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2’라는 숫자는 긴장감과 신비함을 품고 있다. ‘1’과는 확실히 다르다. 앤솔러지 테마를 들었을 때, 흥미로웠던 건 ‘2’ 자체가 가지고 있는 그 특유의 느낌, 매력 덕분이었을 것이다._[권여름. ‘작가의 말’에서]
'2'라는 주제를 가지고 7인 작가가 만들어낸 ‘2의 세계’, 7가지.
짠한 연애 소설 같았던 ‘모노레일 찾기’에 등장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옛 애인의 주변을 서성이는 남자,
1인자인 줄 알았지만 정작 가서 보니, 그것이 아니였다는 절망감과 피해망상이 느껴졌던 ‘시험의 미래’ 속, 출제위원에 선출된 한 남자,
글이 편하고 스타가 되지 못한 한 작가가 나오는 ‘코너스툴’ 속, 주류가 되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 자신이라는 고백,
최애에 대한 덕질로 한 세월을 불사르는 우리의 이야기, ‘2차 세계의 최애’,
2% 부족한 도플갱어들의 감옥이 등장하는 약간의 기괴한 이야기였던 1과 2의 구분에 대한 이야기, ‘2의 감옥’,
구조조정을 퇴사하게 된 주인공이 허망한 사촌의 죽음까지 보았지만 결국 다음의 희망을 기대해 보는 이야기, ‘다음이 있다면’,
시공간의 틈을 따라 다른 세계의 존재를 만나며 삶을 살아갈 힘을 얻는 인물들이 나오는, ‘이야기 둘’의 ‘2’...
1등만 기억하는 세상에서 2는 어떤 모습으로 생존하는지 우리네 상황에 맞춰서 다양하게 들어가 있었다. 모두 2를 앤솔로지로 썼지만, 각 작가가 그려낸 법은 매우 달라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고, 그 와중에 대부분이 사람에 대한 사랑, 삶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 나를 안도하게 만들었다.
때로는 미련스럽고, 때로는 수긍이 되기도 하고, 가끔은 기괴한 형태로 1과 다른 2의 심리를 넣어놓았는데, 아마도 누구나 이 중 하나에게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잘 읽히지만, 쉽지는 않았고, 삶에 대한 사유도 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였다.
_스타 작가답게 너는 아는 것도 많고 하고 싶은 말도 많은 듯 보이더구나. 대중 강연이나 티브이 예능프로그램에 나가더라도 주눅 들지 않고 자유자재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겠다 싶었어. 나는 그러지 못했지._[‘코너스툴’에서]
_다만 이번 앨범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무대 위 최애를 볼 날이 점점 줄어들다 곧 사라질거라는 걱정만큼은 좀처럼 가볍게 떨쳐지지 않았다._[‘2차 세계의 최애’에서]
_그때 아리는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동수가 완벽한 미남이었다면 어땠을까 싶은 모습의 남자였다. 잠깐 심장이 쿵, 했지만 반한 건 아니었다._['2의 감옥‘에서]
_회사에 구조조정 소문이 돌기 시작했을 때 발 빠른 동료들은 이직과 재취업을 준비했다. 그러나 미진은 신호등의 숫자가 넉넉하게 남아 있을 줄 알았고 천천히 줄어들 거라고 낙관했다. 미진이 방향을 가늠하며 두리번거리는 동안 사람들은 저만치 뛰어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_[‘다음이 있다면’에서]
_숨을 들이마실 때 미세하게 가슴이 올라가고 숨을 내쉴 때 제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이, 살아 있다는 것이, 살아서 곁에 있다는 것이 감동스러워 눈물이 날 것 같았다._[‘이야기 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