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도서]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조세핀 테이 저/권영주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영국 고전미스터리의 여왕이라며 아가사 크리스티만 유명한 것이 늘 불만이기 때문에 다른 여성작가들의 책이 눈에 띄면 반가운 친구라도 만난 양 뛰어들게 된다.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The Franchise Affair]은 조세핀 테이의 작품으로 도로시 세이어즈, 마저리 앨링엄, 나이오 마시에 견줄 만하다는 평을 보고 고민 없이 손에 들었다. 물론 조세핀 테이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다만 어렸을 때 읽었던 저자의 또 다른 대표작 <시간의 딸>이 너무나 지루했던 느낌이라 작가명만 보고는 주저했던 것이다. 페이지를 넘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자신의 기억을 의심하게 되었다. 사건 자체가 선정적인 강력 사건이 아니고, 뛰어난 탐정이나 기발한 트릭이 등장하지도, 놀라운 반전이 숨어 있는 것도 아닌데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롭게 진행된다. ‘역사 속 실제 유괴 사건을 재구성한 미스터리’라는 홍보문구에 선입견을 가지면 안 된다. 왠지 딱딱하고 고리타분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그러나 이 작품은 유머와 로맨스도 가미된 정통 고전추리다. 자칫 코지 미스터리로 흘러갈 수 있는 부분을 탄탄한 구성력과 논리적 추리, 우아한 문장력으로 떨쳐버리고, 추리작가로서의 역량을 한껏 펼쳐냈다.

 

이 작품에서 소재로 삼은 사건은 18세기 영국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고 한다. 실종 당시 18세였던 엘리자베스 캐닝은 삼촌 집에서 저녁을 먹고 귀가하던 중 실종 되었다가 4주후 상처투성이 몸으로 속치마만 걸친 채 집으로 돌아왔다. 길에서 습격당해 어떤 집으로 끌려갔는데 두 여인이 창녀가 될 것을 강요했고 거부하자 때리고 감금했다는 것. 창문을 통해 겨우 탈출했다는 그녀가 납치된 장소라 주장하는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녀를 본 적도 없다고 항변한다. 대체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일까. 바로 이런 줄거리로 펼쳐지는 이 작품에서 납치된 베티 케인은 더 어려져서 순수한 성녀 같은 분위기를 지닌 15세 소녀이고, 감금되었던 집은 ‘프랜차이즈’라는 이름의 낡은 저택, 고발당한 여인들은 그곳에 사는 중년과 노년의 고상한 모녀다. 사람들과의 교제도 없이 둘이서만 살던 모녀는 알리바이도, 증거도, 증인도 없이 고립되어 버리고 언론에 의해 마녀사냥이 시작된다. 영국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불어 닥친 풍파에 휩쓸린 그녀들을 위해 유유자적한 생활을 하던 변호사가 팔을 걷고 나선다. 혐의를 풀 수 있는 방법은 감금되었다는 기간 동안 소녀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밝혀내는 것뿐이지만 그녀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하다. 과연 기적은 일어날 수 있을 것인가.

 

놀라운 사실은 이 사건은 1753년에 발생했고, 소설은 1948년에 쓰인 것인데도 사람들의 행태는 오늘날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다. 하긴 ‘마녀사냥’이라는 자체가 이미 14세기부터 성행했으니 다수의 집단이 소수의 사람을 낙인찍고 해를 입히는 실태는 인간 본연의 속성인지도 모르겠다. 자신들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는 언론의 입장도 마찬가지. 현재도 너무나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지 않은가. 무고한 사람을 거짓말로 수렁에 빠트리는 짓도 괘씸하지만, 더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자신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에 악의를 갖고 덤벼드는 군중들의 작태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무죄추정의 법칙이란 건 전혀 통하지 않는다. 겉모습만 보고, 한쪽 말만 듣고, 자신의 판단만 옳다고 믿고, 아직 재판이 시작되지도 않았음에도 유죄를 확신하고 돌을 던진다. 그렇게 붙여진 꼬리표는 설사 재판으로 무죄가 입증된다고 하더라도 일평생 떨어지지 않는다. 사건이 발생하고 언론이 불을 붙였을 때만 화르륵 타고, 과연 진실은 무엇인지는 별 관심도 없이 차갑게 식어버리는 무리가 대중인 것이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의 발달로 댓글 공격은 더욱 쉬워졌다. ‘아님말고’ 식 발상은 사라져야 할 행태임에 분명하지만 과연 그런 날이 올까? 그건 그렇고 이런 훌륭한 작품을 남긴 조세핀 테이는 50대에 이른 죽음을 맞이하고 말아 장편 미스터리는 단 8편에 불과하다는 것이 안타깝다. 기회가 되면 <시간의 딸>에 다시 도전해보아야겠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