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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 3

[도서] 차일드 44 3

톰 롭 스미스 저/박산호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 책은 진정한 자유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톰 롭 스미스의 ‘차일드 44’ 3부작 중 마지막 이야기 《에이전트 6》는 주인공 레오 데미도프가 행복과 좌절을 겪으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첫 번째 작품에서 차갑게 식은 아내 라이사의 마음을 겨우 돌려놓았는가 싶었는데, 레오의 인생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첫눈에 반한 아내, 난관을 이겨내고 서로에게 의지가 되던 아내, 살아가는 의미의 전부였던 아내가 주검으로 돌아오자 레오는 절망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질 못한다. 유능한 KGB요원이었음에도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에게는 맞지 않았던 그 옷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살았지만, 아내의 죽음에 감춰진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다시 그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 그것이 레오가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것이다.

 

내 목숨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관계있을 때만 의미가 있어.

 

폭력의 시대 1950년. 레오, 라이사를 만나 사랑에 빠지다. 길에서 마주친 라이사를 짝사랑한 레오. 거절을 당했다 싶었지만 우연한 계기를 통해 인연으로 발전한다. 이 시대의 소련은 공산주의를 포장하기 위해 여념이 없던 시절. 미국인 가수 제시 오스틴이 방문해, 철저히 각색된 무대에서 자유를 노래한다.

 

냉전의 시대 1965년. 레오, 라이사를 잃다. 레오는 이제 비밀경찰이 아니라 평범한 공장관리자로 일하고 있다. 대신 교사인 아내 라이사는 승승장구 중으로 유엔에서의 학생 연합 합창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레오는 뉴욕으로 떠나는 아내와 딸들이 영 불안한데, 슬픈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었다.

 

8년 후 1973년. 레오, 국경을 넘으려 하다. 뉴욕에서 공산당원 가수 제시의 살해현장에 휘말려 오명을 쓰고 죽은 라이사.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레오이지만, 아직 청소년인 두 딸을 위해 어떻게든 버텨냈다. 이제는 각자 자신의 가정을 꾸렸으니 레오는 라이사의 살해범을 찾고자 국경을 넘으려 한다.

 

7년 뒤 1981년. 레오, 아프가니스탄에서 고문으로 일하다. 국경에서 붙잡힌 레오는 정부와 협상해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사고문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 후 결국 소련과 아프가니스탄의 전쟁이 벌어지고 말았다. 소련의 괴뢰정권인 아프가니스탄 민주공화국과 "무자히딘"이라 불리는 반군세력의 틈바구니에서 잔혹한 현실에 맞닥뜨린 레오는 또다시 괴로워한다. 소련군과 함께 간 시골마을에서의 소동으로 하나뿐인 제자 ‘나라’와 자신이 죽음에서 구해낸 아이 ‘자비’, 세 사람은 위기에 처하고 레오는 망명을 결정한다.

 

6개월 후 1981년. 레오, 드디어 뉴욕에 가다. 천신만고 끝에 미국에 도착한 레오 일행. 나라와 자비는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중이지만, 레오는 오랜 염원이던 숙제를 풀고자 하는 마음뿐이다. 라이사가 죽던 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누가 어떤 이유로 제시와 라이사를 죽게 만든 걸까.

 

“에이전트6. 그는 무서운 사람이었다.”

 

딸 엘레나의 일기만 읽었다면 레오는 가족을 지킬 수 있었을까? 의붓딸 조야와 엘레나 자매는 1권에 등장하는 아이들로 2권을 건너뛰는 바람에 자세한 사정을 모르겠으나, 농장에서 부모를 잃은 그녀들을 레오와 라이사가 입양한 것이다. 자신의 어리석음 때문에 벌어진 사태를 너무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게 아닌가 싶은 엘레나에게 화를 내고 싶은 전반이 휙 지나가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또 다른 답답한 여자 나라 미르가 등장하는 바람에 속을 끓이다보니 불쌍한 레오는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진실을 안다고 해도 변하는 건 없다. 하지만 적어도 마음의 감옥에서는 자유로워질 수 있으리라.

 

난 그저 포크 싱어야.
그거 하나면 돼.
언젠가 우리 모두 자유로워질
그날을 꿈꾸는 나는
그저 포크 싱어야.

 

방대한 이야기라 미스터리소설 치고는 그리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레오가 느끼는 처절함이 가슴을 저며 오고, 이데올로기란 전쟁을 위한 구실일 뿐 사람들의 이기적인 행위는 진영을 떠나 똑같다는 점이 역겨울 정도로 생생하게 그려진다. 공산주의를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멀쩡한 사람을 폐인으로 만드는 건 FBI에겐 일도 아니었다. 그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인가? 정치적인 선동을 목표로 공산당 간부는 순진한 소녀를 감언이설로 홀려 이용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행위는 공산당만이 하는 짓은 아니다. 우익이니 빨갱이니 진영을 가르는 정치적 셈법에 애꿎은 국민들만 끝나지 않는 시소를 타고 있는 현실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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