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독서 습관 캠페인


찌질한 위인전

함현식 저
위즈덤하우스 | 2015년 06월

 사람을 찌질하게 만드는 대표적 원인 가운데 하나는 '주객전도'다. 그러한 주객전도의 대표적 사례는 '본질과 권위'의 관계 역전이다. 권위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한 개인이 가진 권위가 있고, 학문적 원리나 법칙이 가진 권위가 있을 수 있겠다. 사회적 위치나 명예에도 권위는 존재한다. 그리고 모든 종류의 권위에는 '본질적 가치'가 있다. 어떤 것에 대한 사회적 인정의 합의를 권위라 한다면, 그 '어떠한 것'에는 반드시 권위를 부여할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본질적 가치가 먼저고, 권위는 그다음이다. 본질적 가치가 있어야 한다. 본질적 가치가 선행 조건이고, 권위는 부수적 결과이다. 이렇게 단순한 도식이 역전되는 상황, 본질을 잊고 권위에 매몰되는 순간 사람은 찌질해지기 쉽다. 우리는 살면서 그런 찌질함을 수없이 목격하기도 하고 스스로 그렇게 되기도 한다.

 파인만이 물리학자로서 나름의 뚜렷한 족적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가 기존 지식이 가진 권위에 매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존 지식이 가진 권위에 매몰된다는 것은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거나 이해하지도 못한 채 학습하는 것을 말한다. 파인만은 그러한 태도를 스스로도 용납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신에게 물리학을 배우는 학생들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다. 때문에 파인만은 어린 시절부터 책에 나온 각종 공식들을 그저 문제를 풀어내려고 무작정 외운 적이 없었다고 한다. 특정 현상에 대한 원리를 설명하고 법칙화한 내용을 보더라도 그 자신이 직접 현상을 보면서 이해하거나 스스로 입증해야지만 그것을 받아들였다. 파인만이 다른 사람들보다 늘 한 발 앞서 기존 사고와 원리의 틀을 깨는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 파인만은 기존 이론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전복적 사고로 물리학은 물론 다른 과학 분야에도 많은 기여를 한 바 있다.

 강의를 진행하면서 파인만은 그 이유를 절실히 깨달았다. 물리학의 숱한 개념과 정의, 벅칙과 원리들은 실제 현상을 바타응로 한 것임에도 그들이 공부하는 책에는 그러한 현상에 대한 언급 없이 그저 개념과 법칙들만 수두룩 빽빽하게 적혀 있어, 학생들은 말 그대로 '달달' 외우는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인만이 강의 도중 어떤 개념에 대해 학생들에게 물었을 때, 처음에는 5초도 되지 않아 정답을 술술 말하면서도 이후에 다시 한 번 같은 개념을 비틀어 물어보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 못한 학습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리 없다. 그래서 파인만은 브라질에는 과학이 없다고 말한 것이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