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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리커버 에디션

[도서] 박쥐 리커버 에디션

요 네스뵈 저/문희경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요 네스뵈의 명성은 이미 들어봤지만, 그의 작품을 읽어보기는 <박쥐>가 처음이다.

작가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에 다가가지 못했던 것은 부끄럽게도 책의 분량과 작가에 대한 낯섬 때문이다. 책의 분량은 500쪽에 달하고, 작가도 노르웨이 작가로 낯설고, 이런 류의 형사 추리물이 많아서이다.

요 네스뵈가 창조해낸 형사 캐릭터는 해리 홀레인데, 내가 기대했던 형사상은 아니었다. 노련하고 민첩한 형사를 기대했는데, 상처도 많고 사명감도 그다지 없어 뵈는 형사였지만 작품 후반부에서는 나름 형사의 진가를 보여주어서 좋았다.

특히 이 책을 재미있게 본 것은 호주 원주민인 애버리진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내가 호주로 신혼여행을 갔다 왔기에 애버리진의 공연을 봐서 호주의 원주민이 애버리진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그들이 이 책에서 말하는 그런 아픈 역사를 지닌 줄은 몰랐다. 아메리카 인디언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너무나 슬프고 화가 났는데, 애버리진의 역사 또한 참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책에서 홀레와 함께 수사를 펼치는 호주 형사 앤드류가 20세기 호주 정부가 저지른 큰 잘못인 반인륜적인 역사의 피해자인 도둑맞은 세대를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책 뒤 역자의 설명에 나와 있다. 그 설명에 따르면, <박쥐>가 출간된 1997년은 오스트레일리아 정부에서 ‘Bring them home’이라는 도둑맞은 세대 특별위원회 보고서를 발표한 해란다. 1910년에서 1970년대까지 호주 연방정부는 백인의 피가 섞인 아이들을 미개한 원주민 가정에서 구출해 문명화시킨다는 명목으로 원주민 복지법령에 의거하여 합법적으로부모에게서 강제 격리시킨다. 혼혈아들 중에서도 원주민에 가깝게 생긴 아동은 농장이나 공장의 일꾼으로 보내고 백인에 가까운 아동은 신문광고를 통해 백인가정에 입양시킨다. 이런 식으로 멀쩡한 가정을 두고 고아가 된 아동이 10만 명에 달했는데, 이들을 도둑맞은 세대라 부른단다. 이들 중 대다수는 평생 정체성 혼란에 빠져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변변한 직업도 구하지 못한 채 정신질환과 알코올중독에 시달렸는데도, 피해자에 대한 정식 사과나 보상은 이루어지지 않았단다. 작가는 이들 애버리진을 주요 등장인물로 내세워 4만 년 동안 구전된 애버리진의 꿈의 시대라는 신화를 소개함과 동시에 이들의 슬픈 박해 역사를 들려준다. 애버리진의 박해가 <박쥐>에서 다룬 연쇄살인 사건의 원인이다.

이런 역사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애버리진의 신화에 대해 들려주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그들의 탄생설화라 할 수 있는데 꿈의 세대 이야기, 뱀이 독을 갖게 된 이야기, 오리너구리가 물에서도 살 수 있게 된 이야기, 왈라와 무라의 이야기 등 무척 흥미로웠다. 이 책 70쪽에는 성경의 창세기와 비슷한 애버리진의 창조 신화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 말마따나 4만 년이나 외따로 떨어져 그 어떤 종교도 접해 본 적이 없음에도 말이다. 그 내용은 바이아메라는 창조주가 최초의 인간이 버룩부른과 그 아내를 만들고, 그들에게 그들 근처에 있는 야란나무에 표식을 해놓았으니 만지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야란나무는 벌때의 서식지여서 달콤한 꿈이 흐르고 있었다. 우연하게 꿀맛을 본 버룩부른의 아내가 야란나무에 올랐다가 벌때의 쫓김을 당하고 동굴로 피신하지만 그 동굴에는 야란나무를 지켜야 할 임무를 가진 나라다란이라는 박쥐가 살고 있었다. 이후 온 세상에 죽임이 퍼졌고 나라다란은 죽음의 상징이 되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에는 이, 눈에는 눈식의 대응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 ‘당한 만큼 되갚아야지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이런 악행의 순환고리를 끊어야 문제가 해결되는 법이다. 이런 자기 반성을 하게 하면서 인간의 야만성에 대해서도 되돌아보게 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다. 다음엔 요 네스뵈의 어떤 책을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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