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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문학회에서는 매월 1회 모임을 하고 있다. 모임에서는 회원들의 작품을 읽고 합동 비평을 하는 시간이 있다. 4월의 합평 작품은 권용태 시인의 운학문 매병인데, 코로나19로 인해 3월부터 막힌 합평회가 4월에 이어 5월마저 건너뛰게 되었다. 비록 합평회는 6월로 미뤄졌지만 작품을 읽으며 느낀 마음을 적어보겠다.

                      

중천의 하늘이 푸른빛을 놓는 곳

여명의 하늘이 하얗게 환원되는 자리에서

도공이 말한다

자기를 굽는 불꽃은 해에서 점화 되고

질속의 그릇은 새벽에 우려야 하느니

저기는 우주의 가마터

태양이 뜨거운 정열을 풀무질하여

청자 빛 하늘을 소성한다

 

달빛 드리운 마음에

낭군을 그리는 정읍사 여인

밤새 고인 연심으로 아침을 덥히는가

사립문 열리며

방랑길 사내가 짐을 놓는 곳

아낙의 설움이

기쁨으로 환원되는 마당에도

청자 빛 새 날은 소성되고 있으니

 

동녘하늘 솟는다

구름 내려온다

매화향 흔들며 학이 춤을 춘다 (권용태,운학문 매병전문)

 

운학문 매병은 국보 68호로 지정된 고려청자이다. 청자의 표면에 있는 42개의 원 안팎에 상감기법으로 새겨진 69마리의 학이 구름을 뚫고 하늘을 오른 것 같다고 해서 천학매병이라고 한다던가. 시인은 1연과 2연에서 청잣빛을 어둠 속에서 동트는 아침과 만나는 하늘과 마당에서 달빛 사이로 걸어온 낭군을 만나는 여인으로 묘사했다. 3연은 하늘과 땅(마당) 사이에서 하나의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의 청잣빛이다. 그것이 구름을 만나는 학의 감동으로 그려진 듯하다.

 

동녘 하늘이 솟고, 구름이 내려오는 가운데 매화향을 흔들며 춤을 추는 운학문 매병의 학을 보면서 문득 이호우 시인의 개화가 떠올랐다.

 

꽃이 피네, 한 잎 한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가만 눈을 감네 (이호우,개화전문)

 

이호우 시인은 한 송이 꽃이 피는 세계에서 하늘이 열리는 것을 보았고, 권용태 시인은 하나의 청자가 완성되는 세계에서 학이 춤을 추는 것을 보았다. 한 잎 한 잎 피는 사이에 하늘이 열리듯이, 한 마리 두 마리 날아오르는 사이에 하늘이 열린 것일까? 개화의 꽃과 운학문 매병의 학이 담긴 시간적인 배경은 동녘 하늘이 열리는 아침이었을 것이다.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던 꽃이 피는 순간에는 시인이 눈을 감았다고 했다. 간 풀무의 불길이 숨을 죽이고 도공의 손길이 멈춘 청자가 완성되는 순간에도 시인은 눈을 감지 않았을까?

 

동녘 하늘이 솟고, 구름이 내려오며, 학이 매화향을 흔들며 춤을 추는 순간에는 독자도 눈을 감을 듯하다. 그리고 함께 춤을 추겠지. 어사가 출도하는 춘향전의 대목에서 청중이 함께 환호하며 장단을 맞추고, 눈을 뜬 심봉사가 청이를 끌어안고 춤을 추는 심청전의 대목에서 청중도 함께 몸을 흔들 듯이……. 나도 신명나게 몸을 흔들면서 추임새를 넣고 싶다.

 

다시 시를 읽으니 몸이 뜬다. 하늘이 열리고 있으니 날아야 하지 않겠는가? 시인의 손길에 의해 하늘이 열릴 때, 독자는 마음껏 춤을 추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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