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인간 실격

[도서]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저/장하나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몇 년 만에 다시금 읽어 본 인간 실격이다. 제목부터 묘한 이끌림이 있는 도서로 그 내용도 다소 신선(?) 한 편이라 다시 읽는 재미도 다분했다.

이 책은 저자의 평탄하지 못한 삶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되는 내용이지만 그렇다고 책 속 화자의 인격까지 이해하기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인간 실격이란 의미부터 먼저 새겨본다. 사전적 의미로 실격이란 '자격 미달이나 기준 초과, 규칙 위반 따위로 자격을 잃음'을 의미한다. 그럼 인간 실격이란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자격에 대한 미달을 의미하는 것일까.

화자는 세 번의 수기를 통해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야말로 폐인이 된 화자는 고향에서 기차로 네다섯 시간 떨어진 온천 마을의 오래된 집에서 지내게 된다. 행복도 불행도 없는 그는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갑니다.'라며 '인간' 세계에서 딱 한 가지 진리는 이뿐이라 말한다.

주인공 요조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지만 도저히 끊어낼 수 없기에 '광대 짓'을 통해 인간에 대한 구애를 드러낸다. 사뭇 가장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한데 인간이 인간을 100%로 이해할 수는 없기에 좀 더 그에 대해 알아가면서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 그리하여 생각해낸 것이 '광대 짓'이었습니다.

그건 인간에 대한 내 마지막 구애였습니다.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도저히 끊어낼 수 없었나 봅니다. 그렇게 나는 광대 짓이라는 끈 하나로, 가까스로 인간과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연신 웃어보여도 속으로는 안간힘을 쓰는, 천 번에 한 번 성공할까 말까 한 위기일발의 진땀 나는 서비스였습니다. p 15

- 인간에 대한 공포로 늘 벌벌 떨었고, 또 인간으로서의 내 말과 행동에 손톱만큼도 자신이 없었기에, 혼자만의 고뇌는 가슴속 작은 상자에 감추고, 그 우울과 신경과민을 그저 꼭꼭 숨기며 오로지 천진한 낙천성만 있는 척 가장한 채, 나는 우스꽝스러운 괴짜로 차츰 완성되어갔습니다. p 16~17

인간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을 꼭꼭 숨긴 채 광대짓을 통해 사람들에게 웃음거리를 주는 요조를 다케이치가 간파한다. 그 후 요조는 진실을 발설할 수 있는 다케이치가 두려워 그와 친구가 된다. 다케이치는 요조에게 두 가지 예언 아닌 예언을 하게 되는데 그중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렸다고 훗날 요조는 생각한다.

도쿄의 고등학교에 합격하여 바로 기숙사 생활에 들어간 요조는 단체 생활이란 건 도저히 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핑계를 대어 기숙사를 나와 아버지 별장에서 생활하면서 종종 학교를 빠지곤 한다. 이런 요조에게 호리키 마사오라는 미술학도와의 인연이 시작된다. 요조가 미술학도에게서 배운 것이라곤 술과 담배, 매춘부, 전당포, 그리고 좌익 사상으로 그리 건전해 보이지 않는다. 난생처음 도시의 진짜 건달을 본 요조는 그와의 공통점으로 '인간의 삶에서 완전히 유리되어 갈 길을 잃고 방황하는 점'을 꼽지만 그 본질은 다름에 그를 경멸한다. 하지만 인간 공포증이 있는 요조는 그에게 지갑까지 맡기며 의지한다.

- ...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는 그 무시무시한 침묵이 모습을 드러낼까 두려워, 원래는 입이 무거운 내가 필사적으로 광대 짓을 해온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 호리키란 얼간이는 눈치도 못 채고 그 광대 짓을 자처해서 하고 있으니, 나는 대꾸도 하는 둥 마는 둥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다, 가끔 설마, 하며 웃어주면 그뿐이었습니다.

술, 담배, 매춘부, 그건 모두 비록 일시적이긴 해도, 나의 인간 공포증을 누그러뜨리는 데는 그만한 게 없었습니다. '그러한 수단을 얻기 위해서라면, 내 모든 걸 팔아치워도 좋다'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p 45

호리키와 어울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요조에게 인생이 크게 뒤바뀌는 사건이 일어난다.

- 겁쟁이는 행복마저도 두려워하는 법입니다. 솜뭉치에도 상처를 입습니다. 행복에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p 60

유부녀와의 동반자살에서 혼자만 살아남은 요조는 결국 고등학교에서 쫓겨난다. 그 후 다시는 학교로 돌아가지 못한다.

시즈코에게 빌붙어 사는 추잡한 남자가 된 요조에게 그녀의 딸인 시게코는 진짜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런 그 어린아이마저 두려워하게 된 요조를 이해하기란 불가능했다.

요조에게 처세에 능하다는 말을 하는 호리키. 그런 그를 보며 쓴웃음만 흘리는 요조. 이에 세상이 용서하지 않을 거라며 계집질도 이제 그만하라는 말을 덧붙이는 호리키를 보며 요조가 생각하는 속마음이 의미 깊다.

- 하지만 그날 이후 나는 '세상이란, 개인이 아닐까'라는 사상 비슷한 것을 갖게 되었습니다. p 92

- 두꺼비

'그게 나다. 세상 사람들이 용서하고 말 것도 없다. 매장하고 말 것도 없다. 나는 개보다도 고양이보다도 열등한 동물이다. 두꺼비. 어기적어기적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 p 94

- 세상. 어쩌면 나도 그것을 어렴풋이 알게 된 것 같았습니다. ....... p 96

- 나는 점차 세상을 경계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세상이란 그렇게 두려운 곳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p 97

- 나의 불행은 거절 능력이 없는 자의 불행이었습니다. p 128

- 인간 실격.

이제 나는, 완전히 인간이 아니게 된 것입니다. p 129

- 내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이른바 '인간'의 세계에서, 딱 한 가지 진리라고 여기는 건 그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갑니다. p 132

요조의 시각에서 본 인간의 본질과 물음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여리고 순수한 그가 살아내기엔 벅찬 세상이 안타까웠다. 두 번째 읽은 인간 실격이지만 인간 요조란 인물에 대해 더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함을 느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