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연을 쫓는 아이에 빠져 있었다.
책을 읽다가 살짝 낮잠을 잤는데 아미르 잔~이 나왔다. 이런 경험은 정말 처음이다.
워낙 책 읽는 속도가 무척이나 느린 나에게 연을 쫒는 아이는 500페이지가 넘어 이번 주말에 이 한권 밖에 읽지 못했음에도 뿌듯함은 보통 때의 갑절 아니 * 10배는 강하다.
연이라는 소재도 그렇고 아프가니스탄의 굴곡진 역사부분도 우리나라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많아서인지 왠지 가깝게 느껴졌고 놀라운 작가의 구성력, 예측하기 어려운 내용 전개에 책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성공한, 남성미가 넘치면서도 강직한, 그러면서도 어려운 이들을 도울 줄 아는 존경받는 사람인 바바의 아들 아미르와 그 집의 하인인 알리의 아들 하산을 중심으로 이야긴 전개된다.
사냥을 좋아하고 남자다운 강인하고 무뚝뚝한 아버지 바바에게 인정받고 싶어 노심초사하고 언제나 애정을 갈구하는 연약한 아미르는 책읽기와 소설쓰기를 좋아하는 아이이다. 항상 주인인 아미르를 위해 희생하는 하인 하산에게 바바가 관심을 보이는 것에도 질투하는 아미르는 어버지 바바가 자기에게 아미르 잔~(잔이라고 붙여주는 것은 애정혹은 존경의 표시)이라고 불러주는 호칭 하나까지 기억하는 섬세한 아이이다.
아미르와 하산은 주인과 하인이라는 신분차이가 있었지만 그들의 아버지인 바바와 알리가 그랬던 것처럼 친구처럼, 형제처럼 한집에서 크게 된다.
하지만 신분의 차이로 인해 아미르는 자신의 둘도 없는 친구로서의 하산과 자신의 말이면 무조건 복종하는 하인으로서의 하산 속에서 갈등하던 그날..
결정적인 연날리기를 하던 그날에 아미르를 위해 희생한 하산을 보면서도 완전한 친구도 주인도 아닌 용기 없는 방관자가 되어버린 아미르는..자신의 모습에 아주 오랫동안 괴로워하다 하산의 아들 소랍을 통해 스스로를 용서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연을 쫓는 아이...에서 연은 아미르와 하산을 연결해주는 고리가 되었으며 그 둘을 갈라놓은 사건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결말에 연을 통해 소랍과의 소통의 실마리를 풀게 되는 “연”은 이 소설과 아프가니스탄 국가의 현실과 참 많이 닮아 있다. 연실 하나에 의지한 불안한 현실, 이기기 위해 유리로 풀을 먹인 연실이 핏물이 들어야 하는 현실, 그러나 순수함을 잃지 않는다면 다시 회복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조금 더 빨리 아프가니스탄이 자유로운 연이 되어 훨훨 날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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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르의 인간적 약한 모습이 내 속에 숨어있는 나약함과 선하지 못한 것들을 들추어보게 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양심의 무게로 살아가는 그 순수함, 다른 이름으로는 성장하지 못한 아이의 모습, 그러나 늦게나마 깨닫고 값을 치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아름다운 용기에 나는 응원을 보낸다.
하산 대신 소랍을 위해 연을 쫓는 아미르를 그리며...
* 허삼관 매혈기처럼 여기에도 아프가니스탄의 현실 - 신분이나 인종 차별 문제, 여성들의 억압, 텔레반의 횡포 등 -을 잘 표현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선 좀 더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
앞으로 도둑질(거짓말은 상대방이 진실을 알 권리를 훔친 것이요. 살인은 누구의 부모 또는 아이들 훔친 것이라는 바바의 가르침)을 하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며 작가의 다른 작품 <천개의 찬란한 태양>을 읽을 기대를 해 본다.
ps. 잘 쓴 것 같진 않지만.. 내가 쓴 서평 중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린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