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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에게 고한다

[도서] 범인에게 고한다

시즈쿠이 슈스케 저/이연승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제7회 오야부 하루히코 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몰고 온 작품 [범인에게 고한다犯人に告ぐ]의 저자 시즈쿠이 슈스케는 미스터리 작가로 수많은 경력을 쌓았지만 <클로즈트 노트> 같은 연애소설은 같은 작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산뜻하고 유쾌하다. 그래서인지 범죄소설이라고 해도 저자의 작품은 문학적인 풍미가 전체적으로 배어나온다. 사건을 따라가기보다 등장인물의 심리에 다가가는 느낌이다. 밤을 지새워서라도 결말을 읽지 않고는 못 배기는 ‘철야徹夜 소설’이라 불린다는 이 소설을 나 역시 새벽까지 책장을 부여잡고 있었는데, 그건 범인이 궁금해서가 아니라 주인공에 대한 감정이입 같은 게 생겼기 때문이다. 한시라도 빨리 범인을 잡고 유족들의 마음을 풀어주고 싶다는 형사의 염원도 그렇지만, 그에게 쏟아지는 온갖 비방과 스스로 짊어지고 있는 굴레에서 조금이라도 해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그런 결말을 위해서라면 미디어를 통해 범인을 이끌어낸다는 접근법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그냥 눈감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범인이 어이없이 잡혀버리는 결말에 맥이 빠지기는 하나, 중심 캐릭터 한 명이 전권을 휘어잡는 마력을 뿜어냄으로써 작품을 살렸다는 점에서 그토록 극찬을 받은 이유를 납득했다.

 

다섯 살 소년 겐지가 유괴되었다. 뒤늦게 신고를 받은 경찰은 대대적인 작전을 펼치지만 경시청과 관할서 간의 알력이나 실적 다툼, 윗선의 간섭 같은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한 탓도 있어 그만 소년은 희생당하고 만다. 간부들은 담당 형사 마키시마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하고, 코앞에서 의심스러운 용의자를 놓친 데다 마침 자신의 딸은 생사의 기로에 놓인 상황에 처한 마키시마는 무자비한 기자들의 추궁에 자제심을 잃고 폭발한다. 6년이 흐르고 남자아이들이 납치 살해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수사본부가 설치되고 본부장은 텔레비전 뉴스프로그램을 통해 범인을 이끌어낼 계획을 세우고는 좌천되어 있던 마키시마를 다시 불러온다. 특종에 혈안이 된 미디어와 공을 세우려는 경찰 조직, 자신의 잇속을 채우려는 개인의 욕심 사이에 휘둘리며 먹잇감이 되어버린 마키시마이지만, 차분하고 냉정하게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다하고 있었다.

 

대체 범인을 잡겠다는 의지가 있기는 한 건지 의심스러운 인간 우에쿠사로 인해 뒤집어지는 속을 차분한 중년의 형사 마키시마가 달래주는 과정을 몇 번이나 반복하다 보면 사건은 결말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자기 뜻대로 안 되는 여자 마음 하나 사로잡겠다고 온갖 쇼를 벌이는 인간이야말로 절대로 경찰이 되어서는 안 될 인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은 그런 위인이 승진하는 법이니 세상의 불합리함에 우울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죄책감을 짊어진 채 그 무게를 견디려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보상하려 애를 쓰는 마음이 있다. 그러나 언론플레이나 여론에 휩쓸려 자신의 잣대로 판단하고 결론지어버리는 어리석은 자들이 많다. 사회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악의와 범죄에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드러나 있다. 만만치 않은 분량임에도 집중력을 깨뜨리지 않는 작가의 역량은 이런 인간 심리를 깊이 파고들어 주위를, 그리고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데서 돋보인다. 영화로도 제작되었으니 원작과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범인에게 고한다. 너는 포위됐다. 체포는 이제 시간문제다. 여흥은 끝났다. 이것은 정의를 수호하는 수사며, 나는 그 책임자다. 정의는 반드시 너를 굴복시킬 것이다. 아마도 정의는 갑자기 네 눈앞에 나타날 것이다. 목을 깨끗이 씻고 그때를 기다려라.
p.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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