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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모범생

[도서] 가짜 모범생

손현주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얼마 전, TV 프로그램 '금쪽같은 내 새끼'의 캡처본이 떠돌아다니는 걸 우연히 본 적이 있었다. 왜 공부를 하지 않느냐며 아이를 다그치는 부모의 모습과 입을 꾹 닫은 아이,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위태로운 가족의 이야기였다. 고작 몇 시간, 며칠을 비춘 광경에도 시청자들은 '만약 내가 저런 환경에서 자랐으면 진작 미쳤을 거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잠시 잠깐 본 사람들의 반응도 이럴진대, 그 아이는 혼자서 몇 년을 마음속으로 싸워왔을까. 부모의 언성이 높아질 때면 아무 대꾸 없이 허공을 바라보던 아이의 텅 빈 눈동자가 가슴에 깊이 남았다.

 

요즘은 현실이 영화 드라마보다 무서운 세상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현실의 모습을 소름끼치게 담아내는 작품들이 끝없이 쏟아진다. '가짜 모범생'은 마치 '금쪽같은 내 새끼'를 문학으로 만들어낸 작품 같았다. 교육 학대에 지친 일란성 쌍둥이 아이가 자살한 뒤로도 엄마의 집착은 끊이지 않는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허구니까 이럴 수 있을 거다,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가정의 모습이 또 어딘가에는 분명 존재할 거라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남겨진 아이 선휘는 현실을 극복해나갈 기회를 붙잡았다는 점이다. 저와는 달리 성적보다 꿈을 중요시하는 친구 은빈을 만난 덕일 수도 있고, 먼저 떠난 형의 모습을 보며 '나는 형처럼 되지 않을 거야'라고 중얼거린 다짐 덕일 수도 있다. 그 계기가 무엇이든, 위태로웠던 한 아이가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안쓰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애틋했다. 청소년들에게는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현실을 이겨낼 힘이 존재하니까. 오늘 당장 죽을 것처럼 힘들어도 자신을 믿고 힘을 내주었으면 좋겠다.

 

책 표지에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은 작가라는 문구가 있어 기대가 컸는데, '왜' 수상 작가인지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화려한 미사여구나 수식은 없어도 작품이 가진 이야기의 힘이 뛰어나다. 나는 이미 학창 시절을 한참 전에 지나왔지만, 그리고 미래에도 선휘만 한 아이를 대할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소설 속 인물들과 전혀 다른 입장의 제3자인 내가 읽어도 '다음 세대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나는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 고민해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질문을 남기는 작품을 좋아하기에 감히 '좋은 작품'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선휘의 앞날이 매일 평탄하지는 않더라도, 시련을 이기고 찾은 꿈을 잘 지켜나가며 종내 행복해질 수 있기를 빌어본다. 언젠가는 아이들이 성적, 부모, 주변 시선 따위의 외부적 압박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꿈을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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