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그저 의무감에서 고전문학을 읽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땐 너무 어려서 제대로 이해 못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 조금 더 지나서 어른이 된 후 다시 한 번 읽어보는 게 좋았을 거라 생각하지만 이제와 고전을 손에 잡기란 늦은 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애장하고 있는 작품이 있다. 우연찮게도 모두 전쟁과 항쟁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들이다. 하긴 역사는 전쟁을 거듭하며 흘러 왔으니까. 어찌 보면 인간의 삶 자체가 투쟁의 나날이 아니던가. 극한의 상황일 때 인간애는 더욱 뜨겁게 타오른다. 그래서 탄생하는 더욱 극적이고 애달픈 이야기들을 통해 역사를 알고 인생의 지혜를 얻는 즐거움이 있는 것이 문학의 세계 아닐까.
▶ 전쟁과 평화[Voina i mir, War and Peace]
- 1864∼1869년 작품
러시아의 작가 톨스토이의 대작, <전쟁과 평화>는 역사소설과 예술소설이 기막히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전반에는 중심인물인 귀족들의 생활과 국외에서의 전투, 후반에서는 국내에서의 전투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사상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나폴레옹 군대가 일으킨 러시아 각지의 주요 전투를 비롯하여 모스크바가 소실되고 프랑스군이 퇴각하기에 이르는 과정의 소상한 기록을 담고 있어 자칫 딱딱한 역사소설이 될 수도 있었으나 등장인물인 볼콘스키와 로스토프 양가의 귀족을 중심으로 인간의 기쁨과 슬픔, 삶과 죽음 등에 대한 인생의 철학을 진지하게 고찰함으로써 가슴을 두드리는 예술작품으로 승화되었다.
너무나도 방대한 작품이지만 완주하고 나면 얻는 게 많은 작품이다. 1956년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 책의 분량과 수많은 등장인물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면 이 요약판 영화로 쉽게 볼 수 있다. 볼콘스키 집안의 젊은 공작인 안드레이(멜 페러)와 친구 피예르(헨리 폰다), 그의 아내 마리야(안나 마리아 페레로), 로스토프 집안의 아들 니콜라이(제레미 브렛)와 청순한 딸 나타샤(오드리 헵번), 그녀를 유혹하는 아나톨(비토리오 가스먼). 그들의 사랑과 갈등, 전쟁을 통해 깨닫는 인생의 의미 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오드리 헵번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볼만한 작품이다.
▶ 개선문[Arc de Triomphe , Arch Of Triumph]
- 1946년 발간
독일 출신 작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망명 문학 중에서 대표작이라 평해지는 작품. 제2차 대전의 전운이 감도는 파리의 대표적인 상징 개선문을 배경으로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사회적인 혼란 속에 인간들이 느끼는 절망과 사랑을 사실적이고 서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베를린 유명 병원의 유능한 산부인과 의사였으나, 나치스에게 쫓겨 파리의 뒷골목에서 무면허 외과의 노릇을 하며 허무한 나날을 보내는 라비크와 오갈 데 없는 병약한 여자 조앙 마두의 기구한 만남과 사랑, 인간에 대한 신뢰와 불신, 쫓기듯 살아가는 삶의 회한과 분노 등 나치 정권 시대에 억압받는 민중의 고뇌를 그려 많은 사랑을 받은 고전문학이다. 세계에서 가장 낭만적인 핑크빛 도시 파리도 이렇듯 온통 회색빛으로 물들던 시대가 있었다. 쫓기는 일상 속에 가슴 아프게 피어나는 사랑이 그래서 더욱 애절하게 다가온다.
1948년 샤를르 보와이에와 잉그리드 버그만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되었고, 1984년에는 안소니 홉킨스, 레슬리 앤 다운 주연의 TV 시리즈로도 제작되었으나 둘 다 별 반응은 얻지 못했다. 시대상과 애정 사이에서 어느 것도 제대로 그리지 못했던 듯.
▶ 두도시 이야기[A Tale of Two Cities]
-1859년 발표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의 대표작. 프랑스혁명을 배경으로 두 도시 ‘런던’과 ‘파리’를 무대로 하여 쓴 역사소설이다. 노동자 계급의 번영과 함께 전반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도시 ‘런던’. 귀족의 폭압 정치로 인한 가난한 사람들의 분노로 들끓는 도시 ‘파리’. 대조적으로 그려지는 도시의 이야기 속에 피어나는 숭고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프랑스 귀족의 비밀 때문에 억울하게 18년간이나 바스티유 감옥에 갇혀 있다가 석방되어 런던으로 건너간 의사 마네트. 그의 천사 같은 딸 루시. 그녀를 사랑하는 프랑스 귀족 출신의 청년 대니와 염세주의자 주정뱅이 변호사 카튼. 그들이 엮어가는 관계는 광기어린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분노와 통한의 피로 물드는 파리와 민중들의 생생한 묘사, 극적인 사건 때문에 영화(1958)로도, TV 시리즈(1989)로도, 뮤지컬로도 만들어진 이 작품은 한 세기 반이 지난 지금 다시 읽어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마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