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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7년

[도서] 좋았던 7년

에트가르 케레트 저/이나경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M F 좋았던 7년 ㅡ 에트가르 케레트 에세이 , 이나경 옮김 ,이봄 ,


" 또 한 명의 죄인 "


얼마 전 , 나는 뉴햄프셔 예술가 마을에서 열린 낭독회에 참석했다 . 세 명의 작가가 돌아가면서 십오 분 동안 자신의 글을 읽는 시간이었다 . 나머지 두 명은 막 글을 쓰기 시작해 아무것도 발표하지 않은 사람들이었고 , 나는 아량인지 , 잘난 체였는지 마지막으로 읽겠다고 했다 . 처음 읽는 작가는 브루클린 출신의 남자였고 상당히 재능이 있었다 . 그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에 대한 글을 읽었다 . 강렬한 내용이었다 . 두번째 작가는 로스엔젤레스에서 온 여성이었는데 , 글을 읽기 시작하자 내 머리가 빙빙 돌기 시작했다 . 예술가 마을의 난방을 지나치게 한 도서관 시청각실에서 불편한 나무의자에 앉아 , 나는 나의 두려움 , 나의 욕망 , 그리고 영원한 불길처럼 내 속에서 타오르고 있지만 스스로를 너무나 잘 감추어 그것과 나 말고는 존재를 알지 못하는 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경청했다 . 이십 분뒤 낭독이 끝났다 . 그녀는 연단에서 내려왔고 , 내가 힘없이 걸어나가다 그녀를 지나쳤을 때 , 그녀는 동정하는 얼굴로 나를 흘깃 쳐다보았다 . 정글의 당당한 사자가 서커스단의 사자를 쳐다보는 눈빛 같았다 .

그날 저녁에 내가 무엇을 읽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 다만 읽는 내내 머릿속에 그녀의 이야기가 메아리치고 있었다는 것만은 기억난다 . 그 단편 속에서 한 아버지가 여름방학 내내 동물들을 괴롭히며 보내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아버지는 벌레를 죽이는 것과 개구리를 죽이는 것을 구별하는 선이 있고 , 아무리 어렵다 하더라도 그 선을 결코 넘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

세상의 이치가 그렇다 . 작가는 그것을 만들어내지 않았지만 , 말해야 하는 것을 말하기 위해 존재한다 . 벌레를 죽이는 것과 개구리를 죽이는 것을 구별하는 선이 있다 . 그리고 작가는 살면서 그 선을 넘은 적이 있다 하더라도 그 사실을 지적해야만 한다 . 작가는 성자도 차디크*도 문 앞에 찾아온 선지자도 아니다 . 작가는 이 세상의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을 조금 더 예리하게 감지하고 조금 더 정확한 언어로 설명하는 , 또하나의 죄인일 뿐이다 . 작가는 단 하나의 감정이나 사상도 만들어내지 않는다 . 그 모든 것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 작가는 독자들보다 조금도 더 낫지 않고 ㅡ 오히려 훨씬 못할 때도 있다 ㅡ 또 그래야만 한다 . 작가가 천사라면 작가와 우리 사이를 가르는 심연이 너무나 깊어서 그의 글은 우리에게 다가와 마음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 하지만 작가는 여기 , 우리 편에서 , 더러운 진흙탕에 목만 내놓고 파묻혀 있기 때문에 다른 누구보다도 자기 마음속에 든 모든 것 , 환한 곳뿐만 아니라 어두운 그늘 속에 있는 것까지도 우리와 나눌 수 있는 사람이다 . 작가는 우리를 약속의 땅으로 데려가지 않을 것이다 .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지도 , 병자를 낫게 하지도 않을 것이다 . 하지만 작가가 자기 일을 제대로 해낸다면 , 가상의 개구리 몇마리는 더 살 수 있을 것이다 . 이렇게 말하는 것이 유감이지만 , 벌레들은 나름대로 살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


나는 글을 쓰기 시작한 날부터 그 진리를 알고 있었다 . 그것을 , 확고하면서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 하지만 그 낭독회에서 , 뉴햄프셔 한복판 맥도웰 예술인 마을에서 진짜 사자와 대면하고 잠시 그 공포를 느꼈을 때 ,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가장 예리한 지식조차도 둔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지지와 지원 없이 창조하는 사람 , 그에게 재능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에워싸여 여러 시간 노력한 후에야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항상 그 진리를 기억할 것이다 . 주위 세상이 그로 하여금 그 진실을 잊지 못하게 할 테니까 . 그것을 잊을 수 있는 작가는 성공한 작가 , 삶의 흐름에 맞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을 따라 흘러가며 글을 쓰는 사람 , 펜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통찰이 글을 향상시키고 작가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 뿐 아니라 에이전트와 출판사에게도 기쁨을 주는 그런 작가뿐이다 . 젠장 , 나도 그것을 잊어버렸다 . 그러니까 , 어떤 것과 다른 것 사이에 선이 있다는 사실은 기억하고 있다 . 그저 최근에 와서 어쩌다보니 그것이 성공과 실패 사이의 선 , 용납과 거부의 선 , 찬양과 경멸의 선으로 바뀌어버린 것뿐이다 .

그날 밤 , 낭독회가 끝나고 나는 방으로 돌아가 곧장 누웠다 . 창문을 통해 커다란 소나무와 맑은 밤하늘이 보였고 숲속에서 개굴거리는 개구리 소리가 들렸다 . 그곳에 도착한 이후로 개구리 소리를 들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 나는 눈을 감고 잠을 , 침묵을 기다렸다 . 하지만 개구리들은 멈추지 않았다 . 새벽 두시 , 나는 침대에세 일어나 컴퓨터로 가서 글을쓰기 시작했다 .

*유대교인들이 의롭다고 여기는 사람 .
[본문 143 , 144 , 145 , 146 , 147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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