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흥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저자나 작품에 대해서는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었다. 사실 이런 책은 나의 취향이 아니다. 나는 만화를 좋아하지만 주로 보는 것이 서적적인 문학이거나, 신화나 역사를 관한 것들이다. 이 작품은 그림체도 살벌하고, 내용 역시 평온하지는 않을 듯해서 언뜻 손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도서관의 만화 작품은 대부분 읽었으므로 더 이상 읽을 만화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모험을 선택했다. 1편과 2편을 읽은 결과 탁월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부담 없이 3권을 펼쳤다. 그런 인연으로 만난 3편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취향은 아니지만 재미를 느끼며 읽었다. 나는 조폭을 포함해서 잔인한 책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몇 번 읽은 적은 있지만, 그것은 원해서가 아니라 서평단을 통해서 받은 이후 리뷰를 써야 한다는 의무감에 의한 수동적인 독서였다. 읽으면서 몰입을 한 적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내용이 좋아졌다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내가 스스로 선택(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는 했지만)한 아마도 최초의 책일 것이다. 내용을 알 수 없으므로 일단 3권까지 빌렸지만 오늘 도서관에 가서 나머지 5권(4~8편)도 빌릴 생각이다. 좋아하거나 아니거나 음식이 있으면 먹게 마련이고, 먹다 보면 맛이 느껴지듯이 책도 아마 그런가 보다.
둘째, 재미와는 별도로 등장인물들이 부담스러운 존재인 것은 분명하다. 교사였던 나의 직업에 의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주인공인 박새로이는 생각은 건전한 듯한데 통제하기 힘든 학생일 듯하고, 새로이와 대립하는 반동인물인 장근원은 물론이고 오수아, 장근수, 조이서, 최승권, 미현이 모두 만만치 않은 인물들이다. 이 인물들이 한 학급에 모두 보인다면 교사에게는 그 이상의 지옥이 없을 것이다.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했다. 어쩌면 내가 담당했던 학급 중에는 이 인물들이 모두 모였던 시기도 분명히 있었는데, 교사로서 무능 또는 무관심하게 지나가면서 몰랐던 은 아니었을까? 지난날을 돌아보면 새로이, 대희, 수아, 이서가 연상되는 학생들이 있었던 듯도 하다. 나의 입장에서 지난 교단생활에 대해 반성도 했다. 좀 더 좋은 교사였다면 우리 사회가 보다 밝아지지 않았겠는가?
셋째, 여주는 누구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남주인공은 박새로이가 분명하고, 장근원은 새로이와 대립하는 반동인물이다. 그밖에 장근수, 최승권 등은 조연급의 주변인물인 듯하다. 그렇다며 여주인공은 누구일까? 1권부터 등장하는 오수아와 2권부터 등장하는 조이서 중에 한 명이다. 3권까지의 상황에서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책날개에 달린 작가 소개에서 힌트를 발견했다.
"세 살 먹은 딸아이가 있습니다.
이름이 조이서입니다."
딸이름이 조이서라면 여주인공이 누구인지 정답이 나온 것이 아닐까? 그러고 보니 작가인 광진의 성이 '조 씨'인 듯하다. 딸까지 가명으로 소개할 리는 없을 테니까.
넷째, 등장인물 소개는 좀 아쉬웠다. 3편까지 읽은 상황에서 살펴보면, 1편과 3편에서는 등장인물 소개가 없고, 2편에만 다음과 같이 8명이 나온다.
박새로이와 아버지(이름은 숨김), 조이서, 마현이, 최승원, 장대희, 장근원, 장근수, 오수아이다. 아버지는 1편에서 세상을 떠났는데도 2편에도 소개를 하는 것을 보면 그의 존재가 아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듯하다. 저자는 박새로이, 조이서, 마현이, 최승원을 주인공 측으로 분류했다, 장대희, 장근원, 오수아는 대립하는 인물로 보았으며, 장근수는 중립적인 인물로 설정했다. 근수는 장대희의 서자이자 근원의 이복아우이니 혈연으로는 장씨 일가이지만, 출신에 의한 열등감으로 반감도 지니고 있으니 중립 인물로 본 듯하다. 그렇다면 4~8편에도 등장인물 소개는 없다는 의미일까? 인물 소개는 1쪽이면 충분하니 각 책마다 소개를 하는 것이 독자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싶었다.
이 작품을 누구에게 권할까? 재미있고, 편안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내용이 좀 험악하기는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나름의 교훈을 찾을 수 있는 듯하다. 중학생 이상이면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칫하면 등장인물들을 이상적인 인물로 볼 수도 있으니, 가치관이 어느 정도 형성된 고교생 이상이 읽었으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