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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곡

[도서] 산곡

박중식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2년 전에 만난 책이다. 이웃 마을에 귀촌해서 사는 박중식 시인의 시집이다. 시인은 티베트 불교에 대해 심오한 지식을 가진 분으로 신선 같은 삶을 사는 분이라고 들었다. 시를 잘 모르지만 여일(如日)들을 정말 감동적으로 읽었다.

 

멋진 리뷰를 통해 좋은 시를 쓴 시인에게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나는 멋진 리뷰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 작품에 대해서는 역설적으로 리뷰를 쓴 적이 없다. 마음을 비우지 못하니 글이 안 되는가 보다. 

 

이 시집에는 여일(如日)이라는 제목의 시가 20편 가까이 실려 있다. 다른 시인들의 작품집에서도 같은 제목의 시를 여러 편 쓰는 경우가 있다. 그때는 대개 번호를 지정하는 듯하다. 여일1, 여일2, 여일3같은 형식으로.

 

그러나 시인은 번호가 없이 같은 제목으로 썼다. 그밖에도 산곡, 마음노래라는 제목의 시도 몇 편 있는데, 같은 제목의 시를 쓰는 것이 시인의 취향인 듯하다.

 

여일(如日)은 국어사전에 실려 있지 않은 말이다. 그러니 그 뜻을 정확히 알 수는 없는데, 아마도 '그날이 그날 같다'라는 뜻이 아닌가 싶다. 합천 해인사의 자운스님께서 열반을 앞두고 계실 때 종정이 되시기 전의 성철스님께서 문병을 하셨다고 한다. 그때 성철 스님께서 하신 말씀이 여여(如如)’라고 한다.

 

"스님, 지금도 여여하십니까?"

자운 노스님의 대답이 이랬다고 하던가.

"그럼 여여하지요!"

 

탄허스님께서 방산굴에서 열반을 앞두고 계실 때 시자가 방문하여 같은 질문을 했다고 한다.

"스님, 여여하십니까?"

 

탄허스님의 대답도 역시 같았다.

"그럼 여여하지!"

 

시자가 이런 부탁을 드렸다고 한다.

"스님 가시기 전에 한 말씀해 주십시오."

 

탄허선사께서는 열반송을 마다하시고 이런 대답을 하신 뒤에 열반을 하셨다던가.

"일체무언"

 

그렇다면 '여일'의 의미는 무엇일까? 여여(如如)의 나날이 아닐까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인의 '여일' 중에 한 편(왼쪽, 20)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 "있는 그대로 본다"라는 사실이 이렇게 황홀한 것임을 처음 알았다니!

 

코로나19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촌이 흔들리는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웃을 만나고, 친구를 만나서 악수를 하거나 등을 토닥이면서 정담을 나누고, 술잔을 기울이고 정이 깊어지면 끌어안기도 하는 것! 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일상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그런 일상이 얼마나 황홀한 행복인지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시인은 비가 내려서 아무도 오지 않는 집에 앉아서 금국차를 마시며 뱃속이 환해질 만큼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올 수 없고, 와도 대화를 하기가 두려운 지금은 뱃속에 십 년 묵은 체증이 쌓이는 것처럼 답답해지지 않겠는가?

 

늘 그날이 그날 같은 평범한 일상을 더욱 생각나게 하는 작품들이다.

 

또 다른 여일(오른쪽, 21)에서는 만일사 풍경 소리를 들으면서 혼자 앉아 있는 귀먹은 노스님이 등장한다. 들리지 않으니 가을 햇살이 구르는 소리를 바라보고 계시다는데, 성거산 앉은뱅이 물맛이 조용하고 매우 밝다는데……. 시인은 아마도 아흔두 살 노스님의 경지에 이르렀다 보다. 그런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누구나 읽어도 좋을 것이다. , 여여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길 것! 깨달음의 경지가 별거겠는가? 마음이 통하면 시인이 듣고 있는 산의 노래(산곡 :山曲)가 들릴 것이고, 그곳이 여여(如如)한 세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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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파란자전거

    아흔 두 살 노 스님의 상좌는 종일 출타 중일까요? 산사 스님들의 일상이 그려지는 <여일>이 담담하게 전해옵니다. ^^

    2020.06.29 23:1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목연

      마음을 비우면 세상이 요동을 친다고 해도 흔들림이 없을 텐데...
      그것이 쉽지가 않네요.
      나와는 전혀 관련이 없고 내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
      타인의 사소한 언행에도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으니...
      늘 여여한 여일을 맞으시기를 *^^*

      2020.06.30 09:04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