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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

[도서]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

마리아나 엔리케스 저/엄지영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어지간해서는 공포소설이라고 해도 그리 무서워하며 읽는 편은 아니지만 이 마리아나 엔리케스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순수하게 '무섭다'. 마치 길은 건너야 하는데 깊고 어두운 늪을 앞에 두고 발을 내딛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마음이라고 할까.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에서는 그런 두려움을 희미하게 느꼈다면 이번 작품집에서는 아주 확실해졌다. 이 작가의 이야기들은 범상치 않다고. 그러니 '어디 한 번 읽어보자!'고 굳세게 마음 먹지 않고서는 덤벼서는 안 된다.

 

그녀의 이야기는 흡사 우물처럼 우리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이 '우물'이라는 단어가 뇌리에 깊이 박혀버린 이유는 작품집에 실린 단편 중 하나인 <우물> 때문이기도 하다. 작가가 이 작품집에 수록된 작품들 중 가장 먼저 쓴 단편이기도 한 <우물>은 저주를 받아 심각한 정신 질환에 걸린 어느 젊의 여성의 이야기다. 저주와 정신병이라는 전통적인 고딕 소설의 소재를 모두 다루고 있지만, 여기에서 문제는 이 소재들이 아니다. 그 젊은 여성에게 저주를 내린 존재들은 과연 누구인가. 사실은 그들이 제일 무서운 요소다. 자신들이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멀쩡한 아이를 이용했다는 것, 심지어 그들이 가까운 사람들이라는 것. 인간은 과연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의 답을, 이 이야기에서라면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남아메리카 특유의 공포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면 <땅에서 파낸 앙헬리타>를 추천한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내륙 지방에서는 아기가 죽으면 천국의 일원이 된다고 믿었기 때문에 등에 날개를 붙여서 장례를 치르는 관습을 주요 소재로 삼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땅에 묻었던 그 아기가 어디를 가든 따라다닌다면?! 사실 '남아메리카 특유의 공포'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 후기를 읽기도 전에 이 <땅에서 파낸 앙헬리타>가 지역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왜였을까.

 

엽기적인 호러 이야기도 등장한다. 망가진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을 때 쾌감을 느끼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심장이여, 그대는 어디에 있는가>. 급기야 그녀가 다다른 마지막에 경악하고 말았다. 그리고 어쩌면, 정말 어쩌면 현실에서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카르네>에서는 동경하던 연예인의 죽음을 알게 된 두 소녀의 극단적인 선택을 다룬다. 이 두 작품은 읽다 속이 울렁거릴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겠다!

 

사회와 관련된 두려움, 자신의 어린 시절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비극적인 역사와 관련된 공포 이야기도 등장한다. 각각의 이야기들에 기본적으로 '공포'라는 기본 재료를 깔아두고 다양한 소재로 양념을 한 듯한 이미지라고 할까. 그저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위해 공포라는 장르를 선택한 것도 같다. 우물과도 같은, 늪과도 같은 이야기라 호불호가 갈릴지도 모르지만, 다음 작품이 출간된다면 나는 더 읽어보고 싶다. 묘하게 끌어당기는 마력을 느낀다. 감히 말한다면, 스티븐 킹에 필적한다고 여겨질 정도!!

 

**출판사 <오렌지디>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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