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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63> 마스터 - 검증되지 않은 심리치료의 위험성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영화 <마스터>는 고갱의 3대 걸작 중 하나인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갔는가>가 드러내고자 했던 세계관에 가까운 영화라고 합니다. 고갱에 따르면 삶에 근원적으로 내포된 두려움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하여 인간은 누군가에 의지하여 구원을 찾으려 하는 것이 인간이라는 것입니다. <마스터>는 앤더슨감독이 사이언톨로지교라는 신흥종교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고 합니다.

 

영화사에서 요약한 줄거리를 보면,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젊은이들은 각자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나지만 프레디 퀠 (호아킨 피닉스扮)은 여전히 방황하며 백화점의 사진기사로 살아가고 있다. 자신이 제조한 술에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는 프레디는 술에 취해 유람선의 한 파티장에서 난동을 부리게 되고 다음날 그 자리에 있었던 랭케스터(필립 세이무어 호프만扮)를 만나게 된다. 몇 마디 나누지 않았음에도 서로에게 이끌리게 된 두 남자. 프레디는 인간의 심리를 연구하는 ‘코즈’ 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마스터, 랭케스터의 실험대상이자, 조력자이자, 친구로서 그의 가족들과 함께 머물게 된다. 하지만 프레디는 진정한 마스터라 믿었던 랭케스터 역시 자신과 다르지 않은 불완전한 인간임을 깨닫고, 랭케스터 역시 가족들로부터 프레디를 멀리하라는 경고를 받게 된다. 두 남자 사이에 균열은 점점 커져가고 아슬아슬한 관계는 점점 파국에 치닫는데..”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온 프레디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의 가능성을 먼저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코메디의학사전에 따르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또는 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란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정신적 외상)를 경험하고 나서 발생하는 심리적 반응입니다. ‘정신적 외상’이란 충격적이거나 두려운 사건을 당하거나 목격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 상황이 종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당시의 충격적인 기억이 반복되어 고통을 받게 되며, 그 상황을 떠오르게 하는 활동이나 장소를 피하려 노력하게 됩니다. 또한 신경이 날카로워지거나 집중을 하지 못하고,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거나 상실할 것 같은 공포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생명에 위협이 되는 사건을 경험한 누구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가 나타날 수 있는데, 전쟁 또는 전투에 노출, 테러, 교통사고, 그리고 화재, 태풍, 홍수, 쓰나미, 지진 등의 자연재해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성적 혹은 신체적 학대 역시 PTSD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환자는 일반적으로 미래를 희망적으로 기대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외톨이라는 생각이 들거나 타인을 경계하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어 통상적인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신체적으로는 심장이 뛰거나 땀을 잘 흘리는 등 과도한 신체반응을 보이고, 식사를 잘 하지 못하는 등 규칙적인 생활이 힘들게 됩니다. 따라서 술, 담배, 약물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예민하거나 공격적이고 쉽게 분노를 표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프레디의 경우, 함대에 배치된 수병으로 근무하였고 대량 전상자가 발생하는 치열한 전투장면이 삽입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전투경험에서 오는 정신적 외상이라기보다는 참전과정에서 받은 위문편지를 쓴 도리스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으로부터 야기된 성적충동의 원활한 해소가 없었던 것이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온 것이라고 보기에 다소 억지스러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종전 후 고향에 돌아와 취직한 백화점에서 같이 일하는 여성과도 적극적인 애정표현을 주고받는 것으로 보아서는 이런 해석도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어떻든 함대근무당시에도 장비에 들어가는 알코올을 빼돌려 음료를 만드는 장면이 삽입되어 있는데, 이런 식으로 만든 알코올음료가 치명적 위험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전쟁터에서 돌아와 방황할 무렵 그가 만든 음료를 마신 사람이 사망하는 사고를 겪기도 합니다.

인명사고로 쫓기던 프레디가 파티가 열리는 요트에 스며들게 된 것은 마스터 랭케스터와의 만남이 운명적으로 결정되어있었다는 설명일 것 같습니다. 프레디를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하게 된 랭케스터는 프레디가 안고 있는 불안심리를 이용하여 자신의 심리치료에 활용하려는 의도를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이고, 프레디는 자신에게 관심을 쏟아주는 마스터의 존재에 의지할 수 있게 되는 관계로 엮이게 되었던 것입니다. 뉴욕에서 필라델피아로 옮겨 다니면서 자신이 연구개발했다는 치료방법, 일종의 최면요법을 통하여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현재의 건강상의 문제, 심지어는 백혈병까지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랭케스터는 정식으로 의학교육을 받지 않은 일종의 돌팔이 심리치료사로 보입니다.

 

물론 “작가이자 의사이며 핵물리학자이자 이론철학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랭케스터의 말이 백번 틀림없다고 하더라도 의사라는 그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가능한 메뉴가 많은 음식점치고 제대로 하는 음식이 없다고 믿으면 되는 것처럼 특별하게 능력을 보일 수 있는 영역이 없기 때문에 이것저것 모두 걸쳐놓은 것 아닐까 싶었습니다. 랭케스터는 자신의 치료방법이 안고 있는 문제를 논리적으로 파고드는 상대에 대해서는 특유의 달변으로 빠져나가곤 하는데, 프레디는 그런 사람을 찾아가 폭력으로 제압하여 문제를 제기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행동대 역할을 하게 되면서 랭케스터팀에 중요한 인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요즘 같으면 의료법 위반으로 제제를 받게 될 터인데, 랭케스터를 관련 재단의 재정적 문제로 체포하는 것을 보면,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50년대에 이런 방식의 치료술을 행하는 사람들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랭케스터의 체포를 저지하려 폭력을 사용한 혐의로 프레디 역시 랭케스터과 같이 수감되면서 발작을 일으키는 폐소공포증을 나타내는데, 감방에서 풀려난 프레디는 자신의 폐소공포증을 치료하기 위한 랭케스터의 치료방식에 처음 회의를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영화 사이사이에 항해하는 배의 스크류가 일으키는 거친 물살이 멀어지는 모습이 삽입되는 것은 분명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어딘가에 있을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배처럼 우리의 삶 역시 꾸준하게 나아간다는 점을 설명하려고 한 것이었을까요? 감독의 의도가 읽히지 않는 장면들이 적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랭케스터의 시술장면 가운데 참석하고 있는 여성들 모두가 전라의 모습으로 시술장면을 지켜본다거나, 엔딩에서도 생뚱맞아 보이는 프레디의 베드신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랭케스터가 시술하는 과정에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은 랭케스터의 딸이 프레디를 노골적으로 유혹하는 장면도 솔직히 말씀드려서 “왜그러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허허벌판에서 랭케스터가 모터사이클을 시범적으로 타는 모습을 보여준 다음 프레디가 모터사이클을 타고 떠나가는 장면이 시사하는 바도 프레디와 랭케스터의 결별을 표현하기 위한 연출일까 싶다는 생각도 나중에 들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랭케스터와 결별한 프레디가 일상에 적응하여 지내는 중에 팀에 복귀하기를 요청하는 전화를 하는 랭케스터와 찾아간 프레디를 거절하는 랭케스터의 아내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에이미 아담스가 맡은 랭케스터의 아내역은 묘한 데가 있습니다. 분명하게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랭케스터의 코즈연합회를 뒤에서 통솔하는 실질적인 인물로 비친다는 것입니다. 랭케스터는 그저 말빨 좋은 얼굴마담에 불과한 것 아닌가 싶다는 말씀입니다. 그 역시 프레디나 별 다를 것 없는 인생일 뿐이었을까요? 그래서 프레디가 우연히 만난 여자와 섹스를 나누면서 마스터의 치료법을 흉내낸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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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떼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외상후스트레스가 아니군요. 성적스트레스도 무리가 있다면.. 무엇 때문일지.. 여러 장면들로 인해 이해하기 조금 어려운 영화인가봐요. 그럼 전 패쓰해야겠네요.
    전 쉬운 로맨틱 코미디나 판타지가 좋거든요.

    2013.08.02 11:59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눈초

      외상에 해당되는 장면을 충분히 보여지지 않은 탓이라고 해야되지 않을까 싶네요. 영화 취향은 저와 비슷하시네요. 그러시다면 마지막 4중주도 좋으실 듯합니다만....

      2013.08.02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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