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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없는 놈

[도서] 어이 없는 놈

김개미 글/오정택 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시를 읽고 싶어서 시집을 찾다가 동시집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는데, 그러다가 접하게 된 것이 김개미 시인의 '어이 없는 놈'이었습니다. 한 블로그에서 이 시집에 대한 리뷰글을 쓴 것을 보았는데, 거기서 소개된 시를 보고 바로 구매를 결심했습니다.


  웅덩이


  나한테 침과 담배꽁초

  들끓는 모기떼뿐이라고?


  얼굴 말고 가슴을 봐

  난, 별을 껴안고 있어


'어이 없는 놈' 59페이지에 실린 '웅덩이'라는 시입니다. 길가에 고여 있는 더러운 웅덩이를 표현한 시인데, 웅덩이 위에 비친 밤하늘을 묘사하며 더러운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아름다움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저의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이 시가 아름답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시 바로 옆 58페이지에는 '몸을 숲이라 하면'이라는 시가 실려 있습니다.


  몸을 숲이라 하면


  몸을 숲이라 하면

  심장은 개울쯤 되나

  마음에 해가 뜨는 날에는

  조용히 미끄러지고

  마음에 천둥 치는 날에는

  우당탕탕 뒤집어지고

  그애와 눈이 마주치는 날에는

  펄쩍, 물고기가 뛰어

  몸을 울창한 숲이라 하면

  심장은 개울이라서

  자지도 쉬지도 않나


 몸을 숲에 비유하여, 기분에 따라 요동치는 심장을 날씨에 따라 변하는 개울의 모양새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습니다. 시인의 창의력과 상상력에 정말 많이 감탄한 부분입니다. 감정을 날씨에 비견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흔한 비유이지만 좋아하는 아이(아닐 수도 있죠)와 눈이 마주쳐서 심장이 덜컹 뛰는 것을 물고기가 펄쩍 뛰는 것에 비유하는 것은 굉장히 참신하게 느껴졌습니다.



 안타깝게도 문학, 그중에서도 시(詩)는 대중적인 취미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 하면 난해하고 까다로운 이미지를 떠올리곤 합니다. 시는 이미 교과과정 내에서 점수를 얻기 위한 교과목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며,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에게는 일부 학과를 제외하면 사실상 접할 일이 없는 소수 전공자들과 마니아들만이 향유하는 비주류 문화가 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시는 결코 난해하고 복잡하며 수험생의 언어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장르가 아닙니다. 대중들이 접하기 힘들고 일부 전공자만이 누릴 수 있는 소수의 특권 같은 것도 아닐 것입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교육과정상의 시를 배우며 시를 '해석'하는 일에 익숙해졌고, 또한 우리가 '문학적'이라며 접하는 시들 역시 비전공자가 가볍게 읽기에는 상당히 버거운 시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오늘날까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윤동주 시인의 시가 그렇듯, 김소월 시인의 시가 그렇듯 문학적이면서도 난해하지 않고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시들 역시 많이 있습니다. 물론 이 시들 역시 문학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방대하게 있지만 굳이 깊게 해석하지 않더라도 문장 자체만으로 독자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시들입니다.


 위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시를 어려워하는 사람들, 시를 읽고 싶지만 막연히 시가 두려운 초심자들이 시 자체의 서정성과 아름다움을 느끼기에는 동시만큼 적절한 분야가 또 없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두 개의 시, '웅덩이'와 '몸을 숲이라 하면'은 이해하기 난해한 시가 아닙니다. 시어를 해석하려고 머리를 싸매거나 화자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심리전을 걸어야 하는 시도 아닙니다. '웅덩이'에 비친 별빛과, 물고기가 펄쩍 뛰는 '개울'이 주는 이미지는 서정적이면서도 직관적입니다. 어린이의 정서에서 쓰였기에 읽기에 어렵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반짝이는 상상력과 표현력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동시란 어린이의 정서를 읊은 시를 일컫는 말입니다. 하지만 시가 전공자들만의 향유물이 아니듯, 동시 역시 어린이들만의 것이 아닐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많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더불어 시를 막연히 어려워하는 수많은 어른들에게도, 시의 아름다움을 알려주는 김개미 시인의 '어이 없는 놈'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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