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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리커버 특별판)

[도서] 보건교사 안은영 (리커버 특별판)

정세랑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정세랑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접한 건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이었다. 그 에세이를 읽고 앞으로 정세랑 작가님의 소설 작품들도 하나하나 읽고 싶어졌다. 그 맑고 깨끗한 사고방식을 가진 작가가 써내려간 소설은 또 얼마나 훌륭할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렇게 읽게 된 첫 소설 책이 『보건교사 안은영』이다.


각 장마다 새로운 에피소드가 등장하는데 내용이 계속 이어지지는 않지만 마치 하나의 단편소설 같아 그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각 장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는데 어떤 장은 뭉클하기도 하고 어떤 장은 소소하지만 귀여웠던 인물들도 있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 장은 맨 마지막 장인 「돌풍 속에 우리 둘이 안고 있었지」이다. 여기서는 용의 저주(?) 비스무리한 것의 영향으로 인해 사람들이 서로를 혐오하고 소수자들을 차별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학교 내에서 절도나 성추행이 일어나는가 하면 성 소수자나 장애인을 비하하는 일까지 가지각색의 폭력이 일어난다.

_ p. 255
인표는 교양이 풍부했으므로 인류 역사의 시작부터 늘 있었던 동성애가 ‘교정’대상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중략)
“더러워서요. 더러워서 때렸어요.”
더러운 게 뭔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게 교사로서 참담했다.

이 책에서는 이런 상황이 벌어진 독이 퍼져서, 저주를 받아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이라 묘사되지만, 이 저주받은 현상이 우리의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자 분한 마음이 들고 부끄럽기도 했다. 작가님은 아마 이 대목에서 지금 우리 일상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차별과 혐오 등을 들추어내고자 했을 것이다. 이걸 이렇게 소설 속에 녹여내다니... 왜 다들 정세랑 작가님을 좋아하는지 이해가 되네요.


_ p. 271
어차피 언젠가는 지게 되어있어요. 친절한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을 어떻게 계속 이겨요. 도무지 이기지 못하는 것까지 친절함에 포함되어 있으니까 괜찮아요. 져도 괜찮아요.



그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장은 「전학생 옴」이다. 전학생 혜민은 마흔 몇 번씩 환생하면서 옴을 잡고 있는 고등학생이다. 사람들이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자신을 희생하면서 살아왔다. 이런 혜민이 안쓰러웠던건지 은영과 인표는 수술을 하도록 해주었고 혜민의 새 출발을 응원해주었다. 이 장은 뭔가 은은하면서 따뜻했다.

p. 222
마흔 몇 번 옴을 잡으며 살았으면 세상에 베푼 친절은 다 베푼 거라고도 했다. 고전적인 얼굴로 어마어마한 현대를 살아가는데에만 집중하라는 충고에는 일리가 있어서 혜민은 새겨들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기억에 남는 은영의 속마음 한 마디.

p. 216
내가 너를 싫어하는 것은 네가 계속 나쁜 선택을 하기 때문이지 네가 속한 그 어떤 집단 때문도 아니야. 이 경멸은 아주 개별적인 경멸이야.


미국 국적을 가진 매캔지는 이 책에서 악역을 맡고 있는데, 인표가 가격 흥정을 붙이자 자기가 교포라서 돈을 밝힐 것 같냐고, 자신은 이 때문에 상처 받았다고 피해의식을 드러낸다. 그러자 은영은 속마음으로 반박하게 되는데 그게 위에서 인용한 부분이다. 은영의 생각을 읽어보면, 정말 틀린 말이 하나도 없어 읽는 동안 속 시원했다.
어떤 개인에 대한 비호감이 그 개인이 속한 집단에 대한 비호감으로 번지지 않는 그런 마음가짐. 이게 정말 옳은 것 같다.



정세랑 작가님의 가치관은 배우고 싶고, 닮고 싶은 부분이 꽤 많다. 그리고 소재도 내용도 참신했던 것 같다. 앞으로도 정세랑 작가님의 작품들을 쭉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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