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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도서] 숲

할런 코벤 저/최필원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작가 할런 코벤은 누구나 갖고 있는 비밀과 거짓에 대한 인간 내부의 갈등과 현실적 묘사에 탁월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사라진 아이들, 그로 인해 해체된 가족, 상처 입은 마음, 정의와 욕망의 기로에서 방황하는 사람들... 숲은 모든 비밀을 삼킨 채 여전히 그곳에 드리워져 있다. 숲은 나무들의 향취와 생동감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어둡고 음울한 이미지가 강하다. 마당 있는 집에 살았던 어린 시절 어둠이 내리면 나뭇가지가 으스스하게 느껴져 창밖을 내다보기 무서웠던 기억이 있다. 하물며 좁은 마당의 몇 그루 나무도 그러할진대 끝없이 치솟은 나무들이 울창한 넓디넓은 숲속의 밤이라면 공포심이 스멀스멀 올라오지 않을 수 없으리라. 그래서인지 스릴러 장르의 배경으로 빈번히 등장하는 장소 역시 숲이다. 제프리 디버의 <남겨진 자들>, 스티븐 킹의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 영화 <빌리지> 등등. 그런데 나는 왜 디즈니의 숲속 친구들보다는 해리 포터가 벌이는 전투 쪽이 흥미로운 걸까. 그토록 겁이 많음에도. 모순덩어리인 건 인정하지만 어쨌든 스릴러가 좋다. 그리고 할런 코벤은 그런 내 마음을 사로잡는 작가 중의 하나다.

 

20년 전 여름캠프에서 밤에 몰래 숲으로 들어간 네 명의 10대 청소년들이 사라진다. 두 명은 시체로 발견되었고 두 명은 시신조차 찾지 못했지만 정황과 증거 상 모두 살해된 걸로 추정된다.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범인이 누구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 채 수사는 미궁에 빠졌으나 얼마 지나 비슷한 사건들이 벌어져 연쇄살인범을 체포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범인은 첫 번째 사건의 아이들은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20년의 세월이 흐르고 한 남성의 시체가 발견된다. 놀랍게도 그 남자는 20년 전 실종된 두 명의 아이 중 하나로 의심되는데 그날 그 숲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실종된 또 한 아이 카밀의 오빠 폴 코플랜드는 검사가 되어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여동생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으므로. 그날 그 숲속에는 자신도 당시의 여자친구 루시와 함께 있었다는 비밀을 감추어왔던 코플랜드는 어떻게든 진실을 밝혀내고자 힘겨운 걸음을 내딛는다. 결국 과거를 똑바로 마주하는 순간이 왔지만 때론 감춰진 비밀은 그대로 두는 게 더 좋을 때도 있는 법이다.

 

이야기는 두 갈래의 사건이 중심이다. 신원미상의 남자의 살인 사건에 대한 수사와 두 명의 부잣집 아들이 흑인 스트리퍼를 강간한 사건에 대한 재판. 국내고 해외고 간에 자신들의 이익만 좇는 가진 자들의 횡포란 인간사회에 있어 매한가지일 수밖에 없나보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사람들. 자식의 과오를 무조건 덮으려는 부모들, 부와 권력의 편에 서는 부패한 관료들, 가족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부정을 감추려는 사람들, 이런저런 이해관계로 인해 눈감아야 하는 비리들... 사실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으랴. 예기치 못한 결과를 가져온 한순간의 선택으로 인한 비극은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도 그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미 벌어진 일은 다시 되돌릴 수 없으니까. 정말 안타깝지만 말이다. 작가가 제시한 열린 결말... 어차피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나는 신파추종자답게 함께 가는 쪽으로 생각하련다.

 

“우리 중 누구도 무사히 그 숲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_ 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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