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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집

[eBook] 타인의 집

손원평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타인의 집 리뷰

유산, 경제적 곤란, 성 생활, 권태 등에 대한 현대 사회 한국인들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에 대한 담담한 흙빛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풀어낸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상 깊은 구절

- 반응은 의외로 뜨거웠다. 말 그대로 세계 각지 사람들이 메세지를 남겼는데 일본 중국 문의가 가장 많았고 동남아 유럽 라틴아메리카 중동 심지어 아프리카에서도 연락이 왔다 어떤 의미에선 현실감 없는 일이었다 아내는 매일같이 메시지와 메일을 확인하며 각국 여행자들의 프로필을 읽어주었다. 그 일은 그녀에게 머릿속 다른 생각들을 잊게 했던 것 같다. 우린 잠깐 사이가 좋았었고 새로운 미래를 꿈꿔보기도 했다

 

- 몇번을 고쳐도 호의로 가득 찬 뉘앙스는 달라지지 않았고 결국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생각하며 진심과는 거리가 먼 메일을 전송했다. 그후로도 우리 집에 머물고 싶다는 세계 각지 팬레터가 도착했다. 그러나 우리 부부 사이는 또다시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었고 얼마 후 아내는 어플에 올렸던 글을 지웠다

 

 

-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연인처럼 묘한 긴장감 속 우리는 서로에게 예의를 지키기 위해 애썼다. 난 슬며시 아내가 밀고 있던 카트를 내 쪽으로 끌어 그녀가 자유롭게 걸을 수 있도록 했다. 아내는 어떤 요리를 해야 할지 고민했고 나는 미역국, 된장찌개, 고등어구이를 차례로 후보로 내세웠으나 아내가 카트 위로 던져 넣은 건 생닭이 든 팩이었다

 

- 그 땐 장마였어요 비가 아주 많이 내렸죠 지하철 안에서 그녀는 내 맞은편에 앉아 있었어요 머리가 아주 짧았고 하늘색 티셔츠에 하얀 반바지를 입고 끈이 풀린 운동화를 신고 있었죠 어딘가 소년 같았지만 전 그녀가 아주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그날 나는 비를 홀딱 맞았어요 정말이지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거든요 우산을 잃어버린건 무척 아쉬웠어요. 집 근처 슈퍼에 계란을 사러 갔는데 글쎄 슈퍼에서 나오던 남자가 제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게 아니겠어요? 난 그 사람을 쫓아가 소매를 붙잡고 말했죠 이봐요 이건 내 우산인 것 같은데요 그러자 그가 장난스레 웃으면 답했어요 그럼 어떡하죠? 난 지금 눈을 맞고 싶지 않는데요 하는 수 없이 난 물었죠 그럼 같이 쓰고 갈래요?

 

- 처음부터 정열은 부재했고 따라서 퇴색될 것도 없다 생각했다 하지만 평온마저 변질 될 수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간간히 대화가 오가던 식사 자리는 어쩐지 어색해졌다 겉도는 기류가 확산되었고 여자는 그 허전함의 이유를 자주 고민해야 했다

 

- 남편이 병원 2층 정자 채취실로 들어갈 때마다 여자는 손톱을 물어뜯었다. 작은 방에서 자기보다 젊고 몸에 윤기가 흐르고 성욕을 일으키는 여자들의 영상이 나온다는 걸 헤드폰을 끼고 영상이 나오는 걸 그렇게 해서 받아낸 정액이 생명의 재료가 된단 건 뭐랄까

 

- 생물학적으로 그건 무의미한 힘의 낭비였다. 애쓰는 것에 비해 형편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긴 커녕 늘 제자리 걸음이었다 아니 갑자기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는 것일 뿐 어느새 한 발 두 발 뒤처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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