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흥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저자나 작품에 대해서는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었다. 사실 이런 책은 나의 취향이 아니다. 나는 만화를 좋아하지만 주로 보는 것이 서적적인 문학이거나, 신화나 역사를 관한 것들이다. 이 작품은 그림체도 살벌하고, 내용 역시 평온하지는 않을 듯해서 언뜻 손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도서관의 만화 작품은 대부분 읽었으므로 더 이상 읽을 만화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모험을 선택했다. 1편을 읽은 결과 탁월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부담 없이 2권을 펼쳤다. 그런 인연으로 만난 2편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빠른 전개가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 박새로이는 1편에서 고삼이었다. 학교폭력을 저지르는 장근원을 응징하다가 학교에게 퇴학을 맞고, 장근원의 아버지 회사에 재직하던 새로이의 부친은 퇴사를 한 뒤에 의문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복수를 하려던 새로이는 수감되었고, 출옥한 뒤에 7년이 지나는 동안 이태원에서 벌꿀이라는 상호의 업소를 개업했다. 그 사이에 장근원은 아버지 회사의 상무가 되었고, 새로이의 여친인 오수아는 근원의 회사에 취업해서 기획실장이 되었다. 10여 년의 세월이 빠른 전개 속에 흐른 것이다.
둘째, 새로운 인물의 등장과 입체적인 캐릭터가 흥미진진했다. 장근원의 이복동생인 장근수, 천재이면서 문제아인 조이서가 새롭게 등장했고, 새로이와 근원의 사이에 있는 오수아의 설정이 작품의 긴장을 높였다. 깊은 생각이 없어도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작품 전개가 편안했다. 덕분에 편안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셋째, 삶에 있어서 선악이 어떤 것인지, 정의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책장을 넘겼다. 근원의 부친인 장대희 회장은 전형적인 갑질 기업인이다. 몇 년 전에 언론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던 어느 항공사 총수와 가족, 공관병 갑질로 지탄을 받았던 어느 장군과 같은 유형이라고 할까. 그러나 장대희도 나름의 논리는 있었다. 그는 절대로 자신의 처신에 대해서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갑질 논쟁의 주역이었던 재벌과 장군 가족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에 비하면 연예인과 프로 선수들의 학교폭력은 그야말로 가벼운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작품을 누구에게 권할까? 재미있고, 편안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내용이 좀 험악하기는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나름의 교훈을 찾을 수 있는 듯하다. 중학생 이상이면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치관이 어느 정도 형성된 고교생 이상이 읽었으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