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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의 초상

[도서] 에코의 초상

김행숙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존재의 집

 

ㅡ                                      김행숙 시


그런 입 모양은 아직은 침묵하지 않은 침묵을
침묵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입구에서 조금만 더 ,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 기다리고 , 끊어질 것 같
은 마음으로 기다리는 사람을 뜻한다
그 사람이 얼음의 집에 들어와서 바닥을 쓸면 빗
자루에 묻는 물기 같고
물결이 사라지듯이 말수가 줄어든 사람이
아직은 침묵하지 않은 침묵을
침묵으로 들어가는 좁은 입구를
그런 입 모양은
표시했다
식사 시간에 그런 입 모양이 나타났을 때 숟가락
을 떨어뜨렸고 , 그 사람은 숟가락을 떨어뜨린 줄도
몰랐는데
그 숟가락은 무엇이든 조금씩 조금씩 덜어내기에
좋은 모양으로 패어 있고
구부러져 있다
숟가락의 크기를 키우면 삽이 되고 , 삽은 흙을 파
기에 좋다
물 , 불 , 공기 , 흙 중에서 흙에 가까워지는 시간에
이를테면 가을이 흙빛이고 노을이 흙빛이고 얼굴
이 흙빛일 때
그런 입 모양은 아직은 입을 떠나지 않은 입을
아직은 입으로 말하지 않은 말을
침묵의 귀퉁이를
아직까지도 울지 않은 어느 집 아기의 울음을

( 본문 12 , 13 쪽 )

김행숙 시집 ㅡ에코의 초상 중 [ 존재의 집 ]
문학과 지성사 시인선 455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죽은 이를 묶고 또 묶는 일 , 칠성판에 가장 가깝도록 습자지를 접어 일곱번을 동여매는

소렴 동안 , 우는 이는 엄마 하나였다 .

고인이 시아버님이 되는 관계인데 , 자식들은 아무도 울지 않았다 . 장손조차 들지 않고

한발 떨어진 , 나와 형은 입관을 가까이서 지켜보았다 .

그러나 나도 , 엄마를 위해서였다 . 엄마의 울음은 ,,, 어쩌면 너무나 다른 장례의 풍경

과 겹겹이 싸는 정성과 너무나 간단했던 이모의 장례를 되새김질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는 슬픈 예감 속에서 .

재작년 할머니 장례때와는 너무나 판이하게 다른 분위기였다 . 그때는 모두 애통해했는

데 , 워낙 생전에 할머니를 고생시킨 할아버진 , 싸늘한 분위기 속에 보내지는데 , 이상

하게 재작년 할머니 장례 때보다 겹겹의 정성을 쏟는것이 나는 이상했다 .

 

입관이 끝나고 , 모두 입과 손을 물로 행구러 뿔뿔이 화장실로 흩어졌을 때 . 나는 못됐

게도 고모를 기어이 울렸다 . 아닌가 ? 어쩌면 누구에게라도 털어 놓고 싶어 고모님은

내게 울음을 털어 낸 것이었을까 ? 장례가 끝나고 우리는 더욱더 가까워졌다 . 할아버진

돌아가신 후에 더 멋져 지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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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수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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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해맑음이

    이젠 남은 자들의 슬픔이네요.

    2018.12.01 12:1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언강이숨트는새벽

      으음 ~~ 아녜요 . 아버지께 젤 먼저 연락이 왔었는데 , 우리 통화하면서 주고 받은 기운은 괜찮죠 ? 괞찮으셔야해요 . 뭐 그런 기운 였어요 . 많이 안아드리고 그래요 . 자주 생각하고요 . 우린 슬픔 덕에 조금 더 성장해요 .. 해맑음이 님!!

      2018.12.04 20:09
  • 파워블로그 찻잎향기

    저는 저 사진속에에서 무덤 옆에 시집이 세워진 줄 알았어요.
    돌아가신 분은 아주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것입니다. 남은 분들은 그분과의 추억 그리움 등으로 또 살아가는 것이겠지요

    2018.12.01 20:4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언강이숨트는새벽

      네 . 그래요 . 인제 하늘 내린 이란 장례처였는데 , 와 ,,, 넘 멋져서 감탄했어요 . 훗~ 죽은이의 거처가 , 살아 생전보다 , 나아 봤자겠지만요 . ㅎㅎ감사해요 .

      2018.12.06 19:12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