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적 이야기나 실화를 재구성해서 유머스러우면서 사소한 일상에서 의미 있는 삶의 순간을 잡아내는 데 탁월하다는 평을 듣고 있는 밥 그린!
그의 작품 <친구에게 가는 길>은 푸른숲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책이다.
사실 난 푸른숲 베스트 도서 중 <민희, 파스타에 빠져 이탈리아를 누비다>를 읽고 싶다고 소리 높여 외쳐 당선 되었으나 나에게 온 책은 <친구에게 가는 길>이었다.
그래서 살짝 기쁨 보다는.. 아쉬움이 남아서인지 왠지 미뤄두고 있다가 읽게 되었다.
이 글의 전체평을 한마디로 이야기 하자면.. 잔잔함이다.
담담한 남자들의 우정, 인생 그래서 오히려 가슴이 먹먹한 느낌이 든다.
사실적이면서도 섬세한 문체가 매력 있다.
밥과 잭의 만남은 오하이오 주 벡슬리 캐싱엄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서였다.
밥이 코피를 쏟고 있는 것을 잭이 발견하여
(글에선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 밥이 다쳤어요!” 나는 모르는 아이였지만 그 아이는 내 이름을 알고 있었고, 나를 위해 용감하게 일어서서 나의 위기상황을 선생님께 알렸다. 잠시 후, 나는 양호실에 누워 있었고, 피범벅이던 얼굴은 깨끗해졌고 곧 괜찮아질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소리도 들었다. 처음으로 내 이름을 불러주고, 나를 위기에서 구해준 그 아이가 바로 ‘잭 로스’였다.]
아! 생생하면서도 밥의 감정을 너무나 잘 표현한 문장이다. ㅎㅎ)
처음으로 인연을 맺게 된 사연에서부터 잭이 암에 걸려 오래 살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돼 고향으로 내려와 친구(ABCDJ)들과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50년간의 추억과 남자의 인생, 의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방사선치료와 약물치료를 받도록 병원에 데려가고 치료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집에 데려다주는 시간도 품도 많이 드는 일이었는데도 ‘통화를 그만 해야겠어. 오늘은 잭을 데리고 병원에 가야 해. 거기서 잭의 머리를 찐빵처럼 만들어주거든’라며 대단찮은 일이라는 듯, 장난스럽게 이야기 하는 척의 행동이나
밥이 아내를 잃었을 때 ‘시카고야, 오늘 아침 첫 비행기를 탔어, 자네가 아무도 만나고 싶어하지 않으리란 걸 알아. 방금 호텔에 들어왔어. 계속 여기 있을 테니까 내가 자넬 위해 할 일이 있다면 언제라도 연락하게”라는 말과 함께 밥의 곁에서 침묵을 함께 나누어 준 잭의 우정과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보면서
나의 가장 오랜 친구를 기억했다.
아이들 키우느라 바쁜 나의 친구와 회사 일에 바쁜 나.
그리고 각자의 사는 모양이 달라, 사는 곳이 멀어 본지가 한참 되어 버린 친구들.
내가 친구들에게 가장 주지 못했던 건 다름 아닌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번쩍 들면서
친구들에게 먼저 문자와 전화를 하는 걸로 오늘 퇴근 이후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기회가 된다면 음악과 친구를 소재로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을 풀어냈다는
밥 그린의 <학창시절>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