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튀어 오를 때 장기 채권을 담아라
박용범 독서작가(2022)
우리 고유의 주가 상승 동인이란 바로 '수출 경기와 기업 이익' 즉 펀더멘털이다. 투자는 세상의 변화에 대한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한국 주식과 채권 시장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2%에 불과하다. 금리 상승은 곧 경기 둔화와 자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다시 금리를 내리고 어쩌면 수년 후 또다시 양적완화라는 해묵은 카드를 꺼내 들지도 모른다. 금리가 추세적으로 오르기 어려운 이유는 전 세계에 피할 수 없는 고령화 물결이 밀려온다는 것이다. 고령화가 단지 잠재성장률의 둔화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공적·사적연금의 성장은 장기채에 대한 강한 매수세로 금리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따라서 금리가 튀어 오를 때 정기 채권을 담을 채비를 해둬야 한다. 채권 투자 수익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금리 고점에서 만기가 긴 채권을 사두면 어떤 투자보다 훌륭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요즘에는 개인도 소액채권을 쉽게 매매할 수 있다. 앞으로 만기가 더 긴 장기국채가 발행되면 더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될 것이다. 특히 금리가 하락세로 꺾이는 변곡점에서 장기 채권을 사두면 단기 투자 수익도 매우 짭짤할 것이다.
공부를 하지 않고 투자하는 것은 카드를 보지 않고 포커를 하는 것과 같다. 갑작스러운 금리 상승은 세계 위험자산 시장 전체를 얼어붙게 한다. 가계든 기업이든 정부든 지금 빚이 너무 많다. 현재 주요국의 국가부채 비율을 보면 거의 역사상 최고 수준이다. 가계 빚은 민간 소비를 제한한 은행 빚은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신용 확대를 억제한다. 그리고 국가의 빚은 안정된 거시 운용과 경기부양을 제한하고 있다.
미국 경제는 오랫동안 이어 온 세계화로 인한 양극화 그리고 금융 서비스 위주의 경제체제, 그로 인한 제조업의 몰락을 겪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년의 미국 경제는 좀 다른 면이 있다. 예전보다 훨씬 낮은 이자율과 중앙은행의 폭풍 자산 흡입, 전인미답의 통화정책으로 미국 경제가 저금리와 자산 시장(주식·주택 시장)에 너무 깊숙이 의존해서 '부(富)의 효과'로 돌아가고 있다.
지금은 채권이 제일 비싸고 주식이 제일 싸다. 채권에 투지해서 돈 벌겠다는 생각이 없는 중앙은행들이 채권을 사 모으는 바람에 채권 가격이 폭등하고 금리가 폭락했다. 금리가 이렇게 낮으니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면 부동산과 주식시장도 붕괴될 것이다. 금융시장에서는 대체로 미 국채 10년 만기 기준으로 3%가 넘으면 이런 상황이 올 수도 있겠다고 평가한다.
한국 증시의 단기 운명은 결국 글로벌 증시라는 커다란 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역사적으로 보면 한국 증시의 위험은 항상 선진국 쪽에서 비롯됐다. 미국 경제가 과연 건강하게 더 순항할 수 있는가. 경기 확장에도 불구하고 금리는 계속 안정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등의 문제이다.
미국 증시는 2009년부터 달력 날짜를 기준으로 약 2,900일 동안 올랐다. 이는 1987년부터 2000년 닷컴 버블 때의 4,500일 랠리에는 못 미치지만, 1949년 이후 가장 긴 강세장 기록이다. S&P 500 지수는 2009년 3월 저점 660선에서 거의 쉬지 않고 올라 2022년 5월 현재 4000선으로 12년 동안 약 6배 가까이 올랐다. 주가 피로도가 많이 쌓여 있는 상태이다.
1960년대 베트남전쟁 때 풀렸던 돈이 1970년대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낳았던 것처럼, 양적완화와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풀려나간 돈이 곧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지금 한국 경제는 모든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결별이 절실한 시점인지도 모른다. 가계부채 중심의 성장, 건설과 토목 중심의 성장, 양적인 성장, 저부가가치 서비스 산업 중심의 내수 경제, 중국에만 의존한 수출, 대기업에만 의존한 성장, 특정 한두 산업에만 의존한 성장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플레이션의 시대(김동환, 김일구, 김한진 공저)》에서 일부분 발췌하여 필사하면서 초서 독서법으로 공부한 내용에 개인적 의견을 덧붙인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