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그리움에 행복하다
공부자 박용범 독서작가(2022)
사랑하는 아내가 속절없이 세상을 등져버렸다. 아내와 이별한 후 어둠 속에 버려진 시간들의 파편 속에서 저자는 '시'를 쓰면서 그 시간들을 위로받고 있다. 사랑에 대한 그리움은 사랑에 대한 시로 삶을 이어가게 한다.
'화초 위에 맺힌 물방울로,
성모자상 앞에 놓인 묵주로,
아침이면 커피 내리는 소리나 그 향기로
신문 위에 놓인 붉은 테의 돋보기로,
때론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로,
가을만 되면 이미 소파에 놓여있던 담요로,'
당신은 늘 거기에 그렇게 있었습니다. 삶의 흔적으로 가 아니라 삶의 동행으로 지금도 일상을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묻어나는 당신의 향기에 취해 오늘도 하루를 행복하게 열심히 살아가려고 합니다. 그것이 천국에 있는 당신에게 내가 온전한 마음을 드릴 수 있는 최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식탁에서 가장 즐거운 화제 중 하나는
이제는 빈자리가 된,
그 자리에 앉았던 아내를, 엄마를 흉보는 일이다.
자기한테 불리한 얘긴 못 들은 척한다거나,
우리가 좋아하는 순대 국밥을 싫어한다거나,
아침잠이 많았다거나,
우린 서로 웃으며
엄마를, 아내를 따뜻하게 추억한다'
이제는 식탁에 딸과 빈자리 하나 놓고 둘이서 식사를 한다. 남편과 딸은 지난 세월 행복하게 살아온 시간들을 그리워하면서 오늘 단둘이서만 식탁에 앉아 있다. 왠지 쓸쓸할 것 같은 식탁에 빈자리의 엄마가 대화 상대로 자연스럽게 등장하면서 그 시절 행복했던 시절에 빠져보게 되는 식사 시간이다. 육체는 비록 이 세상 사람이 아닐지라도 추억 속에 남아 있는 정신의 세계에서 함께 웃고 울면서 희로애락을 공유하는 우리는 아직도 진정 사랑하는 가족으로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젠 나 혼자 메모지를 손에 쥐고
거대한 마트 안을 돌아다닙니다.
그러다가 문득 앞서가던 당신이 보이지 않아
난 갑자기 멍해지고 불안해집니다.
오른쪽으로 돌면 당신이 있을까,
물건을 고르고 있는 당신을 지나쳐온 건 아닐까,
자꾸만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지만
유기농 야채 코너에도, 정육 코너에도
당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부부가 함께 마트에서 장을 보며 지나온 세월들이 그리워진다. 그것이 일상이고 행복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행복한 삶이 멀리 있거나 결과물이 아니라 살아가는 일상 속에 있다는 진리를 되뇌게 된다. 삶은 일상의 연속이다. 그곳에 행복이 깃들어 있고 사랑이 있는 것이다. 자꾸 먼 하늘만 쳐다보며 꿈만 꾸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는 법이다.
'그렇게 느긋하게 내 뒷모습을 바라보며 걷던 당신,
그래서 늘 거기 있다고 생각했던 당신이
휑하니 앞서가버린 후
늘 뒷모습만 보여주던 날들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걸음걸이 하나 못 맞추던 날들이
그렇게 후회될 수 없어요.'
부부로 살아가는 것은 함께 발걸음을 맞추는 것이네요. 기나긴 인생에 옆에 서서 오손도손, 아기자기하게 동반자로 가는 것이지요. 아무런 욕심도 없이, 아무런 바람도 없이, 그냥 그렇게 상대방을 위해 주면서 살아가는 것이 커다란 행복입니다. 일확천금으로는 그런 행복감을 결코 느낄 수 없지요. 감정의 공유도 대화로 이어지는 동반자 관계는 부부가 행복해지는 길이지요. 내 성질대로만 살아가려고 하지는 말아요. 걸음이 빨라도 걸음이 느린 당신에게 보조를 맞추어 함께 발맞추어 걸어갈 수 있는 심리적인 안정과 여유를 가져야 해요. 평상시에 수행 정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으면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봐요. 배려심으로 돋보이는 부부는 사랑이 꽃 피는 아름다운 가정을 이룰 수밖에 없지요. 존중과 배려로 살아가는 동반자의 자세가 행복한 가정의 첩경이네요. 오늘을 놓치지 말고 바로 옆에서 채워주며 함께 걸어가는 오늘이 진정한 행복 시대임을 알기에 당신에게 사랑스러운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한 편의 시를 써 봅니다.
《그녀를 그리다(박상천 저)》에서 일부분 발췌하여 필사하면서 초서 독서법으로 공부한 내용에 개인적 의견을 덧붙인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