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다음은 춘천 한샘고등학교 정운복 선생님이

20191219일에 제게 보내준 글월입니다.

----------------------------------

안녕하세요.

 

자연의 변화의 추이에 따른 겨울답지 않은 겨울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인류가 가져온 것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인류의 마음대로 자연을 다스릴 수 없는 것도 틀림이 없습니다.

 

유년 시절, 한 시간을 걸어 초등학교를 다니던 길…….

검정고무신에서 털신으로 갈아 신은 날은 기분이 떠나갈 듯 좋았습니다.

물론 비포장 길에 질척거리는 길로 인하여 늘 젖어있을 때가 많았고

아침에 부뚜막에 올려 따뜻하게 덥힌

뽀송뽀송한 신을 신고 집을 나설 때의 설렘을 생각합니다.

 

춘천댐에서 나고 자랐는데

시골이 얼마나 추웠는지 그 기억이 생생합니다.

밖에 놓아둔 소주병이 얼어 터지기도 했고

윗목에 놓아둔 자리끼가 아침이면 꽁꽁 얼기도 했고

가마솥에 물을 덥혀

마당 끝에서 머리를 감고 잠깐 방으로 들어가는 순간에도

머리가 얼어붙어 서석 서걱 하기도 하였고

문창호지 하나로 겨울을 마주해야 했던 때라

문고리를 잡으면 순간적으로 얼어붙어 쩍쩍 달라붙기도 했으니까요.

 

그 땐 1223일 정도에 방학을 했는데

방학 전에 꽁꽁 언 춘천호의 얼음위로 걸어 등교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가장자리에도 얼음이 시작되지도 않은 겨울을 마주하게 됩니다.

 

칼바람에 두꺼운 내복을 두벌 끼어 입어도 추위를 피하기 어려웠고

손과 발은 동상으로 힘들었던 계절이고

어쩌다 허리까지 눈이라도 내리면 넉가래를 들고

마을 어귀까지 근 2Km를 치우고 나면 해가 중천에 걸리곤 했습니다.

참으로 혹독하고 무서운 계절이었지요.

 

그래도 살아가야 하는 삶의 무게 앞에

당당했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군고구마를 싸들고 지게지고 나무하러 다니던 것도 그 시절이고

강추위 속에서 계곡물이 얼어 빙판이 되면

톱날을 잘라 만든 외발썰매로

온종일 얼음을 지치던 시절이기도 했으니까요.

그 땐 옷감으로 나일론이 사용되었는데 작은 불똥에도 큰 구멍이 나서

모닥불 앞에서 잠시 몸을 녹였을 뿐인데도

집에 들어가면 어머님께 큰 야단을 듣기도 했지요.

 

겨울답지 않은 겨울의 연속입니다.

날이 따뜻하다 보니

겨울로 인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이나 축제가 어렵다고 합니다.

계절이라고 하는 것은 오랜 세월을 두고 유지되어 온 것이 사실이고

그 흐름에 맞은 날씨라야

동식물과 생태계에 건강한 균형이 유지될 것인데

어쩌면 포근한 날씨 뒤에

예기치 못한 자연의 역습이 있지나 않을까

은근히 걱정스런 마음도 듭니다.

 

* 목연 생각 :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도 시골이었습니다.

교문 앞에 집이 있던 나는

통학의 어려움을 한 번도 겪지 않았지만,

10리나 20리 길을 걸어오던 친구들은

눈비를 맞으며 고생이 많았겠지요.

 

초등학교 때 엄격하던 담임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지각을 하면 교실 뒤로 나가서 5분 동안 서 있게 하셨지요.

어느 눈이 오는 날

10리를 걸어서 학교에 온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1교시가 시작되고도 10분 정도 있다가 교실에 들어섰지요.

 

우리는 당연히 담임 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고요.

그러나 뜻밖에도 선생님은 그 친구를 난로 옆에 앉히더군요.

고생했다면서 거기서 수업을 받으라고요.

눈길을 헤치고 학교로 온 그 친구의 노고를 아셨던 것이지요.

 

교단에 선 뒤 어느 시골에 근무했을 때

내게도 똑 같은 경우가 있었습니다.

10여리를 걸어서 온 두 학생이

1교시가 시작되고 잠시 지난 뒤에 교실에 들어서더군요.

나는 그 학생들을 난로 옆에 앉게 하고 수업을 계속했습니다.

그러자 학생들이 환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고요.

먼 곳 학생들을 이해한 나의 배려가 고마웠나 봅니다.

 

하지만 그것이 어디 나의 힘이겠습니까?

초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이 우리에게 해주셨던 것을

그대로 따라 했을 뿐이지요.

그런 것이 교육의 힘이 아닌가 싶네요.

그 교실의 학생 중에 선생님이 된 친구가 있다면

그의 학생들에게 나와 똑 같이 해주었겠지요.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