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살의의 쐐기

[도서] 살의의 쐐기

에드 맥베인 저/박진세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에드 멕베인Ed McBain의 수많은 ‘87분서 시리즈’ 중 국내에 처음 소개된 1편 <경관혐오자>에 이어 선택된 작품이 바로 7편 <살의의 쐐기Killer’s Wedge>다. 그만큼 완성도가 높고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요소가 충분하다는 반증이리라. 너무너무 오랜만에 다시 읽은 터라 처음 보는 책처럼 흥미진진하게 임할 수 있었다. 과연 ‘경찰소설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걸 보여주는 듯한 구성과 전개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만 하루도 아니고 고작 몇 시간 동안의 일을 지루하거나 늘어지지 않도록 한 권에 담아내면서 등장인물 각각의 심리와 현장의 긴장감을 잡힐 듯이 그려내다니 정말 대단한 필력이시다. 무엇보다 누구 한 사람이 메인이 되지 않고 형사실에 있는 모든 형사가 골고루 언급되는 것이 이번 편의 뛰어난 점이다. 덕분에 87분서 소속 형사 각각의 성격과 용모와 스타일을 확실하게 머릿속에 넣을 수 있었다.

 

여느 때처럼 근무하고 있던 87분서 형사실에 어떤 여자가 불쑥 들어왔다. 그녀의 이름은 버지니아 도지. 스티브 카렐라를 찾아왔다. 아니, 만나러 온 게 아니라 죽이러 왔다. 그가 자신의 남편을 체포했는데, 교도소에서 죽어버렸으니까. 복수의 화신이 되어 나타난 여자는 한 손엔 총을, 다른 손엔 폭탄을 들고 있다. 순식간에 밀어닥친 여자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한 형사들은 모두 인질이 되고 말았다. 여자 하나쯤 총이 있다고 해도 경찰이라면 힘을 합쳐 제압할 수 있을 테지만 건물 전체를 날려버릴 정도의 위력을 지닌 니트로글리세린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러나 정작 스티브 카렐라는 어떤 부유한 노인의 자살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외근 중이었다. 카렐라가 죽음으로 걸어 들어오기를 무작정 기다릴 것인가, 동료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질 것인가, 과연 저 폭탄은 진짜일까. 번스 반장, 코튼 호스, 마이어 마이어, 버트 클링은 고민에 빠지고, 외근에서 돌아온 핼 윌리스와 아서 브라운까지 형사실에 갇히고 말았다. 87분서에서 벌어지는 인질극과 카렐라가 수사하는 밀실 사건이 교차되는 동안 독자는 끝까지 긴장감의 포로가 된다.

 

각자의 성격대로 머리를 굴려 어떻게든 난국을 타파할 기회를 잡으려 애를 쓰는 형사들의 노력이 하나씩 물거품이 될 때마다 안타까운 탄식이 흘러나온다. 한 사람의 눈을 멀게 한 범죄를 저지르고 징역을 살던 죄인이 병을 얻어 죽은 걸 어찌하여 범인을 체포한 담당 형사가 책임을 져야한단 말인가. 버지니아 도지의 막무가내는 도무지 답이 없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초조함은 더욱 악랄한 만행으로 치닫는다. 사랑하는 남편을 앗아간 복수를 위해서라면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의 희생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여자에게 점점 더 분노를 느끼는 형사들의 감정이 독자에게까지 생생히 전달된다. 모든 계획에는 변수가 있게 마련이고, 행운의 저울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가는 그야말로 한끝차이다. 평범한 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결코 당연한 게 아니고 오늘 하루 무사한 것이야말로 행복이라 여겨야 하리라.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