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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도 서점 이야기

[도서] 오후도 서점 이야기

무라야마 사키 저/류순미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서점에서 나는 냄새가 그리워지는 소설이었다. 요즘은 독서 인구가 줄고 있는데다, 대부분 책을 인터넷에서 쇼핑하고, 전자책으로 읽는 사람들도 많은 탓에 대형서점도 예전 같지 않으니, 하물며 동네서점은 점점 더 사라져가는 실정이다. 자고로 책은 종이를 넘기는 맛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도 서점에 들른 게 언제인지조차 가물가물할 정도이니 말이다. 용돈을 받으면 동네서점에 달려가 읽고 싶었던 책을 품에 안는 것이 너무나 행복했던 날도 있었는데. 방학이면 늘 도서관에 도장을 찍고, 서가를 돌아다니다 보면 그야말로 독특한 냄새에 매료되곤 했었다. 어찌된 일인지 회사에서도 난데없는 자료실 담당까지 도맡게 되었지만 수당도 받지 못하는 가외업무인데도 책을 다루는 일이기에 나름 즐거웠다. 서점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린 소설 [오후도 서점 이야기]를 읽노라니 자꾸만 옛일이 떠오른다. 

 

도시의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오래된 서점에서 문고본을 담당하는 츠키하라 잇세이는 ‘보물찾기 대마왕’이라 불릴 정도로 숨은 히트작 발굴에 천재적인 촉을 지닌 성실하고 조용한 청년이다. 자신의 서가를 만드는 것이 가장 행복한 그에게 어느 날 먹구름이 뒤덮이게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책 절도범을 뒤쫓던 중 차도에 뛰어든 소년이 사고를 당하고 만 것이다. 다친 소년과 가족이 나름대로의 사연을 밝히며 순순히 사과를 하자 오히려 여론의 화살은 서점을 향한다. 순식간에 악마 같은 가해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잇세이는 모든 비난과 책임을 등에 지고 긴가도 서점을 그만두고 만다. 어린시절의 아픈 과거로 인해 사람들과의 교제가 서툰 잇세이에게 있어 서점은 유일한 안식처이자 삶의 등불 같은 존재였으니, 마음의 상처를 안고 그가 찾아간 곳은 어떤 시골 마을의 작은 서점이었다. 

 

평소 블로그를 통해 친분을 쌓아온 ‘오후도 서점’의 주인이 통 소식이 없는 것에 신경이 쓰인 그는 사쿠라노마치로 길을 떠난다. 이웃 노인에게서 물려받은 앵무새 선장을 길동무로 삼고. 오후도서점櫻風堂이 위치한 고즈넉한 산골짜기 마을 사쿠라노마치櫻野町는 이름처럼 벚꽃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지방이다. 봄이 되면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잎이 장관을 이루는 작은 마을에 터전을 잡은 단 하나의 서점. 그곳에서 잇세이는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한편, 긴가도서점銀河堂의 직원들은 잇세이가 떠나기 전 찾아낸 ‘보물’ 같은 책 <4월의 물고기四月の魚>가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한다. POP, 띠지, 포스터를 만들기도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입소문을 내기도 하며. 그런 사람들의 마음은 잇세이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가족이나 친구를 하나둘씩 떠나보내다 보니 참 다양한 모습으로 떠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렇게라도 말할 수 있을 때 잇세이에게 서점을 맡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물론 그렇게 해준다면 말이지만.
p.191

 

새 책에 둘러져 있는 띠지를 벗기며 늘 이 귀찮은 걸 왜 만드는 걸까 궁금했는데, 실상은 띠지의 홍보효과가 제법 크다고 한다. 띠지를 보고 책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나. 이 소설이 2017년 제14회 서점대상 5위를 차지한 이유는 작품의 완성도보다도 서점인들의 꿈과 노력을 정성스럽게 담아냈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솔직히 저자 무라야마 사키村山早紀는 아동작가라서인지 전반적으로 동화나 순정만화 같은 느낌이 강하다. 살짝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래도 책으로 가득한 서점의 향기를 생생하게 느끼게 해줬다는 점에서 따스한 마음의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든다. 오후도 서점 두 번째 이야기 [별을 잇는 손星をつなぐ手]도 읽고 싶어지는 이유는 시골서점의 부활이 어느 정도 진척될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지만 등장인물들의 다음 행보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역시 주인공은 미남미녀가 좋아!

 

순간 속에 영원이 있다.
만약 세상에 마법이나 신이 존재하지 않고 육체의 죽음과 함께 영혼도 사라져버린다 해도, 기억이나 추억은 무無가 될 수 없다. 하나의 생명이 이 지상에 존재하면서 울고 웃는 날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죽음이라 할지라도 사라지게 할 수는 없는 것이리라.

이 책을 읽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사랑도 지구에 담겨 우주를 떠다니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마음과 함께. 수많은 소망과 눈물과 미소와 함께.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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