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일기장에서 나눈 문답입니다.
목연샘!
그대가 좋아하는 행운의 숫자는 어떤 무엇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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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행운의 숫자인지는 모르겠지만
3과 5가 깊은 인연을 지닌 숫자인 듯합니다.
답변이 길어질 수도 있으니 3과의 인연만 소개하고요.
나는 서석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1학년 3반이었습니다.
시골 초등학교인 우리 모교에서 최초이자 최후의 3반이었지요.
우리 선배들은 1반밖에 없었고, 후배들도 2반 정도에 머물렀으니까요.
우리 역시 2학년 때까지 3반을 유지하다가
3학년 때 2반으로 개편되었는데,
아마도 학생 수 급증으로 인해 교실이 부족했기 때문인 듯합니다.
당시 3반이었던 친구들은
1923년에 개교해서 100회 졸업생 배출을 눈앞에 둔
우리 모교의 수천여 명의 동문 중에서 드문 사례였지요.
서석초등학교 1학년 3반 시절
대학에서 국어교육학과에 입학한 뒤에
4학년 때 춘천 유봉여중으로 교생실습을 갔는데
그때 내가 부담임을 맡은 학급이 1학년 3반이었습니다.
비록 정식 교사는 아니었지만,
첫 제자들은 1학년 3반이었던 것이지요.
유봉여중 1학년 3반 봄소풍
교사가 된 뒤에 나의 첫 학교는 원주(그때는 원성군) 지정중학교였습니다.
처음으로 담임을 한 학생들이 1학년 3반이었고,
나는 다음 해에는 2학년 3반, 그다음 해에는 3학년 3반을 맡았습니다.
긴 세월 동안 교사 생활을 했지만,
같은 학생들을 3년 동안 담임을 한 경우는
그 학생들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지정중학 3학년 3반 졸업 앨범
그렇다면 내게 있어서 '3'이란 숫자는
깊은 인연을 지닌 듯한데, 이 숫자가 행운의 수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다시 생각하니 아무튼 나는 잘 자라서
지금까지 무난하게 살고 있습니다.
큰 잘못이 없이 교사 생활의 긴 세월을 마쳤으니,
'3'은 행운의 숫자가 아닌가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