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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의 간식

[도서] 라이온의 간식

오가와 이토 저/권남희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내 삶의 마지막은 어떠할까.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생각해보게 된다. 그것이 살아있는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숙제일 것이므로. 누구나 무병장수하다가 잠자는 듯 세상을 떠나길 원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생의 곳곳에 숨어있을 위험과 끝내는 찾아올 마지막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끝도 없는 블랙홀에 빠져드는 듯한 기분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하루하루 죽음에 가까워지는 일일테지만 이왕이면 죽음의 순간의 모습은 내가 정하고 싶다는 바람. 암에 걸려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우미노 시즈쿠는, 그 바람 하나로 호스피스 '라이온의 집'에 들어간다.


"시즈쿠씨. 사자는 동물계의 뭔지 아세요?"

"백수의 왕이잖아요?"

"그렇습니다, 정답입니다. 요컨대 사자는 적이 덮칠 거란 걱정이 없답니다. 안심하고 먹고 자고 그러면 되는 거예요."

"그렇군요, 그래서 여기는 라이온의 집이군요."


p164

 

365일 아침마다 맛있는 죽이 나오고, 가슴을 상쾌하게 만드는 바람이 불어오는 바닷가에 인접한 라이온의 집에는 일주일에 한 번 간식시간이 있다. 이곳에 머무는 게스트들이 생의 끝을 앞두고 한 번 더 먹고 싶은 간식을 사연과 함께 신청하는 것. 모두 둘러앉아 누군가의 사연을 들으면서 경건한 마음으로 간식을 앞에 두고 그의 추억 한 조각을 함께 떠올린다. 아침에는 무슨 죽이 나올까 기대하고, 눈꽃같은 개 롯카와 산책하며, 라이온의 집에 들어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시즈쿠. 그러나 그녀는 확실히 죽음에 한발한발 다가가고 있다. 그리고 시즈쿠의 마음에는 여전히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억울함이 남아 있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일이, 과연 쉬운 사람이 있을까. 괜찮아, 나는 이제 죽을 준비가 되었어-라고 아무리 다짐해도 결국에는 '왜 나야!'라고 울부짖는 것이 진짜 마음이다. 시즈쿠는 그런 자신까지 모두 끌어안고 여러 게스트들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비로소 죽음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여기에는 죽는 순간에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마돈나의 배려가 한몫하는데, 죽음 뒤의 세계에 대해서는 아무도 아는 이가 없다는 데서 오는 묘한 기대감 같은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읽다보면 문득 어쩌면 죽음도 생의 축제 중 하나라는, 터무니없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살짝 당황했지만 그만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포심을 덜어주는 이야기라고 할까.

 

결말 부분은 혼수상태에 빠진 시즈쿠가 이미 죽음의 세계로 건너간 이들을 만나 대화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즈쿠가 아기였을 때 세상을 떠난 엄마, 계속 시즈쿠에게 추파(?)를 던졌던 아와토리스 씨, 롯카의 전 주인. 그리고 마지막까지 가슴에 응어리로 남아있던 '아빠'와 배다른 동생 고즈에와 만나면서 시즈쿠는 이제 가벼워진다. 라이온의 집에서 맛보았던 음식들과 그로 인해 구원받고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나날들에 진심으로 감사하면서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하는 시즈쿠의 모습에 마음이 울컥하고 말았다.

 

이왕이면 살아있는 내내 행복하고 싶다. 그 행복을 온몸으로 실감하면서 '행복하다'고 자주 말해야겠다.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실컷 웃고, 이 순간의 행복을 만끽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별이 되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볼 수 있다고 그렇게 믿고 싶다. 읽는 동안 많이 울었지만 흘려보낸 눈물만큼 나도 가벼워진 느낌.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는데 이 따뜻한 마음들을 어떻게 묘사해냈을지 올 겨울에 꼭 한 번 맛봐야겠다!

 

**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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