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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도서]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저/신유희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에쿠니 가오리는 '냉정과 열정 사이', '도쿄 타워'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입니다. '웨하스 의자'와 '울 준비는 되어 있다'를 읽고 작가의 작품에 호기심을 느껴 찾아보니 에쿠니 가오리 컬렉션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어요. 한 번 매력을 느끼면 함께 읽어볼 다른 작품들이 많아 더 좋은 작가입니다. 

감정에 지나치게 질척이지 않는... 초여름 저녁 하늘을 닮은 청아한 느낌의 문체와 함께 작가만의 독특한 세계관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하고 설득력있게 소개하는 방식이 마음에 드는 작가입니다. 

이번에 읽은 책,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은 에쿠니 가오리가 1989년부터 2003년까지 쓴 단편들을 모은 단편소설집이라고 하네요.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에 남긴 작가의 말에서 에쿠니 가오리는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이 다 맘에 드는 건 아니라고 솔직하게 밝혔는데요, 그건 독자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단편집만의 매력이 아닐까요? 

내 마음속에 쏙 들어와 마치 제 자리를 찾은 듯 안락하게 자리잡은 고양이같은 작품이 있을 것이고,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니야...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지 전혀 모르겠어... 하는 마음의 거리를 좁히기 힘든 작품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잘 모르는 사람의 장례식을 찾는 것을 취미로 삼고 살아가는 부부의 이야기나 한 사람을 녹신녹신(?) 사랑하면서도 일말의 죄책감 없이 바람을 피우는 여자의 이야기, 게이들의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다룬 단편에 이르러서는 공감할 수 없다며 정상적인 삶과 도덕의 잣대를 들이밀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묘하게 이런 이야기들에도 설득력 있다, 궁금하다, 더 알고 싶다는 생각들이 일었어요. 물론 무척 낯선 공기를 느끼고 당황하는 감정도 함께 했다고 솔직히 말할 수 밖에 없겠네요. 내 일상과 동떨어진 어떤 삶을 들여다보는 재미를 소설에서 찾을 수 없다면 또 어디서 찾을까 하는 생각에 저는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특히 이야기의 배경이나 소설 속 상황을 생생하게 눈 앞에 보이듯이 묘사해서 감정이입을 극대화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특히, '선잠'이라는 소설에서는 푸르키네 현상이 자주 언급되는데, 눈 앞에 푸른 저녁의 공기가 펼쳐지는 것 같고, 무논을 지나가는 바람이 시각화되어 문장속에서 쓸쓸하고 청량한 바람을 느끼는 듯 했어요. '선잠'은 특히 제가 좋아했던 단편이라 다른 분들께도 권하고 싶네요. 

 


 

또 하나 재미있었던 단편은 '재난의 전말'인데요, 키우던 고양이에게서 벼룩이 옮은 여자가 피부병에 시달리며 괴로움을 겪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단순한 이야기같지만, 재난이라는 것이 전쟁이나 지진같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고양이 벼룩이라는 작고 일상적인 것에서 시작될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게다가 이 엄청난(?) 재난 덕분에 고양이와 연인을 향한 사랑이 정말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거든요. 우리가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자기애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님을 깨닫게 되는 작품이라 무척 새로웠던 것 같아요. 

에쿠니 가오리 소설은 반짝이는 통찰력을 청아한 문체에 담아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여름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도 있어서 계절감에 잘 맞더라고요.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올해 여름 휴가에 함께 해 보시면 어떨까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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