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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이 기도할 때

[도서] 죄인이 기도할 때

고바야시 유카 저/민경욱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제가 지금이라도 경찰에 신고해서 그 애들이 소년원에 들어간들 그 애들은 전과도 생기지 않아요. 사회에 돌아오면 이름을 바꿀 수도 있고요. 그런데 저는 죽을 때까지, 아뇨, 죽은 뒤에도 사진이 돌아다닐 거예요. 그거 정말 이상하지 않나요?


p 169

 

얼마 전 읽은 어떤 책에 인상깊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학교폭력에 휘말렸다고 해도 내 아이가 피해자일거라고만 생각하기에는 힘든 세상이 되었다고. 설사 그 말이 진실이라도 부모라면 '내 아이=피해자'라는 공식을 깨기란 힘들 것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아이들의 어릴 때 잠든 얼굴을 기억하는 부모라면 내 아이가 가해자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겁니다. 저부터도 그러하니까요. 아이가 자라고 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점점 다가오면서 걱정되는 것은 학습도 뭣도 아닌 바로 '학교폭력'입니다. 아이들은 더 이상 순수하지만은 않고, 그들의 세상 속에서 하루하루의 생활은 어쩌면 생존과 직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현실. 생각만으로도 몸에 한기가 들어요.

 

첫째 아이를 낳고 저는 한동안 제대로 잠들 수 없었습니다. 이 작은 아이를 내가 지켜줄 수 있을까, 두려웠어요. 그때부터 시작된 걱정들. 시댁이나 친정에 아이를 잠시 맡기고 볼 일을 보러 갔을 때조차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서둘러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때때로 불쑥 고개를 드는 부정적인 상상들만으로도 가슴은 충분히, 화석처럼 굳어갔어요. 그런데, 그런 아이가 누군가로부터 괴롭힘을 당한다면, 부모인 우리에게 말도 못 꺼내고 괴로움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면, 이건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일 아닙니까. 미치는 것만으로도 부족하겠죠. 아이와 함께 한 추억, 힘들어도 말 한 마디 못했을 아이의 심정을 생각하면, 아이가 세상에서 사라진 순간부터 부모의 마음도 같이 죽은 거나 매한가지일 겁니다.

 

'학교폭력'과 관련된 작품은 뒷맛이 써요. 절대 개운하지 않습니다. 그 어떤 결말이든 이미 피해를 당한 아이는 등장하고, 그 상처는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에요. 내 아이는 세상에 없는데, 그런 소중한 자식을 죽음으로 내몬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생활을 이어간다는 것, 심지어 여전히 죽은 아이에 대한 죄책감 없이 또 다른 아이를 괴롭히며 살아간다는 것에 분노한 아버지는 복수를 결심합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왜 내가 이런 고통을 맛봐야 하는가. 누구도 대답해줄 수 없는 의문 속에서 죄인이 된 그의 기도가 마음을 울립니다.

 

저는 굉장히 기준에 충실한 삶을 살아왔고, 여전히 그 기준에 맞춰 살아가려는 사람이지만 요즘은 그 '기준'이라는 것이 흔들리는 것을 느낍니다. 학교도 마찬가지. 우리가 학교에 열심히 다녀야 한다고 아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는요? 아주 오래 전부터 가져온 이 의문들에 대한 답을, 저는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인생은 짧은 듯 하지만 짧지 않고, 지금 당장 학교를 그만둔다고 해서 큰 일이 나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사회적인 시스템, 이런 거는 이제 말하기도 싫어요. 요즘은 아이들이 소년법을 들먹여가며 범죄를 저지른다는 충격적인 기사를 봤어요. 이 사회가 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생각하면 가슴만 답답해지니 저는 제가 할 일을 해야겠습니다. 작품 속에서 자살한 아들의 어머니는 아이에게 손가락 인형이라도 만들어주고 괴로울 때는 아무 말 없이 그 인형을 내보이라고 할 걸 그랬다며 가슴을 쳐요. 혹시 나도 아이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힘들다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이런 저런 생각의 홍수 속에서, 힘들 때 힘들다고 아이가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도록 나는 아이에게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하는가 고심하며 저만의 손가락 인형을 만들어보렵니다.

 

**출판사 <소미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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