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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해 기억해

[도서] 복수해 기억해

섀넌 커크 저/김지현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열 여섯 소녀가 납치된다! 아직 십대지만 뱃속에 아기를 품고 있는 여자아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누구라도 비명을 지르며 패닉에 빠질 법한 상황이지만 이 소녀는 당황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어디로 끌려가고 있는지 정확히 초를 세며 가늠하고, 납치되어 감금된 33일동안 치밀하게 복수할 계획을 세운다. 소녀를 보러 오는 사람은 간수와 의사와 '물으나마나' 부부. 일주일에 한 번씩은 요리를 하러 누군가가 찾아오지만 그들이 소녀가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들의 목표는 명확하다. 바로 소녀의 몸안에서 태어날 날을 기다리며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아기. 의사는 소녀의 몸상태를 측정하고 분만에 도움을 주기 위해, '물으나마나' 부부는 태어난 아이를 데려가기 위해 찾아오는 것이다. 폭력적이고 모자라보이는 간수 외에도 그와 똑닮았으나 사이코같은 쌍둥이 브레드도 한 팀이다.

 

이쯤되면 과연 이 소녀는 대체 어떤 인물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짐작한대로 보통 아이들과는 조금 다르다. 자신의 감정을 켰다 껐다하며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고가 일어났을 때도 범인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여 그의 심리를 파악하고는, 단번에 상황을 제압헀다. 그런 소녀였기에 주어진 환경 속에서 복수할 도구들을 물색하며 면밀히 계획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이다.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소녀가 아니라 납치범들이다! 그리고 마침내 복수의 날이 밝았다!

 

피해자의 공포나 두려움이 아니라 주도면밀한 계획과 그 실행으로 작품이 꽉꽉 채워져 있다. 제목인 [복수해 기억해]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작품의 주된 내용은 납치된 소녀가 복수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과정, 복수의 실행이다. 자신의 감정을 손쉽게 컨트롤하는 주인공이라 담담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만약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누구라도 까무러칠 상황이지 않은가. 더구나 간수는 아이가 태어나면 그녀가 어떻게 될 지, 이미 살해당한 다른 소녀를 보여주며 두려움을 증폭시킨다. 기민한 관찰력과 영특함, 감정조절 능력이 아니었다면 아마 소녀도 아기가 태어날 때까지 눈물로 하루하루를 지새우다 다른 소녀들처럼 살해당하지 않았을까. 독자들은 과연 그녀가 납치범들에게 어떻게 복수할 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고 정상으로 올라가는 심정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의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어마무시 잔혹한 복수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한정된 상황에서의 복수였기 때문인지 간수에 대한 복수가 전해주는 카타르시스가 기대보다 약하게 느껴졌다. 분명 뒤에 뭐가 더 있지 않을까-라는 심정으로 페이지를 마구 넘겼지만 의사에게도, '물으나마나' 부부에게도 가해지는 복수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아주 정의(?)롭게 행해지는 탓에 다소 김이 새는 느낌이랄까. 소녀는 브레드에게조차 죽음을 허락하지 않는데 어쩌면 그 편이 브레드 개인에게는 더 잔혹한 형벌일 수 있겠지만 지켜보는 내 입장에서는 답답한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내가 그 동안 너무 피철철 스릴러에 노출된 탓인가!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소녀가 계획을 세우는 과정 하나하나의 치밀함은 눈여겨볼만 하다. 변호사로 일하면서 작가로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섀넌 커크. 일단 다음 작품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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