴 글들이 일정한 주제를 이루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발표된 수필들을 책으로 묶어 내게 된 것은 세월이 흐를수록 상식과 도덕이 경시되고 사회환경이 험악해져가는 세상에, 어린 손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기고 싶었다라고 합니다. ‘가난하고 아팠던 세데의 생활을 알아달라는 것이 아니라, 노력하지 않고 땀을 흘리지 않으면 배곯던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싶다라는 마무리를 읽으면서 선친께서 남겨주신 글을 묶어 <소운집>이라는 책을 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연배가 있으신 만큼 보수적인 생각이 담긴 글들입니다만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새겨두어야 할 말씀이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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