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리뷰
- 원영이 내게 하라고 말하는 건 먹는 것, 자는 것, 행복한 것밖에 없었다.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후로도 마찬가지였다. 솔아야, 너무 열심히 쓰지 마. 원영은 말했다. 그 말이 못내 서운했다. 내게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는 것만 같았다. 열심히 하려는 사람에게 왜 자꾸 그런 말을 하느냐고 나는 불만을 섞어 볼멘소리를 했다. "너무 열심히 하면 무서워져" 공부든, 글쓰기든, 사랑이든, 그 무엇이든 너무 열심히 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생각이 든다고 원영은 말했다. 내가 모르는, 원영은 잘 아는 이들을 떠올리고 있는 것 같았다
- 나는 끔찍한 소리를 들을 때마다 M의 귀를 막아주고 싶다. 아름다운 걸 보고 가슴이 환호할 때마다 M에게 달려가 말해주고 싶다
- 이상한 기분이었다. 기영이 보고 싶어 죽겠으면서도 혼자서 공원에 앉아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 나는 원래도 논리정연한 사람은 아니었는데 늘 뭔가를 빼먹고 까먹고 헷갈리기 일쑤였는데 이제는 사소한 실수 하나도 해서는 안 되었다. 그 실수는 내가 실제로 겪은 일의 신빙성을 훼손해서 그걸 가짜로 만들어버릴지도 몰랐다
- 우리는 일시적인 관계이고 이 사랑도 한정적이다. 일시적이고 한정적인 것이 사랑일 수 있나. 일시적이고 한정적이라고 판정 난 순간 사랑이라는 건 지속될 수가 없지 않나
- 나는 내가 사는 걸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건 처음에는 너무 뜬금없고 이상한 감정처럼 느껴졌는데 점점 선명해졌다. 뜻대로 된 적은 별로 없지만 나는 사는 게 좋았다. 내가 겪은 모든 모욕들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극복해내고 싶을 만큼 좋아한다
- 미애의 눈에 점점 더 또렷하게 보이는 건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고, 그렇게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고, 그 확신을 지켜나갈 여유가 있었다
- 누군가 확신에 찬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정색하고 반박하고 싶은 충동이 일 때가 잦았다. 제대로 된 직장도 없고, 당장 몇 달 뒤 이사할 집도 구하지 못했으며, 몇 년 뒤 학부모가 될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문제가 닥쳐올지도 알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 플라스틱 조각을 삼키는 고래와 북극곰까지 걱정해야 하느냐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오르는 거였다. 그러나 미애는 미지근하게 동의를 표하는 수준에서 의견을 내고 말았다. 어차피 독서에 관심이 있어 온 것이 아니었고, 적당하게 동의를 표하고 그들이 선심 쓰듯 나눠주는 생필품 몇 가지를 받는 게 훨씬 이득이라는 것을 미애는 모르지 않았다
- 모든 게 지나치게 정답 같은 질문과 대답들. 옳은 것이 분명한 이야기들. 좋은 사람이라면 추구해야 하는 가치들. 마땅히 해야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들. 어쩌면 자신도, 해민도 살면서 그런 것들을 한 번쯤 꿈꿔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였다. 그건 희망의 모습과 비슷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