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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공(墨攻) (1~8권) 세트

[도서] 묵공(墨攻) (1~8권) 세트

사케미 켄이치 원저/쿠보타 센타로 글/모리 히데키 그림/서현아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안흥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이 책은 모두 8권으로 된 세트이지만, 일단 5권만 빌려왔다. 안흥도서관에서는 1인당 5권까지 2주일을 기한으로 빌려주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리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일본 작품은 정서에 맞지 않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야 하니 불편하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1편만 읽은 뒤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머지는 그대로 반납을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이상으로 흥미진진해서 사흘 만에 5권을 완독했고, 이어서 나머지 3권도 빌려서 바로 완독을 했다. 8권을 완독하고 떠오른 생각을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재미있는 책이다. 8권을 모두 읽기까지는 열흘 이상 걸렸지만, 실제로 읽은 날짜는 사나흘이다. 하루에 2권 이상 읽었는데, 각 권 280쪽 정도이니 하루에 500쪽 이상 읽은 셈이다. 아무리 만화라고 해도 나로서는 상당한 속독이었다. 더구나 이 책은 일본 만화이다. 일본 만화는 한국의 책과는 달리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는 체제이다. 책장을 넘기기도 불편하고 특히 한 쪽에 두 칸 이상 있는 경우에는 대사를 읽을 때 혼동이 된다. 습관적으로 왼쪽을 먼저 읽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빨리 읽었다는 것은 그만큼 흥미진진한 책이었다는 증명일 것이다.

 

둘째, 일본판 슈퍼맨, 또는 새로운 바벨2세를 읽는 느낌이었다. 슈퍼맨은 우주 어디엔가 있는 크립톤 행성이 무차별적인 자원 개발로 멸망 위기에 처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크립톤 행성 최고의 과학자 조엘은 갓 태어난 아들 칼엘을 지키기 위해 크립톤 행성의 꿈과 희망을 담아 지구로 보낸다. 그가 도착한 곳이 어디인가? 바로 미국이다.

 

묵공의 마지막 장면은 결국 혁리 일행의 실패로 끝난다. 진시황을 암살하려던 계획도 실패하고, 진으로부터 조나라를 지키려던 계획 역시 무산된다. 절망한 혁리는 그를 따르는 낭이를 데리고 중국을 탈출한다. 운형 역시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게 되고 그녀와 함께 혁리의 뒤를 따른다. 혁리와 낭이와 운형이 도착한 곳이 일본이다. 작품에서는 일본이라는 말은 안 나온다. '이 나라', '신천지'라고만 표현하지만, 산의 모양이 후지산이다. 그리고 수백 년이 지난 뒤 1974년 섬서 임동현(臨潼縣)에서 거대한 지하 통로와 방이 발견되고, 실물 크기의 무장한 수 천 명의 갑옷 병사들이 채색된 채로 발견되었다. 서로 다른 얼굴을 한 갑옷 병사들 속에는 혁리가 있었고, 그 순간 혁리도 환생한다.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이천 년의 긴 잠에서 깨어난 혁리의 눈에 이 나라는 어떻게 비쳤을까?"

 

첨단 과학이 발달한 크립톤 별의 능력을 지닌 슈퍼맨이 하필이면 미국에 정착했을까? 작가가 미국인이기 때문이다. 혼자서도 진나라 대군의 막강한 전투력을 막으며 성을 지킨 혁리가 대륙에 붙어있는 대한민국이나 베트남이 아닌 먼바다를 건너 일본까지 온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작가인 사케미 케이치가 일본인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슈퍼맨이 미국에서 태어나고, 우주의 고향으로 돌아가려던 바벨의 꿈이 오랜 세월이 지난 후 그의 후손이 일본에 태어나는 것으로 그린 요코야마 미쯔테루의 연장에서 이 책을 썼을 것이다. 그것을 굳이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닐 것이다. 만약 한국인이 이 작품을 썼다면, 혁리 일행은 일본이 아니라 한반도나 제주도를 선택했을 것이다. 공룡시대의 둘리가 1억 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 서울까지 온 것처럼…….

 

셋째, 잔인함과 성적인 묘사는 역시 부담스러웠다. 이 작품에서 목이 잘려서 뒹구는 장면, 팔다리가 끊어져서 피투성이로 잘린 모습, 창이 배를 가르고 등으로 빠져나온 모습 등이 자주 등장한다. 사지를 묶인 채 거열형을 당해서 몸이 찧기는 모습도…….

 

여성의 신체도 가끔 등장한다. 조나라 간첩으로 진나라에 투입되었다가 체포된 낭이의 언니는 진나라 장수에게 능욕을 당한 후 옷을 벗긴 채 군중이 보는 가운데 거열형을 당한다. 그런 모습을 보고 성적인 상상을 떠올리는 사람은 없겠지만 여체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표현된 것은 좀 부담스러웠다.

 

넷째, 사실을 바탕으로 한 작가의 상상력과 풍부한 지식이 놀라웠다. 성을 공격하고 수성하는 작전과 수단은 마치 전문적인 군사 교본을 보는 듯했고, 전국 시대의 여러 상황을 적절하게 인용하여 사실감을 높이는 것도 돋보였다.

 

다만 『묵공』에서는 진나라, 한나라, 조나라만 등장하는데, 전국시대에는 그밖에 위, 제, 연, 초나라 등 강국이 많았다. 또한 묵자의 가르침을 이어받은 묵가가 큰 영향력을 발휘한 듯 묘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유가, 법가 등의 사상이 더 큰 힘을 발휘했다. 진나라가 한나라와 조나라를 정복한 것은 진나라의 통일에 극히 일부일 뿐이다. 역사적인 사실을 그대로 반영하지는 못했다는 한계를 보였으니, 역사물이라기보다는 판타지물로 보아야 할 듯하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정말 재미있는 책이었다. 그러나 살인 장면이나 여성의 신체에 대한 세부적인 묘사 등의 장면이 간혹 등장하니, 중학생 이하는 읽지 않은 것이 좋을 듯하다. 고등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몰입하면서 읽을 수 있다. 다만 사실과 일치하는 내용은 아니니 그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고, 전국시대에 대한 역사적인 배경지식이 있는 독자라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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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나날이

    묵가들의 경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인 듯합니다. 일본에서 책이 써졌다니 조금 그렇습니다. 중국에서 더욱 진솔하게 이야기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데요. 아마 사무라이 정신과 연관되어 묵공이 민중들을 지키는 전쟁 이야기가 그들의 관심사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재미가 있지요. 영화, 드라마로도 나온 듯한데요.

    2021.01.16 19:1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목연

      묵가들의 사상보다는 주인공 혁리의 영웅적인 이야기...
      판타지의 요소가 더 강한 듯합니다.
      아무튼 재미로는 최고의 책이었습니다.
      스토리의 구성도 탄탄했고요.

      2021.01.19 16:59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