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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화의 '이야기가 있는 세계여행'
세상의 다른 곳, 베네치아(2)

 ▲ 총독궁


총독궁 앞을 지나 산마르코 광장으로 이동하였다. 도제(Doge)라고 하는 베네치아공화국의 국가원수가 거처한 궁전은 813년 성마르코성당과 함께 건축되었는데, 현재의 건물은 1308년부터 1424년에 걸쳐 지은 고딕양식의 건물이다. 아래 두층은 우아한 아케이드로 이루어져 있는데, '건물의 전면은 흰색 석회암과 분홍빛 베로나 산 대리석을 사용한 마름모 문양의 무어(Moore)식 취향으로 장식되어 건물의 무게감이 사라진 듯 아른거리는 효과를 자아낸다.'라고 패트리샤 포르티니 브라운은 적었다.(1)

산마르코대성당 쪽의 파사드에는 베네치아의 수호성인 '성 마가의 사자' 석상이 있고, 2층 아케이드의 일곱 번째 기둥에는 원형머리장식으로 도시 최고의 미덕인 '정의'를 상징하는 부조를 새겼다. 양 옆에 사자가 호위한 가운데 솔로몬의 의자에 앉은 여성은 오른 손에는 검을 왼손에는 다음과 같은 명문이 적힌 두루마리를 펼쳐들고 있다.

"나는 공정함과 강함에 군림하며, 바다는 나의 분노를 씻어내린다.(FORTIS IUSTA TRONO FURIAS MARE SUB PEDE PONO)" 총독궁에는 티치아노의 '스폴레토 전투'를 비롯하여 "평화를 너에게, 복음서가 성 마가(PAX TIBI MARCE ENVANGELISTA MEVS)"라는 경구가 적힌 책을 펼치고 있는 비토레 카르파초의 '성 마가의 사자' 등 당대의 유명한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 산 마르코 광장의 카페


총독궁을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성마르코 성당이 있고 그 앞으로 널따란 광장이 열린다. 밀물이 물러간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광장은 가운데는 아직도 물이 고여 있다. 광장 주변에 있는 레스토랑 앞에는 식탁 없이 의자만 내놓고 있다. 그런데 의자가 모두 식당 쪽으로 놓여있는 것은 식당 앞에 있는 작은 무대에서 악단이 연주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레스토랑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악단이 손님의 희망곡을 연주해준다고 했다.

장방형의 광장의 중간쯤까지 걸어가서야 성 마르코 성당의 위용이 한 눈에 들어온다. 공사 중인 듯 성당의 오른쪽 파사드가 천막으로 가려져 있어 아쉽다. 우리와는 달리 캄포 산 모이세 쪽에서 보카 디 피아차(광장의 입구)를 통하여 들어온 존 러스킨은 산 마르코 성당에 이르기까지를 이렇게 묘사했다.

"열주들 사이에 숭고한 빛이 떨어지고 그 중앙으로 천천히 나아갈 때 산 마르코의 거대한 탑은 가지각색의 돌바닥으로부터 스스로 몸을 일으키는 듯하다. 양쪽으로는 무수히 많은 아치들이 대칭으로 줄지어 늘어서 있으며, (…) 다양한 열주들과 흰색 돔들이 모여 다채로운 빛깔의 높고 낮은 피라미드형상을 이루고 있다. (…) 열주의 꼭대기에는 복잡하게 얽힌 트레이서리, 단단하게 얽힌 목초, 너울대는 아칸서스와 포도 덩굴 잎, 그리고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처음과 끝을 맺는 신비한 기호들로 가득하다. 열주 위의 아키볼트 안에는 천사들, 천국의 상징, 인간의 노동이 각각 대지 위에 정해진 계절과 함께 끊임없는 언어와 삶의 연결고리가 되어 나타난다."(2)

 ▲ 산 마르코성당


산 마르코 광장의 동쪽 끝에 자리한 산 마르코 성당은 벽면을 금박 모자이크로 가득 채우고 있어 황금의 교회(Chiesa d'Oro)라고 부르기도 한다. 828년 이전까지 베네치아는 아마세아의 성 테오도로를 수호성인으로 모셨다. 테오도로에게 봉헌된 성당은 지금의 산 마르코 성당 부근에 있었다.

828년 이슬람세력의 박해가 시작되자,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 모셔졌던 성 마르코의 유해를 베네치아로 옮기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베네치아의 도제는 성 마르코를 베네치아의 새로운 수호성인으로 정하고, 성 마르코의 유해를 모실 성당을 도제궁(총독궁) 옆에 짓기 시작했다. 산 마르코 성당은 콘스탄티누폴리스에 있는 성 사도 대성당을 모방하여 832년에 완공되었다.

이때 지은 성당은 976년에 발생한 폭동에 불타는 바람에 978년에 재건되었으며 1063년부터 1094년에 이르기까지 보완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도제의 개인성당이었던 산마르코 성당은 1807년부터는 베네치아교구의 주교좌성당이 되었다.(3)

 ▲ 산 마르코성당의 파사드 테라스에 올려진 콰드리가(상), 출입구에 그려진 예수의 삶에 관한 그림들(하)


산 마르코 성당의 백미는 내부와 외부를 장식하고 있는 모자이크이다. 황금과 청동, 유리를 비롯한 값비싼 광석을 이용하여 약 8,000㎡에 달하는 공간을 고딕양식과 비잔틴양식으로 장식한 모자이크는 예수의 삶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산 마르코 성당에서는 이스탄불에 있어야 할 유물들을 볼 수 있다.

1204년 베네치아의 도제 엔리코 단돌로가 제4차 십자군 원정대를 꼬드겨 콘스탄티누폴리스를 함락하고 약탈해온 것들이다. 그 대표적인 유물이 산 마르코 성당의 정면 테라스에 올려놓은 '콰드리가(quadriga)'라는 이름의 청동제 말 조각상이다. 콰드리가는 말 네 마리가 끄는 이륜전차로 고대 로마시절 전차경주에서 사용되던 것이다.

이스탄불 역시 콰드리가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모양이다. 원래는 그리스의 히오스 섬에 있던 것을 동로마제국의 테오도시우스 2세 황제가 콘스탄티누폴리스에 있던 전차경기장 히포드럼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콰드리가의 기구한 운명은 그것으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 1204년 베네치아로 옮겨온 뒤 1254년부터 산 마르코 성당을 장식하면서 '산 마르코의 말(Cavalli di San Marco)'로 개명까지 당한 콰드리가는 1797년 나폴레옹군이 베네치아를 함락한 뒤 파리로 옮겨졌다. 나폴레옹은 1808년 루브르 궁전의 카루젤 광장에 세운 개선문 위에 콰드리가를 올려놓았다.

하지만 나폴레옹이 쫓겨난 뒤 1815년에는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성당의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산 마르코 성당의 정면 테라스를 지키던 콰드리가는 대기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청동이 부식되기 시작하자 성당 내부의 박물관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는 복제품을 세워 놓았다.

그밖에도 이집트산 자주색 반암에 새긴 사두정의 네 황제들(The Tetrachs)과 팔라 도르(Pala d'Oro)가 콘스탄티누폴리스에서 약탈해온 것들이고, 하기아 소피아에서 뜯어온 대리석 판석이 성당내부에 깔려있다.(4)

 ▲ 산 모이세 교회(좌), 시나이산의 모세(우. 위키피디아에서 인용함)


광장을 가로질러 존 러스킨이 광장에 들어왔던 골목으로 들어가면 샤넬, 루이비통, 프라다 등 명품점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가이드들은 여행사 상품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모두 쇼핑에 목숨을 거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나 보다. 적지 않은 시간을 명품점에 붙들어 두었지만, 실제로 명품을 구입한 분은 없던 것 같다. 그리고 얻은 얼마 되지 않는 자유 시간을 이용해서 이 골목에 있는 산 모이세 교회(Chiesa di San Moisè)에 잠시 들렀다.

8세기경에 처음 지어진 이 교회는 모세에게 헌정되었다. 베네치아에서는 비잔틴제국처럼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이 예언자를 성인의 반열에 올리고 있었다. 교회는 9세기경에 재건축되었다가 1668년 바로크양식의 파사드를 세웠다. 모이세교회의 파사드는 빈센쪼 피니(Vincenzo Fini)가 후원하고, 알레산드로 트레미뇽(Alessandro Tremignon)가 건축설계를 맡았다.

파사드 조각의 일부는 하인리크 마이링(Heinrich Meyring)의 작품이다. 성당의 내부는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었는데, 엄숙한 분위기라서 사진은 찍을 수 없었다. 시나이산에서 십계명을 받는 모세를 새긴 마이링의 조각 작품에 모레이터(Morlaiter)의 그림을 곁들인 작품이 압권이며, 천장의 성화와 피에스타 조각 등이 볼만하다.(5)

이어서 선택상품인 곤돌라를 타러가야 했기 때문에 자유시간은 짧기만 했다. 결국 종탑에는 올라가 보지도 못했다.

참고자료
(1) 패트리샤 포르티니 브라운 지음. 베네치아의 르네상스 73쪽, 예경, 2001년.
(2) 존 러스킨 지음. 베네치아의 돌 136-137쪽, 예경, 2006년
(3) Wikipedia. St. Mark's Basilica.
(4) 나무 위키. 산마르코 대성당.
(5) Wikipedia. San Moisè, Venice.

 

메디칼 타임스: 기사입력 2016-06-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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