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블로그 커뮤니티를 통하여 시그마북스에서 만들어주신 시사회에서 보게 된 영화입니다. 루시 워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웨이스트랜드>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외곽에 위치한 ‘자르딤 그라마초’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쓰레기 매립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반입되는 쓰레기들 가운데 재활용이 가능한 물건들을 수집하는 사람들을 카타도르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마약이나 매춘과 같이 생명을 갉아먹는 짓을 외면하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간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열심히 노력하다보면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꿈과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김포로 이전해서 사람들의 눈에서 벗어나 있습니다만, 수도 서울에서 나오는 쓰레기들을 난지도에 쌓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는 그동안 숙성과정을 거쳐서 이제는 평화공원이라는근린 생활시설로 우리와 가까운 곳이 되어 있습니다만, 81년이던가 이곳으로 의료봉사를 나갔을 때는 그곳에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분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황석영 선생님의 소설 <낯익은 세상; http://blog.yes24.com/document/5861863>을 통해서 이해하는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의 생활과 영화 <웨이스트랜드>의 화면을 통해서 보는 쓰레기 매립지의 생활은 많은 차이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혹시 영화를 통하여 이곳 사람들의 긍정적인 면만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는 없었을까 싶었습니다.
그들에게 꿈과 같은 일이 일어나게 됩니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 중인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인 사진작가 빅 무니즈가 ‘카타도르’들을 모델로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이들이 수거한 쓰레기를 활용하여 이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작품을 기획한 것입니다. 빅 무니스는 예술과 인문학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카타도르에게 변화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 이 기획을 시작한 것입니다. 빅 무니스와 카타도르의 협업으로 쓰레기 아트(Junk Art)라는 환상적인 예술 작품이 탄생하게 되고, 런던의 미술품 경매에서도 높은 가격으로 낙찰을 받아내는 좋은 결과로 마무리되었고, 이 과정에 참여한 카타도르들은 나름대로의 판단에 따라서 진로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다큐멘터리이다 보니 매립지에서 재활용품을 골라내는 카타도르의 활동은 핸드핼드 카메라로 찍어 역동성을 부여한 것은 좋았지만, 집중도가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난지도에서 보았던 쓰레기매립지와는 전혀 다른 한가한 분위기라는 생각이 들어 세계에서 가장 큰 쓰레기 매립지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난지도에서 재활용품을 얻기 위하여 치열한 경쟁을 벌이곤 했다는 황석영선생님의 소설 내용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고 할까요? 혹시 영상에 담기 위하여 세팅한 장소에서 찍은 것은 아니겠지요? 다큐멘터리라는데... 그리고 빅 무니스의 기획에 참여할 사람들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무슨 기준 같은 것이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생략되어 있었고, 그들의 사연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것이 저의 책임인지도 헷갈리는 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