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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춘천 한샘고등학교 정운복 선생님이

2020년 2월 13일에 제게 보내준 글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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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가끔 한 잔의 술을 마시고

부끄러운 나의 모습을 고백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내가 눈물 흘릴 때 조용히 손수건을 내미는 친구도 좋지만

같이 울어주는 친구가 더 좋습니다.

 

비를 맞고 서 있을 때 조용히 다가와 우산을 씌워주는 친구도 좋지만

같이 비를 맞아주는 친구가 더 좋습니다.

 

항암치료로 모든 털이 다 빠졌을 때

조용히 가발을 내미는 친구도 좋지만

미용실에서 머리를 홀랑 밀고 민머리로 나타난 친구가 더 좋습니다.

 

맹자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제나라 선왕은 사냥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개인 사냥터를 만들고

그 안에 온갖 짐승을 넣어 사냥을 즐기곤 했지요.

그런데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했습니다.

 

그는 맹자에게 묻지요

주나라 문왕의 사냥터는 사방 70리였는데 백성들이 작다고 여기고

저의 사냥터는 사방 40리 밖에 안 되는데

크다고 여기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맹자는 이야기합니다.

제가 이 나라에 들어오면서 나라에서 금하는 것을 물어보니

왕의 동산이 사방 40리인데 동산 안의 사슴이나 고라니를 죽이는 자는

살인죄와 마찬가지로 다스린다고 들었습니다.

이는 나라 안에 사방 40리의 함정을 만들어 놓은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백성들이 크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왕은 사방 70리의 사냥터를 갖고 있었지만

백성들이 꼴 베고 나무하며,

꿩과 토끼 등 동물을 잡는 것을 같이했으니

백성들이 작다고 여기는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까?

 

더불어 하는 것,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고요.

성어에 화광동진(和光同塵)이란 말씀이 있습니다.

빛을 감주고 티끌 속에 섞여있다는 뜻이지요.

자신의 뛰어남을 드러내지 않고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위대함은 지극히 평범한 것일 수 있습니다.

머리를 숙이면 부딪칠 일이 없습니다.

세월이 지날수록 겸손으로 더불어 살아야 함을 생각합니다

 

* 목연 생각 : 나는 교사로 있을 때

교실 청소를 학생들과 함께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퇴임 직전에는 그런 일이 많았는데,

나의 경우는 여민동락이라기보다는

이들의 청소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가정에서 청소를 거의 안 했는지

아이들에게만 맡기면 쓸었는지 닦았는지 분간이 안 되었으니까요.

내가 함께 청소를 하면

아이들도 그런대로 열심히 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교사의 임무가 청소를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공부건 청소건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교사의 일일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할 일이 밀린 터에

매일 교실 청소까지 할 수는 없는 것이고요.

 

아이들이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도록

거기까지만 지도를 했어야 하지 않나,

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청소를 하는 것이

과연 잘한 것인가, 그런 생각도 드는군요.

 

아직 정답은 모르겠습니다.

여민동락도 중요하지만,

군주는 군주가 할 일이 있고,

백성은 백성이 할 일이 있을 텐데,

무조건 함께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를요.

 

한편 군주가 할 일은 무엇이고,

백성이 할 일은 또 무엇인가,

여기에 대한 경계도 깊이 생각해 보아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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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소라향기

    같이 울어주고, 같이 비를 맞아줄 수는 있지만.
    민머리는.. 못해드려요.. 쌤..

    2020.02.26 15:2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목연

      그냥 안타까운 눈길로
      어깨만 토닥거려주시기만 해도 감사할 뿐...

      2020.02.26 23:07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