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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e to Grief

[직수입양서] Come to Grief

Francis, Dick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딕 프랜시스의 유일한 시리즈 ‘시드 핼리’ 이야기 그 세 번째 작품을 일본어 번역서로 구했다. 원제  [Come to Grief]는 ‘슬픔으로 오다’ ‘비통해지다’라는 뜻. 일본도서 제목은 [敵手적수]. 왜 이토록 다를까 싶지만 읽을수록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프로 기수와 아마추어 기수로서 호적수이자 친구였던 두 사람이 범죄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적수’가 되며 그로 인해 서로가 슬픔과 비통함에 괴로워하는 스토리인 것이다. 모두들 시드를 강철처럼 단단하다고 한다. 그를 두렵게 만드는 건 아무 것도 없다고들 한다. 그가 약한 소리를 하는 걸 상상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스스로 견고하게 쌓아올린 껍질 속에는 더없이 여린 마음이 숨죽이고 있다. 다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뿐. 시드에게 있어 어떤 고통보다 참기 어려운 건 동정이었다. 모든 이가 등을 돌린다 하더라도 절대 동정을 구하는 짓은 허락하지 않는다. 아이돌급 인기의 친구를 고발한 후 언론의 무차별한 공격에 난타당하지만 시드는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한다. 영웅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다. 누군가는 옳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담한 키, 호리호리한 몸매, 검은 머리, 갸름한 얼굴, 단정한 옷차림과 예의바른 태도로 인해 시드 핼리는 사람들에게서 호감을 얻는다. 그건 탐정 조사원으로서 큰 이점으로 작용하는 부분이어서 그를 찾는 고객 또한 끊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시련이 닥쳐왔다. 한 소녀의 망아지가 다리를 절단당하는 사건의 의뢰를 맡은 시드는 그러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예리한 날붙이로 단번에 발목을 잘라낸 솜씨는 말과 친숙한 사람일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범인을 쫓던 시드는 용의자가 다름 아닌 자신의 친구임을 깨닫는다. 함께 장애물 경주를 달리고 집에도 초대되는 등 허물없는 사이로 지내던 에리스 퀸트. 아마추어 기수를 그만두고 지금은 방송인으로 전 국민적인 인기를 몰고 다니는 스타가 되었는데, 대체 뭐가 아쉬워서 그런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단 말인가. 고민과 상실감을 억누르고 에리스의 범죄 사실을 고발한 이후 시드는 언론과 시민들로부터 ‘공공의 적’ 취급을 받게 된다. 팬덤은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언론의 매도는 지나친 면이 있다. 배후가 의심되는 정황에 그를 믿어주는 극히 일부의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증거와 진실을 찾아 적진으로 잠입하지만, 현실은 늘 생각대로 나아가지 않는 법이다. 위험한 상황에 처한 시드, 과연 무사히 진상을 밝히고 실추된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경기 중 사고로 한 손을 잃은 시드는 여전히 바로 그 약점을 공격당한다. 악당이 악인인 이유는 아픈 곳을 조준해 고통을 주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드의 동료 치코는 전작에서 시드를 구하기 위해서 라고는 하지만 고문과도 같은 행동을 해야만 했던 것에 마음의 상처를 입고 탐정 일을 그만두었다. 벌써 몇 차례나 같은 고통과 위협을 겪었기에 시드는 더 이상 꺾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를 괴롭힌 것은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던 친구의 얼굴이 무표정해지고 눈빛에서 악의를, 그리고 절망감을 엿보았다는 사실이었다. 점점 더 해가는 가해 충동과 폭력적인 욕구를 멈춰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시드는 좋은 적수를 잃고 말았다는 비통함에 조용히 슬퍼한다. 가식적인 미소로 백혈병과 투병 중인 소녀의 환심을 샀던 에리스와는 달리 시드는 아픔과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공유하며 소녀를 위로했다. 시드 핼리 시리즈의 진정한 매력은 결과적으로 바람직한 성과를 이루어내는 영웅적인 행보만이 아니라 아파하고 겁도 내고 고민하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내면의 모습에 있다. 이 시리즈는 4편에 그쳤지만 이후 시드 핼리는 딕 프랜시스의 아들 펠릭스 프랜시스에 의해 돌아왔으니 아쉬움을 조금은 달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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