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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사랑한 클래식

[도서] 그가 사랑한 클래식

요아힘 카이저 저/홍은정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젊어서부터 음악과 미술 같은 예술부문이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탓인지, 앎을 넓혀보려는 노력조차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이제는 공부를 해볼 기회가 생기더라도 바탕이 얇은 탓에 이해하는데 힘이 많이 드는 것 같습니다. 무슨 공부든지 다 때가 있다는 어른들 말씀이 틀린 게 하다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모처럼 전통 클래식에 관한 공부기회가 생겼습니다. ‘음악비평의 교황’이라 불리는 요아힘 카이저의 <그가 사랑한 클래식>을 읽게 된 것입니다. 1928년 동프로이센에서 태어난 요아힘 카이저는 음악학, 독문학, 철학, 사회학(테오도르 W. 아도르노에게 사사)을 전공했고 <쥐트도이췌 차이퉁>에 입사한 이래 클래식 음악전문 저널리스트로 50년 넘게 음악비평을 싸왔다고 합니다. 독일에서는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와 함께 가장 영향력 있는 비평가로 꼽히며, 1977년부터 1996년까지는 슈투트가르트 음악·조형예술 국립학교의 교수로 재직했다고 합니다.

 

<그가 사랑한 클래식>은 요아힘 카이저의 클래식 에세이입니다. 특히 클래식 애호가들이 그에게 보내온 질문들에 대하여, 독일 유력 일간지 <쥐트도이췌 차이퉁>의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카이저의 클래식 수업’이라는 비디오 칼럼을 통하여 답을 주어왔는데, 2년여 간 연재된 칼럼을 책으로 묶어낸 것이라고 합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녹아나는 글을 쉬운 우리말로 번역되어 어렵게만 생각되는 클래식음악에 한 걸음 다가가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4분 33초 동안 아무 음도 연주하지 않는 휴식을 둔 <4분 33초>라는 피아노곡을 설명하면서 휴식마저도 음악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위대한 음악은 항상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 결코 중단되는 법이 없으며 그 안에 움직임을 품고 있다. 그 속에서 무언가 감동적이고 감정적인 것, 무언가 우울하거나 경쾌한 것이 생겨난다. 말하자면 음악은 어떤 내용, 중요한 가치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휴식, 휴지부는 영혼의 숨고르기와 같다.(33쪽)”

 

<그가 사랑한 클래식>을 읽으면서 몇 차례 눈길이 멎은 것은 바그너에 대한 의문들이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독일에서는 바그너의 음악이 과연 독일 사회에서 용인되어도 좋은가, 라는 문제를 놓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반유대적이며 아돌프 히틀러가 숭배하던 음악가를 진지하게 대해도 괜찮은 것인가의 문제였다.(77쪽)” 역시 일제시기에 친일 행적을 보였던 예술가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에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또한 ‘나치의 기수’라는 제목의 글에서 저자는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거>를 반복해서 듣다 보면 독일국가민주당(1964년 창당한 독일의 극우정당)을 지지할 위험에 빠지게 될까?(207쪽)”라는 질문에 대하여 “독일국가민주당에 표를 던질 이유를 하나도 가지지 않은 자가 바그너의 오페라를 즐겨 듣는다고 해서 갑자기 그 당의 지지자로 둔갑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바그너의 오페라가 정치적 입장의 토대가 될 수 없다.(208쪽)”고 잘라 말하고 있습니다.

 

“피아니스트는 악보를 모두 암기해서 연주해야만 하나?”라는 질문에 대하여 연주자의 기억력에 관한 글도 흥미롭습니다. 연극제작에 참여하다 보면 배우가 아니더라도 조금만 관심을 쏟으면 배우들의 대사를 모두 외울 수 있게 됩니다. 오랜 시간을 배우들과 같이 연습을 진행하다보면 절로 외워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랫동안 훈련을 거치면 악보에 담은 연주내용을 모두 암기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만, 프란츠 리스트의 경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악보를 외우는 일은 절대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반면 요하네스 브람스는 한 번도 악보를 연주회장에 들고 간 적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기억력의 소유자였다고 하구요.(91쪽)

 

조금 아쉬운 점은 57꼭지의 이야기들 가운데는 이야기의 중심이 되었던 클래식 음악을 들어보기를 권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앞서 말씀드린 바그너의 오페라의 경우 ‘클래식, 들어볼까요?’에서는 볼프강 빈트가센이 부르는 바그너의 <로엔그린> 3막 중에서 <머나먼 나라에>를 들어보라 합니다. 느끼신 것처럼 쉽게 구할 수 없는 음악인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책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저자가 추천하는 음악들을 따로 모아 CD로 제공했더라면 이 책이 더욱 빛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허영한 교수님이 오라토리오의 구약성경의 이야기를 담은 <헨델의 성경이야기; http://blog.yes24.com/document/6083672>에서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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