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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피드>에서 여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사고 속에서 시작된 관계는 오래 가지 못한다고.’ 오래 가지는 못할지 몰라도 상황이 긴박한 만큼 친밀한 관계가 이루어질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야기 속에도 스릴 서스펜스가 있는 곳에는 로맨스가 피어나는 경우가 많다. 미스터리를 싫어하더라도 로맨스가 있으면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러브 스토리를 싫어하더라도 사건 속에 전개되는 이야기라면 거부감 없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미스터리 로맨스 소설은 누구에게나 추천하기 좋다. 그중에서도 클래식 미스터리 소설은 아날로그적 분위기로 인해 더욱 낭만적이다. 점점 자극적이 되어가는 현대의 복잡한 생활에서 잠시 쉬어가기에는 제격이 아닐까한다. 빠르고 쉽고 편하고 화려한 겉모습 뒤로 오히려 삭막한 도시의 각박한 인간관계 속에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끼는 현대인의 마음을 살포시 어루만져 준다. 두근거리는 마음이 언제였는지 첫사랑에 설레는 기분이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고전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동안 잊혔던 감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의 소설들은 다시 읽어도 재미있는 작품들이다. 인간심리에 초점이 맞춰져있기 때문에 사건의 결말을 알고 보더라도 읽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역시 대가들은 다르다고 할까. 미스터리 중심에서 조금 벗어나더라도, 늘 쓰던 스타일이 아니더라도, 탄탄한 구성과 뛰어난 필력으로 걸작을 써내려가니 말이다.

 

 

 

 


◆ 두 번째 총성 The Second Shot (1930)
놀랍도록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캐릭터들이 펼치는 드라마에는 온갖 감정이 담겨있다.
영국 교외에 위치한 별장에 신사 숙녀들이 주말 파티에 초대되었다.
저마다 한 개성하는 인물들이 모인 가운데 게임으로 시작한 살인사건이 진짜가 된다.
사건이 일어나면 성격이 드러나는 법, 그리고 숨기고 싶은 무언가가 꼭 하나씩 있다.
등장인물들의 엇갈린 관계, 애정, 갈등, 질투심이 얽혀들며 한 편의 코미디가 비극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살인과 관련된 수수께끼보다는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더욱 실감난다.

 

*저자 안소니 버클리 Anthony Berkeley (프랜시스 아일즈 Francis Iles 1893 – 1971)
대표작 <살의 Malice Aforethought (1931)>
파격적인 구성과 추리기법, 심리묘사로 ‘심리 추리소설’의 시작을 예고한 전설적인 인물이다.
안소니 버클리는 다른 기법의 추리소설을 쓰기 위해 프랜시스 아일스라는 필명을 사용했다고 한다.
본명인 안소니 버클리라는 이름으로는 플롯 위주로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추리소설을,
프랜시스 아일스로는 범인을 미리 알리고 심리적 수법으로 묘사하는,

이른바 도서(倒敍) 추리 소설을 썼다.
완전범죄를 꿈꾸는 시골의사의 심리를 그린 ‘살의’는 3대 추리 명작 중의 하나로 꼽힌다.
뛰어난 유머 감각과 밝은 분위기로 심각하기 쉬운 심리극을

산뜻하게 만드는 특별함에 존경심이 절로 생긴다.

 

 

 

 


◆ 새벽의 추적 Deadline at Dawn (1944)
화려한 도시 이면의 어두운 그늘을 배경으로 긴장 속에 피어나는 로맨스가 아름답다.
댄스홀에서 처음 만난 두 남녀. 부푼 꿈을 안고 도착한 도시이건만

현실의 벽은 너무나 높았기에 서글픈 청춘들이다.
뉴욕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낸 후 새벽차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마음먹는데,
우연히 살인사건에 말려들게 되어 새벽 6시까지 범인을 찾지 못하면 꼼짝없이 범인으로 몰릴 판이다.
밤은 점점 깊어 가는데 단서를 추적하며 함께 하는 시간동안 서로에 대한 친근한 감정이 솟아난다.
하룻밤이라는 한정된 시간이 주는 서스펜스가 팽팽한 긴장감을 안기는 걸작이다.

 

*저자 윌리엄 아이리시 William Irish (코넬 울리치 Cornell Woolrich 1903 – 1968)
대표작 <환상의 여인 Phantom Lady (1942)>
감성을 자극하는 어두운 분위기와 시적인 장면 묘사가 일품인 서스펜스 소설의 대가.
본명인 코넬 울리치 외에도 윌리엄 아이리시, 조지 호플리(George Hopley) 등의 필명으로 활동했다.
대표작인 ‘환상의 여인’은 추리소설 베스트에 빠지지 않고 꼽히는 수작 중의 수작이다.
우수, 슬픔, 어두움이 드리워진 분위기임에도 아름다움이 빛나는 문체가 높은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탐정 추리가 아닌 서스펜스를 통해 탄탄하게 꾸려진 스토리가 재미를 보장한다.

 

 

 

 


◆ 황제의 코담뱃갑 The Emperor's Snuff Box (1942)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는 로맨스코미디 연극무대를 보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바람둥이 전남편과의 생활을 청산하고 건너편 별장의 건실한 청년과 약혼해

새로운 행복을 꿈꾸는 여자 이브.
그녀가 지내고 있는 별장으로 전남편이 찾아온 밤, 말다툼을 하다

건너편 창문으로 약혼자의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사건을 목격한다.
침실에 전남편과 있었다는 알리바이를 주장할 수 없어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이브.
냉소적인 심리학자의 활약으로 누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는지,

그 와중에 전남편의 매력을 거부할 수가 없다.
저자 특유의 오컬트적인 분위기가 없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이야기에

어느새 주인공에게 동화되어 버린다.

 

*저자 존 딕슨 카 John Dickson Carr (1906 – 1977)
대표작 <화형법정 The Burning Court (1937)>
불가능 범죄와 밀실 살인을 주로 다루는 작품으로 대가의 반열에 오른 미스터리 작가다.
존 딕슨 카 외에도 카터 딕슨(Carter Dickson), 카 딕슨(Carr Dickson) 등의 필명을 사용했다.
밀실 수수께끼나 오컬트적인 분위기를 추종하는 미스터리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앙리 방코랭 시리즈, 기드온 펠 박사 시리즈, 헨리 메리베일 경 시리즈 등 많은 작품을 발표했는데
기타로 분류되는 ‘황제의 코담뱃갑’은 경쾌한 감각을 지닌 심리 트릭으로

대중적인 호응을 얻을만한 작품이다.

 

 

 

 


◆ 두 아내를 가진 남자 The Man with Two Wives (1955)
재력과 능력을 겸비한 아내와 아름답고 가련한 전처 사이에 낀 남자의 기구한 운명.
빌 하딩은 자신의 친구 찰스와 함께 유럽으로 달아난 아내 안젤리카와 뉴욕에서 우연히 재회한다.
여전히 아름다운 안젤리카와 헌신적인 아내 베시와의 사이에서

흔들리는 감정을 느끼던 중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흔한 미스터리 로맨스 영화 같은 줄거리지만 원조 격이라고 볼 수 있다.
대부호의 딸, 아름다운 여자, 애정과 갈등, 살인사건, 알리바이, 오해, 의혹...
재미를 위한 온갖 요소가 모두 잘 버무려져 있기에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저자 패트릭 퀜틴 Patrick Quentin (휴 휠러 Hugh Wheeler 1912 – 1987)
대표작 <스위니 토드 Sweeney Todd: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 (1979)>
패트릭 퀜틴이라는 필명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리처드 웹(Richard Webb)과 마사 켈리(Martha Kelley)였다.
웹이 켈리와 헤어지고 새로 영입한 협업자가 바로 휴 휠러로

조나단 스태그 (Jonathan Stagge)라는 필명으로도 활동했다.
웹의 참여가 차차 줄어들며 50년대부터 휴 휠러는

독자적으로 작품을 쓰게 되어 ‘두 아내를 가진 남자’를 발표했다.
이후 자신의 본명으로 극작가로 활약하며 ‘스위니 토드’를 남겼는데

미스터리 소설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패트릭 퀜틴이라는 이름은 빛이 바랠지 몰라도 ‘두 아내를 가진 남자’는 명작으로 영원히 남길 바란다.

 

 

 

 


◆ 발렌타인의 유산 The Valentine Estate (1968)
유산 때문에 위험천만한 길로 이끈 위장결혼이 진짜 사랑으로 변하는 아기자기한 스토리.
왕년의 스타 테니스 선수였던 크리스는 무릎부상으로 은퇴한 후 돈과 시간을 탕진하며 살아가는 중이다.
어느 날 테니스를 강습 받는 여자 엘리자베스가 위장결혼을 해주면 5만 달러를 주겠다는 제의를 한다.
발렌타인이라는 수수께끼의 인물이 유산을 남겼는데 남편이 있어야한다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
하지만 위장결혼을 하자마자 크리스는 생명의 위협을 당하게 되고 엘리자베스는 어디론가 사라지는데
고지식해 보이는 엘리자베스의 숨겨진 매력에 매료된 크리스는 엄청난 활약과 함께 위기를 헤쳐 간다.
배후 조직의 규모가 약간 황당할 수준이지만 그래서 더욱 재미있는 이야기.

잘생기고 예쁜 주인공의 모습은 덤이다.

 

*저자 스탠리 엘린 Stanley Ellin (1916 – 1986)
대표작 <특별요리 The Specialty of the House (1948)>
미국 추리작가협회상 4회 수상에 빛나는 20세기 단편 추리소설의 거장.
간결한 문장, 블랙 유머, 극심한 갈등을 부르는 상황, 풍부한 상상력으로 극적인 효과를 낸다.
유명한 단편 소설인 ‘특별요리’가 주는 딜레마는 모든 독자에게 소름 돋는 전율을 불러일으켰다.
극적인 사건 구성과 인간 심리에 대한 묘사로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즐겨 응용되곤 한다.
타고난 이야기꾼이란 바로 이런 사람을 일컫는 것이리라 생각될 정도로

변화무쌍한 작품 스타일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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