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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공적인 연애사

[도서] 가장 공적인 연애사

오후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마음을 나누는 일은 늘 어렵지만, 특히 남자와 여자 사이의 일은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은 지금까지도 알쏭달쏭하다. 좋으면 좋은 거고 싫으면 싫은 거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나에게 '밀당'이라는 개념은 무척 생소한 것이었다. 좋아하는데 왜 좋아하는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면 안 되는 건지, 좋아한다고 말하는 게 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인지.  마음이 가지 않는 상대에게 최대한 정중하게 나는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게 왜 그리 어려운 시대가 된 걸까. 물론 후자의 경우에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다. 누가 나를 좋아한다는데, 상대는 애써서 어렵게 꺼냈을 마음인데 그 호의에 응답하지 못한다는 건 어쩌면 비극이니까. 하지만 좋아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너에게 마음이 가지 않는다'는 말을 꺼내지 못해 그 사람의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게 더 슬프지 않을까. 그래서 내가 옆지기와 결혼한 것인지도 모른다. 옆지기에게는 나의 감정을 숨길 필요도 없었거니와, 옆지기 또한 그런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책의 첫 장을 읽는 순간부터 작가가 범상치 않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원래 이 책의 맨 앞에는 100페이지 분량의 한 개 챕터가 더 있었다고 한다. 주 내용은 '성선택'에 관한 것으로, 그러나 작가의 이런 욕망은 출판사의 만류로 좌절되었다니, 어째 짠하기도 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하는 도입부였다고 할까. 더불어 삭제된 내용이 궁금한 사람은 영수증이나 구매 내역 등으로 구매인증을 하면 이메일로 보내주겠다고 하면서 책은 꼭 사서 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그런 작가가 풀어내는 허심탄회하면서도 은근 심각한 우리들의 연애 이야기.

 

작가가 이야기를 진행시키면서 풀어내는 연애사에서 힘의 중심은 주로 남성 쪽에 존재했다. 그런데 현존하는 모계사회인 모수오족의 가장 큰 어른은 외할머니이고, 아이는 어머니의 성을 따르며, 재산도 어머니에서 맏딸로 이어진다. 사랑을 지속시킬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여성 쪽이다. 부인과 남편의 개념이 없으며 아버지라는 호칭도 없는 데다, 덕분에 이 공동체에는 경쟁이나 질투, 탐욕, 분노 등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니 어쩌면 연애의 '유토피아' 같은 곳 아닐까.

 

고대 사회의 연애를 다룬 챕터에서 가장 충격적이면서도 웃음이 터진 부분은 단연 <공개 자위에 시달리 이집트 왕>이었다. 이집트 파라오가 누구인가. 태양신의 기운을 받아 그 누구보다 신성시되는 사람 아니던가. 그런 파라오가 이집트에 가뭄이 100일 연속으로 이어지면 강 위에서 공개 자위를 해야만 했다니, 민망하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상상이 되면서 그 동안 파라오와 이집트에 느꼈던 경외감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뭐랄까, 굉장히 인간적이기도 하면서, 친근한(?)!!

 

다소 익살스러운 분위기로 이어지던 연애사는 중세와 근세를 거쳐 현대로 진입하면서 심각해진다. 공식대로라면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졌을 연애와 사랑이, 오늘날에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진 가족과 삶의 형태. 이성이 줄 수 있는 친근감을 생각하면 연애와 데이트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데 의외로 섹스에 관심 없는 싱글들도 많다는 연구에 이 사회마저 얼어붙어 가는 듯한 느낌이다. 과연 미래의 연애와 사랑은 어떤 모습을 갖게 될지, 우리 아이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지 무척 궁금하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연애의 전체적인 개괄을 만날 수 있어서 시작은 가벼웠으나 끝은 살짝 무겁다. 현실과 맞닿아있기 때문에 그럴지도. 깔깔거리며 읽다가 또 작가가 던지는 논제에 이런저런 생각도 할 수 있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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