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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앨리스

[영화] 스틸 앨리스

개봉일 : 2015년 04월

리처드 글랫저

미국 / 드라마 / 12세이상관람가

2014제작 / 20150429 개봉

출연 : 줄리안 무어,알렉 볼드윈,크리스틴 스튜어트,케이트 보스워스

내용 평점 5점

12년 전에 개정판으로 냈던 <치매 나도 고칠 수 있다>의 내용을 다시 보완하여 재개정판을 내자는 출판사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초판에 이어 개정판을 사랑해주신 많은 독자들을 고려한다면 일찍이 개정원고를 진행하고 있었어야 옳았겠습니다만, 개인적인 형편을 생각하다보니 차일피일 미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출판사와의 약속도 있고 해서 지난 겨울 어렵게 시간을 만들어 원고작업을 해서 출판사에 넘겼습니다.

 

새로 바뀐 편집자와의 첫 번째 만남에서 독자의 취향이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건강서적이라고 해도 딱딱하면 자칫 외면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건강서적은 아무래도 전문적인 내용을 다룰 수밖에 없고, 지나치게 가벼우면 꼭 전해야 하는 핵심이 빠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초판이 처음 나온 1997년부터 근 2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꾸준하게 사랑을 받아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초판의 틀을 유지하면서 그 사이에 발전된 내용을 담아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국은 실용적인 내용, 즉 가정에서 치매환자를 돌보는 요령을 요약해서 넣고, 최근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영화-사실을 편집자의 경우인 것 같습니다- <스틸 앨리스>의 이야기를 잘 비벼넣으면 좋겠다는 선에서 이야기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즉, <스틸 앨리스>는 치매책을 보완하기 위해서 감상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부랴부랴 영화정보를 찾아보니 마침 상영 중이기는 했지만, 상영관과 상영횟수가 적어서 관람시간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영화 정보를 챙기다 보니 줄거리가 많이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영화가 끝난 다음에 만난 큐레이터가 알려준 원작소설을 오래 전에 읽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스틸 앨리스>의 원작소설은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 http://blog.yes24.com/document/4335347>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2009년에 소개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고, 금년에는 같은 번역자가 <스틸 앨리스>라는 제목으로 다시 내놓고 있습니다. 아마도 영화의 개봉에 맞추어 다시 번역을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보통 치매에 관한 책은 치매진료를 맡고 있는 의료인이 치매 예방이나 치료에 도움이 될 전문적인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하거나, 치매환자를 간병한 보호자의 경험을 담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스틸 앨리스>의 경우는 독특하게도 치매환자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저자가 치매환자인 것은 물론 아니라 치매를 전공한 신경학자라는 점에서 본다면 환자의 감정을 제대로 담았는가 하는 문제는 논외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스틸 앨리스>는 리처드 글랫저와 워시 웨스트모어랜드의 공동감독으로 2013년에 발표되었는데, 줄리언 무어가 주인공 앨리스역을 맡아 알렉 볼드윈이 앨리스의 남편 역을 맡았고,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막내딸 리디아 역을 케이트 보스워스가 큰 딸 애나 역을 맡았습니다. 줄리언 무어는 <스틸 앨리스>에서의 열연으로 2015년 87회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조발성 치매에 걸린 여주인공이 가족들의 따뜻한 배려 속에서 진단의 충격을 극복하고 꿋꿋하게 투병에 나서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치매와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점들이 있습니다. 환자가 자신에게 무언가 이상이 생기고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닫게 되는 장면입니다. UCLA에 초청받아 강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익숙하게 써왔던 단어가 혀끝에서 맴돌면서 생각이 나지 않는 장면입니다. 즉 기억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시사하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나온 연구에 따르면 조발성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경우 기억력이 잘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50세에 치매증상이 나타난 이유가 가족성 알츠하이머병이기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뇌에 축적되는 아밀로이드라고 하는 이상단백질이 대사되는 과정에 간여하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긴 경우로 가족성으로 발병한 사례가 보고되어 있습니다. 영화에서도 큰 딸이 바로 유전자 이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와 앨리스로 하여금 큰 딸에게 미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앨리스의 아버지가 아마도 치매를 앓았을 수도 있는데 알콜중독에 가려서 검사를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기억력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서도 노화성 건망증 정도로 치부하던 앨리스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 결정적 계기는 바로 공간에 대한 지남력장애를 암시하는 상황을 맞으면서입니다. 즉 평소에 다니는 조깅코스에서 갑자기 등장한 종교인에게 붙들리는 바람에 코스를 이탈하는 순간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헷갈리는 바람에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처럼 치매환자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처하면 공간개념이 무너지면서 공황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은 남편과 함께 바닷가에 있는 가족별장에 갔을 때,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즉 테라스에서 남편과 이야기하다가 집안으로 들어섰는데 화장실이 어디에 있는지 분간하지를 못하는 것입니다. 공간감각에 문제가 생긴 치매환자의 경우에는 사소한 부분이라도 익숙한 환경을 바꾸어서는 간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기억력장애가 점차 진행되는 것을 느끼게 된 앨리스는 스스로를 위한 처방을 준비하게 됩니다. 치매라는 끔찍한 질병이 결국 자신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잘 알고 있는 앨리스는 자신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대안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즉, 기억장애의 한계를 정하고 그 순간이 되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컴퓨터에 몇 가지 질문을 적어 두고 그 질문에 하나라도 답변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나비’라는 제목의 파일을 열고 거기 적힌 대로 이행하도록 한 것입니다. 파일 ‘나비’에 적혀 있는 행동지침은 바로 욕실 약장에 있는 수면제를 모두 삼키는 것입니다. 앨리스는 파일 ‘나비’에 적혀 있는대로 행동할 수 있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연기활동을 시작한 리디아가 어머니의 곁을 지키기 위하여 집으러 돌아온 것입니다. 남편은 메이오대학의 제안을 받아 미네소타의 로체스터로 떠났는데 말입니다. 치매환자의 일차 간병은 아무래도 가족이 맡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환자에 대하여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환자 역시 익숙한 가족과 같이 생활하는 것이 병증이 완만하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는 앨리스가 환자들로 구성된 자조모임을 이끌고 알츠하이머협회에서 강연을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러데 강연의 원고를 직접 작성하고 강연을 성공리에 끝마치고 있는데, 이 부분도 가능할까 싶습니다. 저의 선친께서도 평소에 많은 글들을 써오셨기에 돌아가신 다음에 유고집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원고를 검토하다 보니 가벼운 치매증상이 나타날 무렵부터는 써놓으신 글이 없었습니다. 아마도 글내용이 일관되지 못할 것을 우려하셨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사연이 있었기 때문에 앨리스가 대중강연을 위한 원고를 직접 쓰고 강연까지 마칠 수 있었다는 것이 대단하면서도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본 드문 사례라고는 하지만 결국은 환자가 아닌 치매전문가가 쓴 소설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정확한 사실에 바탕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치매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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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기쁨주기

    알츠하이머를 주제로 한 영화들이 꽤 있는데 수작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우리의 현실이기에 공감대가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리뷰는 쓰지 않았지만 줄리안 무어의 연기는 여우주연상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2015.06.28 20:45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눈초

      ㅎㅎ 줄이언 무어의 독무대라고 하면 지나칠까요?
      리디아역의 연기도 좋더군요.

      2015.06.29 21:57
  • 스타블로거 파란하늘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가족을 가진 사람들은 울면서 이 영화를 보게 되더군요. 의학적으로 맞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알고 보고 있는 현상과 매우 흡사해서..눈물이 나더군요.

    2015.06.29 00:09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눈초

      원작자가 신경의학자이기 때문에 의학적인 내용들이 잘 배치되어 있지요..

      2015.06.29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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