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방울 맺힌 선홍색 액체를 보자 천보는 현기증이 일어났다. 고개를 숙여 보니 러닝셔츠도 붉게 물들고 있었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파악할 수도 없었다. 천천히 뒷걸음질 치며 집 안으로 들어가다 풀썩 주저 앉고 말았다. 그때 문 밖에서 낯선 얼굴 하나가 쑥 들어와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천보와 딱 마주친 낯선 이의 눈동자엔 빛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죽어가는 천보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배낭에서 걸레와 고무장갑을 꺼냈다. 태연하게 문 앞에 묻은 핏자국을 닦았다. 그 동작은 능숙하면서도 장인의 손길처럼 섬세했다.
"욕실 좀 쓰겠습니다."
붉게 물든 걸레를 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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