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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거지 부부

[도서] 글로벌 거지 부부

박건우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소담출판사 서평단 이벤트를 통해서 받은 책이다. 이 책은 사실 읽기가 부담스러웠다. 무언가 어두운 내용이 아닌가 싶었고, 나 홀로 거지가 아니라 부부가 거지라면 더욱 비참할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세상에 독서에서마저 무거운 분위기를 느끼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출판사 서평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저자 박건우는 고등학교 시절 교무실에서 한 달간 체벌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다 퇴학을 당하자, 기타 하나 달랑 매고 전국을 떠돌며 밴드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20살에 노약자용 세발자전거로 일본 열도를 누비며 노숙하고, 26살에 동남아 여행 중 태국에서 9살 연상 일본 여인을 만나 손톱 때와 비듬에 반해 두 번째 만남에서 청혼. 이때 수중에는 27만 원이 전부였다."

 

뭐 이런 사람이 있는가? 체벌을 반대하는 시위를 하다 퇴학을 당했다고 하니 한때 교사였던 나로서는 그리 반갑지 않은 제자이다. 한편으로 내가 교단에 있을 때 저자를 만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친구를 보는 학생이나 제삼자의 입장에서는 재미있을지 모르지만, 교사의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듯하다.

 

교사로 있던 시절에 어떤 학생과 이런 문답을 나눈 적이 있다.

 

"내가 학생이라면 너를 지지하면서 응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교사인 나는 너를 막아야 한다."

 

"선생님이 그러셔야 한다는 것은 이해합니다. 저도 그런 선생님이 좋고요. 선생님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하겠습니다."

 

그는 시내에서 사고를 치고 시골로 전학을 온 학생이다. 밤마다 자취방에 남학생과 여학생들을 모아 놓고 노는 바람에 순진하던 시골 학교 풍기가 아주 고약해졌는데, 이상하게 여학생들에게 그 학생의 인기는 최고였다. 나는 그 학생을 불러서 앞으로 자중하라는 의미의 상담을 했는데, 들키지 않게 계속하겠다니, 교사로서 어떻게 지도해야 하겠는가? 이 책의 저자와 그 학생은 닮은 꼴이 아닐까 싶었다.

 

아무튼 3학년 2학기에 전학을 온 그 학생은 위태로웠지만 졸업은 했고, 지금 훌륭한 사회인으로 잘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퇴학으로 그치지 않고, 전국을 떠돌다 일본을 거쳐 동남아까지 갔고, 거기서 국제결혼까지 했다. 상대는 9살 연상인데 거기까지는 좋다. 그녀의 손톱 때와 머리의 비듬 때에 반해서 두 번째 만남에서 청혼을 했다니,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출판사 서평만 읽고서도 책장을 넘기고 싶지 않았다. 미루고 미루다 이틀 전에 읽었다. 그리고 하루 만에 완독하면서 느낀 생각을 몇 가지만 쓰겠다.

 

첫째, 뜻밖에도 재미있었다. 저자의 생활에 공감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런 삶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할까? 이 험한 세상에서 그런 자유분방한 생활을 유지하면서 건전하게 사는 모습이 대견했다. 가족들은 고단할지 모르지만, 저자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다. 현실에 만족하면서 기죽지 않고 사는 모습이 고맙기까지 했다. 글이 어렵지 않고, 내용은 재미있었다.

 

둘째, 편안하게 책장을 넘겼다. 저자의 생활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책장을 넘겼으니, 그만큼 편안한 문장이라고 할까. 보기에 민망한 내용도 그럴 수 있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책장을 넘겼는데, 그것은 자신의 생각과 생활을 진솔하게 표현했기 때문인 듯하다. 천진난만한 마음을 진실하게 표현한 힘이라고 할까?

 

셋째, 기대했던 이상으로 많은 볼거리가 담겨 있었다. 이 책에는 수백 장의 사진이 담겨 있다. 자신과 아내인 미키의 일상과 그들이 여행한 일본과 인도 동남아 등의 풍물이 개성적으로 표현되었다. 웃기면서도 의미 있는 자료라고 할까? 전문 여행가의 여행기에서는 보기 힘든 소중한 장면이라는 생각을 했다.

 

넷째, 희망을 느끼면서 책장을 넘겼다. 저자는 아내와 만나서 결혼을 할 때 수중에 27만 원밖에 없었다고 했다. 처음에 이 책을 받았을 때 『글로벌 거지 부부』라는 제목이 실제의 생활이 아니라 어떤 상징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 부부의 처지는 정말 거지(?)였다. 요즘 생활고로 홀로, 가족이 함께 삶을 마감하는 이들에 관한 보도를 가끔 보는데……. 그렇게 세상을 등지는 이들 중에서 이들 부부보다 더 가난한 사람은 드물 듯하다. 힘차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이들 부부가 고맙기까지 했다. 나의 옛 제자가 지금 훌륭한 사회인으로 살아가듯이, 이들 부부가 건전하고 힘차게 살고 있듯이, 젊은 벗들이 쓰러지지 말고 힘차게 살았으면 좋겠다.

 

아쉽다면 저자 부부가 아직 2세가 없는 듯한데……. 저자의 아내는 지금 나이가 적지 않다. 좀 더 늦으면 출산이 힘들지도 모르겠다. 부디 많은 자녀를 두었으면 좋겠다. 그들 부부를 닮은 자녀들은 우리 사회의 빛이 되리라고 본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재미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고등학생 이상이 읽었으면 좋겠다. 중학생에게 어려운 책은 아니지만, 저자와 같은 생각을 하는 학생이 많아진다면 선생님들이 좀 고단할 듯싶어서이다. 개인적으로 저자와 같은 친구를 두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다시 교단으로 돌아간다면 저자와 같은 제자를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자의 그릇은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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