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이야기가 있었다. 비전문가인 개인, 환자가 육신의 고통 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힘든 상황에서도 직접 나서서 이 병이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닌 기업과 사회의 문제임을 증명해야 한다.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따로 없다. 다른 사람들은 당장 나의 일이 아니니 관심도 없다. 그러다 다른 한 쪽에서 같은 증상의 환자들이 보고된다. 점점 피해자들이 늘어가면서 그제서야 사회적 이슈가 된다. 그러나 기업과 정부는 당당하다. 그 당시의 법과 제도를 준수했으므로. 오랜 싸움끝에 결국 법과 제도는 조금이나마 개선된다. 하지만 떠나간 피해자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앞으로도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물질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다. 비슷한 문제는 언제든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 누구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너무나 당연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은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아픔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 외에도 세월호 희생자 이야기, 성소수자 이야기 등이 기억에 남는다. 성소수자는 질병이 아니라는 의학적 결론이 이미 오래전에 났다는 부분은.. 부끄럽지만 몰랐다. 그동안 그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시선들로 얼마나 힘들었을까.
작가님은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많이 만나니 힘들고, 그 뒤에 쉽게 바뀌지 않을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파헤치니 또 다시 한 번 더 힘드실 것 같다. 읽는 나도 이렇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데...
책은 비가 많이 올 때, 방법이 없을 때는 함께 비를 맞아야 한다고 했다. 나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비를 맞을 수 있는 사람,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쉽게 눈 뜰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